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신선이 사는 별천지 ‘소라동천’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신선이 사는 별천지 ‘소라동천’ 낙동강 천 삼백리길을 따라(5)
  • 기사등록 2022-10-01 09:21:45
  • 기사수정 2023-12-23 07:58:59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낙동강이 중앙으로 흘러’ 마을 이름이 된 분천(汾川). 수년 전 찾아와 구경하며 주민 한 분에게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살림에 많은 도움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웬걸 반대로 말씀 하신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했었으나, 열차의 도착과 출발시간이 밥때와 서로 다르고, 머무는 시간이 짧아 마을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들이 머물면서 동네가 시끄럽고 쓰레기만 늘어나 쓸데없는 비용만 증가한다”고 푸념하신다.


                         ▲분천역 뒷산의 성황당


풍차가 돌아가는 분천 산타마을에서 철길로 빨리 가려고 욕심을 부렸더니 주민이 “철길로 가는 것은 위험해서 절대 안 되니 돌아가라”며 고함을 친다. 철길에서 내려와 주민께서 알려준 데로 우회하니 낙동강 따라 아주 훌륭한 길이 준비돼 있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흐르는 물소리가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신 주민 목소리와 어우러져 영혼을 깨운다. 분천역 산등성이에 있는 성황당도 길을 나서는 나그네의 안전을 빌어준다.


분천에서 춘양으로 가는 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오지였다. 이 길을 우리네 옛사람들은 머릿 짐 또는 등짐을 지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넜던 고된 삶의 현장으로 길 이름도 ‘보부상길’ 이다. 그러나 지금은 팍팍한 도시사람들의 삶을 오히려 위로하고 있어 주니 세상이 변해도 한참 변한 것 같다. 보부상들이 험한 산길을 넘을 때 다리가 없는 바지개를 지고 넘었을 그 길을 우리는 배낭을 메고 콧노래를 부르며 한발 한발 걸음을 뗀다.


수질오염 상시 감시 봉화측정소를 지나 풍애교를 건너 물길 따라 평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풍애마을 뒷산 데크가 설치된 벼룻길로 접어든다. 초기 낙동강 트레일 탐사자들은 풍애 철도터널을 통과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도 했다는데. 이제는 이 길이 대신한다. 혹시 바람이 만든 벼랑이라 ‘풍애(風崖)’라 표시했는지 모르지만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길목은 세찬 바람만큼 숨이 차다. 높이 올라갈수록 강물은 멀리 보이고 가까이 갈수록 물여울은 봄노래를 부른다.


                                        ▲도호성.


휘돌아 가는 도호마을에는 최근에 꾸며 놓은 도호성이 나온다. 아마 이곳에도 고대 부족국가시대에 여러 소왕국들이 존재했던 것 같다. 조선 때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의하면 “소라국은 춘양 옛 현의 남쪽에 있었고, 수구(水口)가 소라국 터에 남아 있다”고 한다.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자리로 구전되는 이곳 도호는 석포면의 섭계, 안동의 하회와 더불어 3대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소라국(召羅國)은 신라6대 지마(祗摩)왕에 의해 멸망한 고대국가로 고려 때는 소라부곡이었다. 봉화현의 동쪽 경계로 넘어 들어가는 곳이라고 김정호의 대동여지지(大東輿地誌)에 전한다. 지금의 춘양면 법전면 소천면 일부가 소라국에 해당된다. 소라동천은 고대 소라왕국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동천(洞天)은 ‘하늘에 잇닿음 또는 신선(神仙)이 사는 곳’을 말한다.


                                  ▲소라동천 안내판.


“소라국은 신선이 사는 별천지(召羅洞天 소라동천), 사람을 살리는 마을(活人之洞 활인지동)이며, 세상에서 찾는 길한 땅(世求吉地 세구길지)으로, 이를 아는 사람들은 들어간다(有知可入 유지가입)” 신라 승려가 암각으로 글씨를 새겼다는 바위는 흐르는 물을 가로막은 한여울소수력발전소 취수보 아래에 있다고 하는데, 안내판만 확인한다.


강변의 우뚝 솟은 바위는 소나무들의 동천이로다. 언제 어떻게 뿌리를 내렸는지 지나간 긴 세월 동안 바위와 때론 싸우고 때론 사랑하며 모진 세월을 비비며 지냈으리라. 그 옛날 화전을 일구었던 밭에는 사과나무가 열을 지어 봄맞이한다. 철로변의 낙석을 막으려는 심산인지 현동역으로 이어지는 철길은 원형터널들이 줄지어 서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2-10-01 09:21:45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