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의병장 낙포 이종문 세운 ‘하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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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의병장 낙포 이종문 세운 ‘하목정’ 낙동강 천 삼백리길을 따라(26)
  • 기사등록 2022-12-11 09:51:18
  • 기사수정 2023-12-24 21: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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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지난번 도보 끝 지점이었던 동정천(同廷川)이 합류하는 낙동강은 변함없이 물 흐름이 느리고, 물이 멈춘 곳에는 녹조(綠藻)가 성하다.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왜물고(倭物庫)가 있어 성시를 이뤘던 왜관나루 아래로 흐르는 낙동강 변에는 그때를 기다리며 월견초(月見草)라 불리는 달맞이꽃이 활짝 반겨준다. 5월에 안동의 풍산을 지날 때는 금계국이 황금벌판을 이루더니 왜관에서 대구시 달성군으로 지나가는 8월의 강변에는 달맞이꽃이 노랗게 수(繡) 놓으며 가을을 기다린다.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 칠레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며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될 무렵에 들어왔다고 하여 일명 ‘해방초’라고도 부른다. 물가·길가·빈터에서 자라고 어린잎은 소가 먹지만 다 자란 잎은 먹지 않는다고 하며, 한방에서 뿌리를 감기나 인후염 약재로 쓰이고, 씨앗은 월견자(月見子)라고 한다. 기름을 짜면 ‘달맞이꽃종자유’로 당뇨와 고지혈증에 유용하다. 꽃말은 ‘기다림’이고 전국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


제67호 지방산업도로 변에는 왜관일반산업단지가 조성돼 공장들이 낙동강을 따라 도열한다. 1990년 3월부터 조성된 왜관산업단지는 기산면에 있는 농공단지와 함께 대구·구미의 국가산업단지와 더불어 내수 및 수출에 따른 생산 활동이 활발해 중소 도시의 지방 산업 발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교통·통신·물류 등 사회간접자본이 갖춰져 있어 지방 특작농산물과 연계한 산업 활동도 용이하다.


왜관산업단지 뒷산은 옛날부터 고려장을 했던 곳이라고 해서 ‘무덤산’ 또는 사투리로 ‘무지미산’이라고 불리었다. 실제로 1990년 산업단지 조성공사를 시작할 때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무덤과 상당한 유적과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고려시대 제기(祭器)가 많이 나와 주민들까지 ‘고려장(高麗葬) 터’로 믿어왔다. 불효죄가 역적죄만큼이나 엄했던 고려시대에 ‘늙은 부모를 생매장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 이는 일제강점기 때 무덤도굴을 합리화하기 위해 퍼트린 일제의 조작으로 밝혀지고 있다.


무덤산에서 서쪽으로 강 건너 멀리 마주 보이는 곳은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로 세종대왕자태실(世宗大王子胎室, 사적 제444호)이 있는 곳이다. 1438년(세종 20)에서 1442년(세종 24) 사이에 조성된 태실로, 세종의 적서(嫡庶) 18왕자와 세손 단종의 태실 1기를 합쳐 모두 19기로 조성됐다. 이 태실이 자리 잡은 태봉(胎奉)은 당초 성주이씨의 중시조 이장경(李長庚)의 묘가 있었던 곳이었으나, 왕실에서 이곳에 태실을 쓰면서 묘를 이장하도록 하고 태를 안치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를 흐르는 낙동강은 생과 사의 숭고한 운명을 함께하는 묘한 기운이 흐르는데, 가까이 와 있으면서도 두 장소를 가보지 못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야 하는 심사가 안타깝다.


칠곡군을 벗어나면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 묘리라는 곳인데, 이곳은 지난달에 찾아봤던 ‘사육신 중에서 유일하게 후손을 둔’ 박팽년(朴彭年)의 후손들이 세거(世居)하는 곳이고 유신사가 있는 곳이다.


데크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오면 하빈면 하신리에 있는 하목정이 나온다. 하목정(霞鶩亭)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 낙포 이종문(洛浦 李宗文)이 1604년(선조 37)에 세운 것이다. 霞鶩亭(하목정)이란 정호는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이곳에 머문 적이 있어 그 인연으로 이종문의 장남 이지영에게 직접 써 주었다고 한다. 일반 백성들의 주택에는 서까래 위에 덧서까래인 부연(附椽)을 달지 않는 것이 관례였으나, 인조의 명으로 부연을 달았다고 한다.


                                   ▲하목정.


하목정은 대구광역시유형문화재 제36호로 지정된 앞면 4칸·옆면 2칸 규모다.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집이다. 사랑채로 이용됐던 이 집은 전체적으로 T자형 구조로 되어 있어 처마곡선도 부채 모양의 곡선으로 처리됐다. 정자 주변에는 석류와 배롱나무 붉은 꽃이 한창이고 뒤로는 정자보다 높은 곳에 사당이 있다. 내부에는 김명석·남용익 등 많은 유명인들이 쓴 시의 편액이 걸려있다.


                             ▲인조가 써준 하목정.


어젯밤 자정 무렵에 도착한 숙소에서 눈을 뜨며 새벽바람을 쐬러 나왔더니 바로 옆에 하목정이 있어 몇 방울 떨어지는 빗속을 뚫고 미리 구경했었다. 하목정이란 이름은 정자 아래로 흐르는 낙동강에 오리들이 아침 안개를 가르고 나르는 모습이 연상되지만, 현재는 물길이 바뀌고 대구와 성주를 연결하는 국도 제30호의 성주대교가 개통돼 옛 풍경은 멀어져 갔다. 대신 앞마당에 핀 상사화처럼 만날 수 없는 옛날만 그리워한다.


성주대교(星州大橋)가 있는 낙동강 변에는 예로부터 달성군 하빈면 하산리에서 성주대교 북쪽으로 인접한 성주군 선남면 소학리를 연결하는 ‘하산 나루(하목정 나루)’가 있었다. 이곳에 1975년 성주대교가 길이 1050m, 총 폭 8.5m, 유효 폭 7m, 높이 10m로 건설돼 대구∼성주 간의 거리를 16㎞ 단축했다. 교통량이 늘어남에 따라 1995년 기존 다리에서 남쪽으로 약 10m의 간격을 두고 왕복 2차선의 다리가 새롭게 놓였다.


                                         ▲하빈천.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할 때 홍해를 가르듯이 무성한 억새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다시 하천을 따라간다. 수변에는 하빈지구 공원이 있다고 하는데, 수초에 가려 눈에는 잘 보이질 않고 칠곡군 지천면 송정리 장원봉(壯元峰, 370.2m)에서 발원하는 하빈천과 만난다.


하빈천(河濱川)은 물길이 달성군 하빈면을 관통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유로 길이는 약12㎞이고 유역 면적은 12.36㎢이다. 강정보가 가깝게 보이고 하빈천이 낙동강과 합류할 때 오전도 지나간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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