<와야(瓦也) 연재>조선10경 중 하나 ‘장기일출암’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조선10경 중 하나 ‘장기일출암’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9)  
  • 기사등록 2024-03-10 08:46:35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아침 일찍 일어난 도반들은 숙소에서 가까운 불국사를 둘러보고 왔다고 한다. 주변을 산책하다 뒷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가 경비관계자에게 혼이 났으면서도 다보탑·석가탑 등 경내 볼거리들은 다 본 것 같다. 

 

불국사.

늦잠으로 못 가본 나로서는 석굴암 가는 길목의 청마 유치환 시비도, 불국사 경내도 잘 있는지 더욱 궁금하다.

 

감은사지.

조반 후 감포로 가는 길목인 양북면(陽北面) 용당리(龍堂里)에 있는 감은사지(感恩寺址)를 찾아간다. 감은사는 신라를 통일한 후 왜구의 침략이 잦아 부처의 힘으로 물리치고자 문무왕이 절을 짓기 시작했다. 끝을 보지 못하고, 아들인 신문왕이 완성했다고 한다. 

 

감은사지 삼층석탑.

절터만 남겨 놓고 금당자리 앞에는 동서 좌우로 커다란 삼층석탑이 우람하게 서 있다. 신라 사찰의 전형적인 ‘쌍탑 일금당’ 형식을 취한다. 이중(二重) 기단 위에 삼층의 몸돌을 쌓은 모습으로 처마 밑은 받침이 5단이며, 지붕 위는 곡면을 이뤄 신라 중기 이후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인다.

 

탑의 상륜부 중앙에는 찰주(刹柱)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다른 오래된 탑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찰주는 탑 꼭대기의 장식물을 지탱하는 버팀대다. 

 

감은사 금당터.

1960년대 서탑을 해체해 수리할 때 안에서는 정교한 모양의 사리장엄구가 발견됐다. 동탑에서도 1996년 보수를 위해 해체할 때 3층 지붕돌의 상면 사리공에서 금동사리함(金銅舍利函)이 발견됐다. 특이한 것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대로 금당 아래 석축사이로 큰 공간이 비어있는데, 동해의 물이 드나드는 길로 용왕이 된 문무왕이 오던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감은사 터를 지키는 곰솔.

곰솔 세 그루가 지켜주는 감은사지를 뒤로하고 감포읍 오류리 연동마을로 이동한다. 

 

스카이라인(집라인).

당산목 곰솔.

방파제로 둘러싸인 연동항은 스카이라인이 아침부터 손님을 기다리고, 포구 앞 당산목(堂山木) 곰솔이 바다의 안녕을 기원한다. 

 

풍력발전기.

마을 뒷산에는 동해의 바람을 가득 안고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를 힘껏 돌리고, 아침 햇살을 머금은 바다도 물비늘 반짝이며 오늘의 장도를 격려해 준다. 연동마을을 벗어나자 포항시 남구 장기면 두원리가 나온다.

 

마을의 완두콩은 하얀 꽃을 피워 토실한 콩을 기다리고 대륜사 앞 도로는 자동차가 쌩쌩 달려 걷기가 좀 불편하다. 동해안 남부지역은 지금이 미역수확이 제철이다. 

 

장대갈고리 미역 채취.

겨우내 찬 바닷속에서 자란 미역이 자연의 영양을 듬뿍 안고 사람의 손길을 기다린다. 


해녀의 미역 채취.

젊은이는 다 떠난 어촌에는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장대 끝에 나무갈고리를 달아 해변으로 밀려오는 미역을 끌어들이기가 바쁘다. 물질해 걷어 올린 미역을 저울에 무게를 달아 사각 틀 안에 맞춰 말리기가 너무 바빠 누가 옆으로 지나가도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채취한 미역 손질.

미역 건조.

경상도 아지매가 미역귀 하나 건네준 것을 입에 오물거리니 짭짤한 맛이 정겹다.

 

해당화.

철 이르게 홀로 핀 해당화는 진한 향기로 응원하고 어느 펜션단지가 있는 언덕을 넘으면 ‘손재림문화유산전시관’이 나오는데 출입문이 잠겨있어 그냥 지나친다. 

 

계원마을 고샅길을 빠져나와 다시 양포해안으로 접어든다. 백사장 중간에는 배를 만드는 조선소(造船所)가 있는지 배를 바다에 진수할 때 이용하는 철길이 바다로 향해 있다. 

 

오토캠핑.

해변에는 오토캠핑을 나온 자동차 지붕 위에 사다리텐트를 치고 망중한을 즐긴다. 길가의 가로등 꼭대기도 반딧불이모형으로 한껏 멋을 부린다.

 

송화.

신창2리 어촌체험마을을 지나 송화가루 날리는 해변에는 물매기를 볕에 말리는 건조대가 줄을 서고, 해변 끝에 다다르면 장기천이 합류하는 곳이다. 

 

장기천 하구와 일출암.

육당 최남선이 선정한 조선10경 중 하나인 ‘장기일출암’이 머리에 천년 송을 이고 장기천 하구(河口)를 지킨다. 경치가 아름다운 일출암은 장기천을 따라 내려오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있는 바위로, 옛날부터 생수가 솟아난다고 해서 ‘날물치’ 또는 ‘생수암’이라고도 불린다. 바위에 붙은 소나무와 어우러지는 일출은 일품일 것 같다.

 

기장초교 개교 100주년 기념탑 ‘수신위정’.

양포 아구탕으로 점심을 하고 오후는 장기초등학교와 장기면사무소로 이동한다. 장기초등학교 교정에는 修身爲正(나를 닦아 바름을 세우다)라는 개교 100주년 기념탑이 학교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옆에는 우암 송시열의 사적비와 다산 정약용의 사적비가 서 있다. 

 

우암 송시열선생 사적비.

다산 정약용선생 사적비.

이 두 사적비는 우암과 다산이 장기로 유배를 와서 장기인들에게 최고의 학문을 배우게 하고 고매한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는 행운을 받게 되어, 그 음덕을 기리고 후세에 이어가고자 비를 세웠다고 한다.

 

옛 장기현청 '근민당'.

바로 옆 장기면사무소 정문 우측에는 옛날 장기현의 현청(縣廳)이었던 근민당(近民堂)이 있다. 

 

근민당 내부.

현청 옆에는 대원군이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은 후 서양사람을 배척하고 경고하기 위해 세운 척화비(斥和碑) 전국의 척화비 중 하나다. 

 

장기척화비.

일제강점기 때 분실됐다가 1951년 4월에 다시 찾아 다시 세웠다고 한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은 외세의 배척이 아니라 내부의 힘을 기른 후에 대응하고자 했던 것 같다.

 

칡꽃.

신창리 어항에도 어선들은 한가롭고, 길가의 등나무도 꽃을 활짝 피운다. 

 

모포리 해변.

신창리 해변을 벗어나면 산길로 접어들어 데크사다리를 여러 번 오르고 내려 숨이 가빠 오를 때쯤 되면 대진리해안과 모포리해안에 도착한다. 

 

윈드서핑.

해안에는 윈드서퍼들이 제철을 만난 양 바람에 하늘을 나는 연(鳶)줄에 의지해 바다 위를 질주한다. 

 

장길리복합낚시공원.

모포항을 돌아 재를 넘으면 구룡포읍 구평리가 나오고 해변을 따라 올라가면 장길리복합낚시공원 앞에서 세 번째 장정을 마무리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03-10 08:46:35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