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낙동강과 반변천 만나는 ‘정하동’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낙동강과 반변천 만나는 ‘정하동’ 낙동강 천 삼백리길을 따라(13)
  • 기사등록 2022-10-29 08:59:18
  • 기사수정 2023-12-23 23:49:46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임청각을 나와 다시 낙동강을 따라 걷는다. 법흥교 아래로 내려와 하류 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낙동강이 반변천과 만나는 지점이 정하동(亭下洞)이다.


영양군 일월산(日月山, 1211m)에서 발원한 반변천(半邊川)은 영양읍 북쪽에서 장군천(將軍川)과 합류해 영양군과 청송군을 거쳐 흐른다. 안동시에서 임하댐에 머물다가 낙동강과 합류한다. 조선시대에는 ‘신한천(神漢川)’이라고 했으며, 영양 읍내를 흐를 때 강변이 반으로 줄어들어 반변천이 됐다고 한다.


                       ▲낙동강과 반면천 합류지점.


정하동(亭下洞)에 있는 영호루(映湖樓)는 밀양의 영남루(嶺南樓), 진주의 촉석루(矗石樓), 남원의 광한루(廣寒樓)와 함께 한강 이남의 4대 누각으로 꼽힌다. 영호루가 전국적인 명소로 알려지게 된 것은 1361년(공민왕 10) 10월 홍건적 침입했을 때 공민왕이 안동으로 몽진해 자주 영호루에 나아가 군사훈련을 참관하고 군령을 내리면서 마음을 달랜 곳이다. 홍건적이 물러나고 개경으로 환도한 후에 친히 ‘영호루(映湖樓)’ 석 자를 써서 하사했다고 한다.


                                        ▲영호루.


영호루의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으나, 다만 고려 때 장군 김방경(金方慶)이 1274년(원종 15) 일본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에 영호루에서 시를 지은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수 차례 수마에 휩쓸려 유실과 복원을 거듭하다가 1934년 갑술년 대홍수 때 완전 유실된 것을 1970년 안동시민들의 모금과 국비 등으로 옛 영호루 자리에서 강 건너편인 현재 위치에 철근 콘크리트로 한식 누각을 새로 지었다.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의 팔작지붕으로 북쪽 면에는 공민왕의 편액을 걸었고, 남쪽 면에는 당시 대통령인 박정희의 한글편액 ‘영호루’를 걸었다. 내부에는 갑술년 홍수 때 유실됐다가 회수한 편액들편과 새로 복원한 편액들을 게판(揭板)했다. 현재 게시돼 있는 시판은 12점이고, 제영(題詠) 1점과 현판 2점이 있다. 누각 중앙의 ‘낙동상류 영좌명루(洛東上流 嶺左名樓)’라는 글씨는 1820년(순조 20)에 안동부사 김학순(金學淳)이 썼다고 한다.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은데 느끼고 볼거리들이 많아서 그런지 오전이 후딱 지나간다. 안동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삶은 닭에 온갖 채소와 양념을 섞어 졸여서 만든 요리인 안동명물 ‘찜닭’으로 허기를 채우고, 안동지역 예안이씨(禮安李氏)의 효(孝)와 형제간의 우애(友愛)를 상징하는 안동시 풍산읍 상리리에 있는 조선 후기 정자인 체화정(경북유형문화재 제200호)으로 잠시 이동한다.


체화정(棣華亭)은 1761년(영조37)에 진사 이민적(李敏迪, 1702∼1763)이 학문을 닦기 위해 건립했다. 그 후 순조가 효자 정려(旌閭)를 내린 바 있는 용눌재 이한오(慵訥齋 李漢伍)가 노모를 체화정에 모셔 효도했으며, 이민적이 형 옥봉 이민정과 함께 살면서 우애를 다지던 장소였다고 한다.


                            ▲체화정과 세 개의 인공섬.


정자 앞 연못 체화지(棣華池)의 세 개의 섬은 방장(方丈)·봉래(蓬萊)·영주(瀛州)의 삼신산(三神山)을 상징하며, 산앵두나무의 꽃을 뜻하는 ‘체화’란 형제간의 화목과 우애를 상징하는 것으로 ‘시경(詩經)’에서 그 의미를 따왔다고 한다.


강 건너로 영호루가 훤히 보이는 낙동강 변에서 다시 오후 일정을 시작한다.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다가 옥수교를 건너서 안동시 수하동으로 들어선다.


옥수교(玉水橋)는 안동시 옥동(玉洞)과 수하동(水下洞)을 잇는 다리로 길이가 384m이며 유효 폭 8m, 다리 높이 11m다. 옥동은 옛날 안동도호부 시절 옥(獄)이 있던 곳이었는데, ‘옥(獄)’이 ‘옥(玉)’으로 변해 안동의 강남으로 떠오르는 곳이라고 한다. 수하동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안동시 교외 지역이 되어 골재공장을 비롯한 많은 공장들이 들어서 있다.


옥동과 수하동은 낙동강이 ‘S’자로 흐르면서 강을 사이에 두고 맞물리는 형국으로 마주 보고 있다. 수하동에는 중앙선 복선전철공사가 한창이고, 굽이쳐 흐르는 강물은 보에서 힘을 모았다가 더 큰 힘으로 세월을 박차고 나간다. 수하동에 있는 안동시수질환경사업소도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쉼 없이 돌아간다.


강변을 따라가던 길이 갑자기 산으로 향한다. 올라가는 길옆에는 이미 꽃이 진 할미꽃이 꽃술만 내민 채 군락을 이룬다. 힘겹게 올라간 언덕의 정점에는 안동시광역매립장이 넓게 자리한다. 요즈음은 쓰레기도 그냥 버리는 게 아니고 다시 재이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자원이다. 그래서 쓰레기를 ‘폐기물(廢棄物)’이라고 하지 않고 ‘순환자원(循環資源)’이라고 부른다.


매립장에서 또 다른 고개를 넘어 안동시 남후면 개곡리(皆谷里)에서 세 번째 여정을 마무리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2-10-29 08:59:18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