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자린고비’에 담긴 조륵의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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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자린고비’에 담긴 조륵의 선행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29)
  • 기사등록 2022-03-19 03:13:08
  • 기사수정 2023-12-23 16: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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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처마 밑에 제비집이 있는 식당에서 오전을 마무리하고 청풍문화재단지로 이동하기 위해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이용한다.


                                      ▲장회나루.


장회(長淮)나루는 옛날부터 구담봉(龜潭峰)과 옥순봉(玉筍峰)을 보기 위해 배를 띄우던 곳이다. 지금도 구담봉과 옥순봉은 도담삼봉(島潭三峰)과 더불어 유람선을 타고 뱃길로 돌아볼 수 있다. 충주호 월악에서 단양까지 오르내리는 유람선이 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곳 여울은 남한강에서도 급류가 심한 곳으로 배와 뗏목들이 무진 애를 먹던 곳으로 ‘자린고비’ 이야기의 무대다.


조선 영조 때 충북 음성에는 ‘조륵’이라는 구두쇠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파리 한 마리가 장을 빨아먹고 달아나자 조륵은 파리를 쫓아 이곳 옥순봉 장회리까지 왔으나, 파리가 강을 건너 달아나 버린다. 그는 안타까운 심정에 “장이다, 장이 날아간다!”고 외쳤다. 파리가 훔쳐간 장이 무척이나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조륵은 평생 구두쇠로 모은 돈을 나중에 모두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썼다고 한다. 그러자 그가 죽은 뒤에 나라에서는 그의 착한 행적을 기려 자애롭고 인자한 사람이란 뜻으로 ‘자인비(慈仁碑)’를 세워 주었다. 자인비가 ‘자린비’가 되고, 다시 오래된 비석이란 뜻에서 옛 고(古)자를 붙여 ‘자린고비’라고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가 외치던 장이라는 말에서 따 그 지역을 ‘장회’라고 불렀다고 한다.


                                       ▲구담봉.


뱃고동소리 울리며 배가 출발하면 퇴계와 두향이의 로맨스를 말없이 지켜보던 구담봉이 병풍처럼 보인다. 명승(제46호 2008년 9월)으로 지정된 구담봉(龜潭峰, 373m)은 단양팔경에 속하는 산으로 물속에 비친 바위가 거북 무늬를 띠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 인종 때 백의재상 이지번이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했는데, 푸른 소를 타고 강산을 청유하며 칡덩굴을 구담의 양안에 매고 비학을 만들어 타고 왕래하니 사람들이 이를 보고 ‘신선’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옥순봉.


구담봉을 휘돌아 나가면 옥순봉이다. 명승(제48호 2008년 9월)으로 지정된 옥순봉(玉筍峰, 283m)도 기암으로 이뤄진 봉우리의 경관이 뛰어나 소금강이라고도 한다. 희고 푸른 여러 개의 봉우리가 마치 대나무 싹과 같다고 해서 옥순봉이라고 이름 붙였다. 기암괴석이 거대한 병풍처럼 펼쳐지면서 충주호와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을 연출한다. 원래는 청풍군에 속했으나, 조선초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재직하던 때 돌 벽에 ‘단구동문(丹丘東門)’이라는 글을 암각해 이곳이 단양의 관문이 됐다고 전해진다.


북쪽으로 제천시와 단양군 적성면과 경계를 이루는 금수산이 굽어본다. 금수산(錦繡山, 1015.8m)은 원래 백암산(白巖山)이라 불렸는데 이황(李滉)이 단양군수로 재임할 때 ‘그 경치가 비단에 수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해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했다. 산기슭에는 푸른 숲이 우거져 있는데,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다워 북벽·온달산성·다리안산·칠성암·일광굴·죽령폭포·구봉팔문과 함께 제2의 단양팔경로 꼽힌다.


유람선은 미끄러지듯 청풍호를 가로질러 청풍나루로 들어선다. 청풍호(淸風湖)는 1985년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인공적으로 조성된 호수인데 제천과 충주에 걸쳐있는 넓은 호수로 제천지역에 해당되는 곳을 청풍호, 충주지역에 속하는 곳은 충주호(忠州湖)라고 부른다. 청풍호가 있는 곳은 예전에 청풍강으로 불렀던 강이며 강 주변에 있는 마을은 모두 수몰됐다. 호수의 주변은 풍광이 뛰어나 우리나라 중부 최대의 관광지를 이룬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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