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일본 강요로 세운 ‘쾌응환호조난기념비’.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일본 강요로 세운 ‘쾌응환호조난기념비’.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11)  
  • 기사등록 2024-03-17 08:54:25
  • 기사수정 2024-03-17 17:58:32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호랑이 꼬리의 정점을 돌아 안쪽해안으로 들어선 초입에는 ‘독수리바위’가 부리를 벌린 채 바다를 지킨다. 

 

‘독수리바위’.

‘독수리바위’는 오랜 세월동안 풍화작용으로 조각된 바위의 형상이 독수리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석양의 노을이 일품이다. 

 

과거에 이 지역은 풍파가 심하면 청어가 때로 밀려 나와 갈고리로 끌어들였다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 방언으로 ‘까꾸리계(鉤浦溪, 구포계)’라고 부른다.

 

쾌응환호조난기념비.

영일만이 한눈에 보이는 절경의 언덕에 일본의 강요로 세워진 기념비(紀念碑)가 지금까지 이곳의 주인처럼 우뚝 세워져 있는 이유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청·일 전쟁과 노·일 전쟁을 승리를 거둔 일본이 조선 침탈을 본격화했던 1907년 9월 조선의 어족자원을 조사해 수탈 자료 수집 목적으로 온 일본수산강습소 소속 실습선인 ‘쾌응환호(快應丸號)’가 좌초돼 3명이 조난(遭難)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 세운 ‘쾌응환호조난기념비(快應丸號遭難紀念碑)’다. 

 

포항제철소 전경.

호미곶면 구만리를 지나 발산리로 오는 동안 해는 서산으로 더 기울고 포스코의 포항제철소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 포항제철소는 1968년 포항제철(주)이 설립되면서 영일만을 매립해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중화학공업인 포항제철소가 1970년부터 1981년까지 세워지면서 1차산업인 농업 중심과 경공업 경제구조에서 철강과 자동차산업 등 중화학공업의 구조로 전환하는 계기가 이뤄졌다.

 

포항제철소 야경.

설립 당시에는 정부투자기관이었으나, 1981년에는 정부출자기관으로 됐으며, 1998년 조강생산 기준으로 세계 1위의 철강회사로 발돋움했다. 2000년 10월에 완전 민영화됐다. 2002년 3월에는 포항제철(주)가 (주)포스코로 이름을 바꾼 이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회사의 독립성은 의문이다.

 

너울파도.

아침부터 몰아치기 시작한 너울파도가 기세등등하게 바람을 몰고 오지만, 길을 걷는 나그네에게는 그저 시원한 미풍이다. 곳곳에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일제강점기의 잔재(殘滓)를 빨리 청산하라고 파도는 거세게 몰아치는데 아무도 못 알아듣는 것 같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날 어쩌란 말이냐” 청마 유치환의 시 ‘그리움’이 여기에서는 이상하게 각색이 된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일제 잔재는/뭍같이 까딱 않는데…/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영일대해수욕장의 아침.

어제 저녁 포항죽도시장에서 싱싱한 생선으로 반주를 하고 다시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영일대(迎日臺)해수욕장으로 나간다. 1975년 북부해수욕장으로 개장했으나, 2013년 6월 국토지리정보원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영일대해수욕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백사장 길이 1,750m, 폭 40∼70m로 동해안에서 제일 큰 해수욕장이다. 포항 도심권에 위치해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칠포해수욕장.

하얀 해당화.

이른 아침부터 수상제트스키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물살을 가른다. 백사장에는 어젯밤 폭죽놀이를 한 흔적들이 음식물쓰레기와 함께 주변을 어지럽힌다. 백사장에서 데크를 따라 약 100m쯤 걸어가면 대한민국의 최초 해상누각인 ‘영일대(迎日臺)가’ 있다. 이 누각에 올라서면 야경이 아름다웠던 포항제철소가 가까이 보인다.

 

영일대해수욕장을 벗어나면 흥해읍 칠포해수욕장이 나온다. 하루에 약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백사장은 왕모래가 많이 섞여 있고, 주변 갯바위에서는 낚시도 가능하다고 한다. 

 

칠포리마을과 해변.

경상북도가 칠포 유원지를 조성해 호텔, 노래방, 편의점, 샤워장, 주차장, 공공화장실 등의 각종 편의시설을 완공해 놓았다. 칠포해수욕장에서 해당화가 핀 고갯길을 넘으면 칠포리마을이 있는 칠포해안이 또 나온다.

 

소나무바위.

