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돌 많은 마을 봉화군 ‘석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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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돌 많은 마을 봉화군 ‘석포’ 낙동강 천 삼백리길을 따라(3)
  • 기사등록 2022-09-24 08:10:27
  • 기사수정 2023-12-23 23: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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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백두대간의 중심’ 석포면은 봉화군의 북동쪽에 위치한 오지다. 원래 소천면에 속한 리(里)였으나, 1963년에 설치된 석포출장소가 1983년 울진군 서면의 전곡리 일부를 포함해 석포면(石浦面)으로 승격·독립했다. 석포역은 1956년 영암선(영주∼철암)이 개통되면서 보통역으로 업무를 개시했고, 1970년대 아연제련소가 생기면서 ‘돌이 많은 마을 석포’가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다.


                         ▲백두대간의 중심 희망석포.


옛날에는 이 지역에 100여 개의 아연 등 비철금속 광산과 제련소들이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영풍 석포제련소 한 곳 뿐으로, 마땅한 먹거리가 없는 이곳 사람들은 석포제련소에 생계를 의탁하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연간 아연생산량이 36만톤으로 단일사업장 생산능력은 세계 4위이며, 계열회사인 온산 고려아연제련소는 연산 55만톤으로 세계 1위다.


                             ▲석포제련소의 수증기.


제련소 주변에는 하얗게 뿜어 나오는 것은 ‘수증기’라고 유난히도 크게 표시해 놓았다. 아마 제련소의 특성상 연기가 많이 배출되고, 그 속에는 분진과 매연, 그리고 독극물인 비소(As), 중금속인 카드뮴(Cd) 납(Pb) 수은(Hg) 등이 함께 한다. 이를 잡아내기 위해 집진시설(集塵施設)을 가동하면서 뜨거운 연기에 물을 분사해서 생기는 것이 수증기며, 연기 대신 밖으로 나온다.


낙동강은 석포역과 제련소 사이를 감싸고돌아 아래로 흐른다. 주변 산에는 나무들이 숲을 이루지 못하고 심한 열병을 앓은 사람 머리처럼 나무가 듬성듬성하거나 아예 말라 죽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러나 제련소구역을 빠져나가면 깊은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마치 잠든 영혼을 조용히 깨우는 것 같다. 계곡의 고요함은 석가모니나 공자나 예수가 현세에 강림하신다면 꼭 이 길을 걸으면서 세상의 모든 근심을 생각했으리라.


길옆의 잘 자란 자작나무 분가루로 얼굴에 분칠도 해본다. 자작나무는 섭씨 영하 20∼30도의 혹한에서도 잘 자란다고 한다. 표피에는 종이처럼 얇은 껍질들이 겹겹이 쌓이고 기름기가 하얀 분가루처럼 축적이 되어 추위를 이겨낸다. 불이 잘 붙어 불쏘시개로 사용하고 타는 소리가 ‘자작자작’ 난다고 해서 자작나무라고 한단다. 결혼식 때 쓰는 화혼(華婚)도 자작나무 불꽃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목질이 좋아 가구 등 목재로 널리 사용하며, 표피는 종이대용으로 많이 사용됐다.


                              ▲낙동강 변의 자작나무.


굴현교 아래로 잔설(殘雪)을 녹이며 흐르는 물소리는 걷는 걸음에 박자를 맞추고 작은 여울도 만든다. 강 건너 영동선에는 V트레일 기차가 기적을 울리고, 강물도 좁은 협곡을 어렵게 빠져나간다. 결둔교 부근에는 산비탈을 일궈 만든 밭만 보이고 한 평의 논도 안 보이는 협곡에 ‘구두들’이라는 지명이 정겹다. V는 이곳 지역이 협곡으로 고개를 높이 쳐들어야 하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같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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