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산자분수령’, 선조들 자연관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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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산자분수령’, 선조들 자연관 여정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8)
  • 기사등록 2022-01-02 0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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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협곡(峽谷)을 빠져나온 하천은 시야가 다소 넓어진다. 하천의 폭이 넓어지고 너른 수중보가 보이기도 하며 제법 넓은 전답(田畓)을 거느린 들판도 보인다. 도로만 걷다가 모처럼 하천 둑으로 걸어본다.



▲음지마을 장승.


얼마를 걸었을까. 머리에 고랭지배추를 이고 서있는 장승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 나무장승은 ‘음지마을’의 이정표였으나 마을표시는 떨어져 나갔으며 앞뒤로 양면(兩面)을 하고 있어 발길이 멈춰진다.



▲감자저장고.


문래리 국도변에는 감자개량저장고가 눈에 들어온다. 정선군에서 해마다 ‘임계면 감자축제’가 8월에 열리며, 정선군을 전국적인 감자특산지로 부각시키고 감자의 다양한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추진된 축제다. 임계면체육회 주관으로 1997년부터 매년 8월 열린다. 감자 캐기, 감자 깎기, 감자 정량달기, 감자 많이 먹기, 감자요리대회 및 시식회 등 감자를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문래리를 지나면 용산리(龍山里)다. 옛날에 용소에서 용이 등천했다고 해서 유래가 된 용산리는 골지천이 마을 중심을 굽이굽이 흐른다. 자연마을로는 달탄, 중구평, 위령이 등이 있다. 달탄은 마을 모양이 반달형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달탄’ 혹이 ‘월탄’이라고 부른다. 중구평은 논으로 된 평지 들판과 밭으로 된 경사가 진 언덕 들판으로 마치 계단식처럼 형성됐는데 옛날에는 들판 중간의 언덕 기슭으로 지나다니게 됐으므로 들판 사이 길이란 의미란다.




▲골지천과 용산리.


멀리 임계면 용산리 산에서는 산봉우리의 피복을 짐승의 가죽을 벗긴 것처럼 속살을 내놓고 신음한다. 자연(自然)은 수많은 사람들이 할퀴고 다녀도 아프다는 말이 없다. 그 긴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잘 모르고, 잔잔한 파장의 의미마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무덤 같이 조용한 고요함이 지닌 뜻도 모르고 있다. 다만 내 살가죽이 벗겨 나간 것처럼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강을 따라 걷다보면 간혹 정면으로 큰 산이 앞을 가로 막는 경우가 있어서 흐르는 물이 어떻게 저 산을 비켜갈까? 하는 우문(愚問)이 머리를 스칠 때가 있다. 그러나 물은 아무 말 없이 실천으로 현답(賢答)한다. 앞을 가로 막는다고 절대로 성내지 아니하면서 스스로 길을 찾아 아래로 흘러간다.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은 우리 선조들의 자연관(自然觀)이다. 그래서 흐르는 물에 마음의 종이배를 띄워 천 삼백리 길 한강의 첫 여정을 함께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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