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옥황상제 딸 노닐던 ‘옥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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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옥황상제 딸 노닐던 ‘옥녀봉’ 금강 천리 길을 걷노라면(21)
  • 기사등록 2023-05-07 09:22:55
  • 기사수정 2023-12-24 08: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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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견훤왕릉을 보고 돌아서는데 ‘금곡1리 서재필박사 본가마을’이라는 표지석이 눈에 확 들어온다. 조선의 근대화에 앞장섰던 서재필(徐載弼, 1864년 1월∼1951년 1월)은 전남 보성 외가에서 태어났지만, 얼마 안 있어서 충남 논산시 구자곡면 본가로 와서 성장했다고 한다.


일곱 살에 서울로 올라와 김옥균 박영효 등 개화파와 교유하며 영향을 받아 21살의 나이에 갑신정변을 주도했으나, 실패로 이곳에 살던 일가친척들이 비운을 겪었다. 이후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독립협회를 창설했다. 임시정부의 구미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나, 그 후 행적은 묘연하다.


다시 조금 더 올라가 논산시 부적면에 있는 계백장군(階伯將軍) 묘역으로 바삐 움직인다. 계백은 ‘5천 결사대’로 5만의 신라군과 맞서 싸우다가 장열하게 전사한 백제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패전국의 장군으로 이곳 수락산 기슭에 오래전부터 ‘계백장군 묘’ 또는 ‘백제의총’으로 구전돼 오던 큰 무덤이었다.


1965년 백제문화 되찾기 운동의 하나로 이 무덤을 계백장군의 무덤으로 인정해 충남 지방기념물 제74호로 지정, 정비했다. 묘역에는 매년 4월에 제향을 모시는 충장사(2005년 건립)가 있고, 백제의 군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백제군사박물관이 준비돼 있다.


오늘의 출발지인 강경으로 오는 길목에는 강경천이 있고, 강경읍과 채운면의 경계지점에서 하얀 억새꽃이 만발한 하천 길을 따라 약1㎞쯤 제방 밑에 옛날 전라도와 충청도를 연결하는 미내다리가 나온다. 재료는 화강암으로 길이 30m, 폭 2.8m, 높이 4.5m로 3개의 홍예로 되어 있다. 처음에는 평교(平橋)였으나, 1731년(영조 7년)에 충청도 강경과 황산, 전라도 여산사람들이 재물을 모아 축조한 다리로 삼남지방에서는 제일 큰 다리였다고 한다.


                                 ▲미내다리.


이 다리에 관한 것은 은진미교비(恩津渼橋碑)에 기록돼 있는데, 지금은 국립부여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다리 난간 밖으로 호랑이 머리가 선각(線刻)돼 있고, 홍예의 정상부위에는 용머리가 새겨져 있다. 미내다리 천정에는 돌 틈에서 새어 나오는 석간수(石間水)의 영향인지 돌고드름이 석순(石筍)처럼 자라는 것 같다. 그러나 분명 강경천을 건너던 교량이었을 텐데, 왜 지금의 제방 밑으로 와있는지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옥녀봉 올라가는 길.


바쁘게 강경에 도착해 옥녀봉에 오른다. “옥녀봉 아래로 흐르는 물이 맑았고, 숲이 우거져 있다. 사방으로 펼쳐진 넓은 들은 경치가 좋아 옥황상제의 딸이 노닐다가 끝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었다”고 해서 강경산이 옥녀봉으로 됐다는 전설이 있다. 바로 밑으로 강경천이 금강과 합류하는 지점이 보이고, 강경시내와 들녘 건너 논산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송재정.


옥녀봉은 논산 8경 중 한 곳으로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송재정(松齋亭)이 있고 옆에는 봉수대가 있다. 조금 밑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침례교회 예배당인 초가집이 있는데, 성지순례지로 지정돼 찾아오는 이가 많다. 강변 쪽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곰바위와 강경포구의 조석간만의 원인과 시각 등을 바위에 기록한 해조문(解潮文)이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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