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낙동강하굿둑’ 건설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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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낙동강하굿둑’ 건설의 명암 낙동강 천 삼백리길을 따라(46)
  • 기사등록 2023-02-19 08:01:01
  • 기사수정 2023-12-24 08: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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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괘법동 강 건너 김해국제공항으로는 겨울비 내리는 궂은 날에도 착륙하는 비행기가 꼬리를 잇는다. 괘법동(掛法洞)은 1914년 일제강점기 때 괘내리(掛乃里)와 창법리(昌法里)를 합치면서 형성된 지명이다.


괘내리는 마을 앞 나루터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는 갯가라 ‘냇물이 괴어 있는 동네’라는 뜻에서 ‘괸내’라 부르던 것이 괘내(掛乃)가 됐다고 하며, 창법리는 조선 후기 고지도에 나타나는 나루터 지명인 창진리(倉津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감전동의 옛 명칭은 ‘감동(甘東)’이며, ‘감동촌(甘東村)’ 또는 ‘감동리(甘東里)’라고 불렸다. 감동의 어원은 검도·검터이며, ‘감(甘)’은 신(神)을 뜻한다. 이러한 감전동(甘田洞)에 일찍이 배가 드나들어 주막과 횟집이 많았으며, 한때는 부산의 윤락촌으로 유명했다. 지금은 사상구청과 북부산세무서등 관공서가 자리 잡았다. 중고차 매매시장, 청과물을 취급하는 새벽시장 등이 있어 도로주소명도 ‘새벽시장로’로 명명됐다.


엄궁(嚴弓)이라는 동명은 신성한 신(神)의 마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궁(弓)’은 이 지역이 고대부터 낙동강변의 요지로서 무(武)를 강조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엄궁동 내수면어업선착장.


옛날 엄궁동 지역은 산을 등지고 있어 해 뜨는 시간이 늦고 겨울에는 낙동강의 세찬 바람이 불어와 주거지역으로는 부적합해 빈곤한 마을이었다. 부산시에 편입되고, 사상공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마을이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도 강변에는 내수면어업을 하는 선착장이 있다.


빗발이 더 강해질 때 엄궁동을 지나 사하구 하단동으로 진입한다. 멀리 낙동강하굿둑이 가물거리고, 오리와 가마우지 등 물새들도 빗방울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자맥질을 한다. 하단동의 하단(下端)은 ‘낙동강의 끝’이라는 의미다. 원래 동래군 소속이었는데, 1942년에 부산부로 편입됐다. 1957년에 서구 소속으로 됐다가 1983년에 사하구 관할이 됐다. 관내에는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와 낙동강 하굿둑사무소, 낙동강 홍수통제소가 있다.


                                  ▲낙동강하굿둑.


바다 짠물의 유입을 막기 위해 건설된 낙동강 하굿둑은 하단동과 강서구 명지동 사이의 낙동강 하구를 막은 총 연장 2.4㎞의 둑으로 1983년 착공해 1987년 준공됐다. 하굿둑 건설은 부산시민 식수원 확보에 도움이 됐고, 부산∼진해 간 거리를 10㎞ 단축했다. 김해평야의 해수 피해는 막을 수 있게 됐으나, 하굿둑이 들어서면서 물의 흐름이 막히고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돼 을숙도의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기능을 상실했다.


물은 계곡을 따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흐르면서 다른 샛강들의 물을 받아들여 더 큰 몸짓으로 조용히 바다로 들어간다. 이렇게 흘러 들어가면서 강물은 하구(河口)에서 바닷물을 만나는데 이곳이 기수역(汽水域)이다. 이곳에서 바닷물은 먼 여행에서 돌아오는 민물을 따뜻하게 맞이하면서 바다로 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의 장이며, 서로 소통하는 공간이다.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살아가는 생물들의 상호 적응하는 교육의 장이며 쉼터다. 먼 바다로 나가서 산란하는 뱀장어나 연안 바다에서 산란하는 참게 등은 바다로 나가기 전에 바다에 적응하고, 숭어나 황어, 황복, 우어, 연어 등은 산란을 위해 민물로 들어오기 전에 민물에 대한 적응을 하면서 들어온다. 그래서 기수역은 해양생물과 민물생물의 교류의 장이며, 생태계의 보고다.


                               ▲하굿둑 준공 기념탑.


하굿둑으로 이러한 기능을 하는 기수역이 사라지면서 육지의 생명들은 더 넓은 세상인 바다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막혀 버렸다. 그리고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세상만 좁다고 탓만 한다. 기수역은 경제적 생태적 가치로 볼 때 경작지 환경의 250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스스로도 마음의 완충지대인 기수역을 만들어 점점 확대해 나간다면 바깥세상과 교류하는 폭과 이해하는 깊이도 더 나아지고, 차단된 세상보다 정서적이나 사회적·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상승효과가 있을 것 같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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