해안 남단에는 소나무가 바위 위에 핀 꽃처럼 독야청청(獨也靑靑)하다. ‘흥해(興海)’는 “항상 바다와 함께 흥한다”는 뜻이고, 칠포(七浦)는 수군만호전이 있던 곳으로 1870년(고종8년) 동래로 옮겨 가기 전까지 군사 요새로서 7개의 포대가 있는 성이라고 하여 ‘칠포성(七砲城)’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칠포(漆浦)’라고도 하는데, ‘옻나무가 많아서’라고도 하고 또는 해안의 바위와 바다색이 옻칠을 한 듯 검어서 연유한다고도 한다.

 

해오름전망대 전경.

마을을 가로지르는 칠포천을 건너 사다리 같은 계단을 오르면 해오름전망대가 나온다. 

 

해오름전망대.

해오름은 포항-울산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한 것을 계기로 포항·울산·경주 3개 도시가 함께하는 동맹의 이름이다. 이 세 도시는 모두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지역이면서 대한민국에 산업화를 일으킨 ‘산업의 해오름’ 지역이라는 점과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의 ‘해오름’이 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촛농(?)바위.

해오름전망대 아래에는 촛농이 녹아 쌓여 이뤄진 것 같은 바위가 바다에 발목을 담근 길을 따라가면 흥해읍 ‘오도리(烏島里)’가 나온다. 

 

오도리와 칠포리 경계해변.

오도리는 1914년 한가심이, 검댕이, 섬목과 같은 자연마을을 합해 오도(烏島)라 칭했다. 오도(烏島)는 원래 부둣가에서 100m 거리에 위치하며 3개의 커다랗고 질펀한 검정색 바위로 되어있는 바위섬인데, 마을이름은 여기에서 유래됐다. 한 가지 안쓰러운 것은 아직도 일제의 잔재인 부락(部落)이라는 용어를 안내판에 버젓이 쓰고 있는데 ‘마을’로 고쳤으면 한다.

 

인 스튜디오 촬영셋트장.

오도리 해변을 지나 펜션이 있는 언덕을 넘는다. 누렇게 익은 보리밭 건너에는 로마의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Colosseum) 같은 건물이 눈길을 끈다. 지나면서 살펴보니 ‘인 스튜디오 촬영셋트장’이다. 오솔길을 따라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오도리 해안이다. 해당화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어느 어촌과 다름없는 오도리 해변은 풍어를 기원한다.

 

송엽국.

오도리를 지나 청하면 청진리에 다다르니 어제부터 걸은 해변 대부분에는 화려하게 만발한 송엽국이 자태를 뽐냈는데 유독 이곳에서 눈에 들어온다. 휘황찬란한 꽃 색으로 발길이 멈춰지기도 한 송엽국(松葉菊)은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 왔는지는 모른다. 꽃잎이 솔잎처럼 날카롭고 꽃모양이 국화와 비슷하다고 송엽국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속명은 ‘람프란서스’라고 한다.

 

이가리해변.

청진1리 방파제 부근에는 연인바위가 있다. “선사시대 때 이 지역 부족장의 딸 해수기는 다른 부족과 오랜 전쟁에 패하여 여기 대곶이 해변으로 도망 오다가 추격군의 머리에 화살에 맞아 중상을 입는다. 이 광경을 본 마을 청년 무돌은 추격군을 물리치고 해수기를 구했지만, 다시 보낸 추격군의 포위에 100일 동안 저항하다 죽으면서 그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 입 맞추며 꼭 껴안은 채 바위로 굳어 연인의 영원한 사랑을 이루었다”는 전설바위다.

 

접시꽃.

흰색 붉은색 접시꽃이 핀 해안의 언덕을 지나면 청하면 이가리 해변이다. 해변에는 벌써 피서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숲에 둘러싸여 아늑한 해변에는 텐트가 들어섰고, 엄마 따라 나온 어린이들은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이 여물어 간다. 바다에 솟은 붉은색 바위는 어깨에 소나무를 심었다. 이가리해변을 지나면 월포해수욕장이 나온다. 

 

월포해수욕장.

월포해수욕장 맨발 걷기.

월파해수욕장은 물이 맑고 수심이 얕으며 주변에 민박이 가능하다.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곳으로 동물성 플랑크톤이 많아 꽁치와 놀래미가 많이 잡히던 곳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놀래미와 꽁치의 수가 많이 줄어들어 요즘은 보기 힘들다”고 낚시하던 주민이 말한다. 

 

붉은바위. 방파제와 갯바위에는 낚시꾼들이 많이 몰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새벽에는 일출이 장관이다. 해수욕을 하면서 조개를 잡을 수 있어 가족 단위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03-17 08:54:25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