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퇴계 이황·기생 두향의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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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퇴계 이황·기생 두향의 ‘사랑이야기’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28)
  • 기사등록 2022-03-13 08:16:35
  • 기사수정 2023-12-24 19: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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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단성면 상방리마을로 흐르는 단양천 우화교(羽化橋)를 건너간다. 한강수계에 속하는 단양천(丹陽川)은 유로연장 22㎞의 지방(2급)하천이다. 상류에 단양팔경에 속하는 상선암·중선암·하선암의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지는 곳이다.


우화교는 1753년(영조29) 단양군수 이기중(李箕重)이 세운 무지개모양의 홍예교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다리 옆에 우화교비(羽化橋碑)를 세웠다. 소실과 건설이 반복돼 한때 목교(木橋)로 건설했으나,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철근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있다.


우화교를 건너 쑥고개로 올라서면 단성면 중방리로 남한강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옛단양뉴타운’지역이다. 처음에는 충주호 수몰민을 위해 새로 조성한 마을인 줄 알았는데, 귀농을 희망하는 도시인이나 단양 거주 농업인, 부모의 농업을 승계할 도시거주 자녀, 농산물가공유통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정부지원 조성 전원마을이다. 이 뉴타운에는 대지 330㎡에 99㎡, 82.5㎡ 규모주택 100동이 들어서 2013년에 준공됐다. 이 마을은 전북 장수와 고창, 전남 장성과 화순 등과 함께 농어촌뉴타운 사업대상지로 선정됐다고 한다.


                          ▲충주댐 안의 수중보.


옛단양뉴타운을 지나 남한강을 따라 내려가는데 호수 가운데에 수중보가 보인다. 보(洑)는 수위를 높이고 필요한 수량(水量)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로막아 만드는 것이 보통인데, 충주댐으로 담수돼 있는 곳에 보를 설치한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먼 거리에서 보여 부대시설(소수력발전 등)을 파악할 수 없으나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이 간다.


북쪽 적성면의 말목산(710m)과 남쪽 단성면의 제비봉(721m)이 마주보며 자웅을 이루고 그 사이로 남한강이 용소(龍沼)를 이루며 유유히 흐른다. 금수산이 남한강을 향해 종으로 달리다가 천 길 낭떠러지를 이루며 펼쳐진 말목산과 장수들이 쓰는 투구와 비슷해 부쳐진 투구봉과 강물이 굽이쳐 흐르다 큰 소(沼)를 만든 용수구미동에는 지세와 관련된 ‘투구봉의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투구봉 아랫마을에 사는 인동 장씨 집성촌 종갓집에 건장한 아이가 태어났는데, 삼칠일(21일)만에 시렁(선반)에 올라 사람을 놀라게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도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장사로 성장해 기쁨보다는 한숨만 깊어졌다. 이런 아이를 보며 종가의 어른들은 아이를 죽이기로 결정하고 아이의 겨드랑이 비늘을 잡아당겨 긴 날개를 뽑아 아이가 죽자, 말목산에서 용마 한 필이 나타나 길길이 뛰면서 울어대었고, 용수구미에서는 용 한 마리가 나와 슬피 울다가 승천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단성면 외중방리 얼음골을 지나자 장회고개가 지루하고 길게 늘어선다. 고갯마루를 지나면 외중방리에서 장회리로 바뀐다. 장회리(長淮里)도 주택 72호가 평화롭게 살던 마을이었는데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됐다.


                        ▲퇴계와 거문고 타는 두향.


강 건너 강선대자리 위에는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과 애절한 사랑을 나눴던 두향(杜香)의 무덤이 내려다보이는 장회나루 언덕에 ‘매화를 들고 선 퇴계와 거문고를 타는 두향’의 모습을 청동상으로 표현된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 공원’이 애틋함을 더한다.


내리 두 아내와 동생을 여의고 단양군수로 부임한 48살의 퇴계는 단양에서 16살의 청상과부 기생 두향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퇴계는 열 달 만에 풍기군수로 옮겼고, 두향과 애달픈 이별을 하게 된다.


                   ▲퇴계와 두향이의 사랑이야기 공원.


두향은 장회나루 건너편 강선대에 초막을 짓고 퇴계를 그리워하며 여생을 보내다가 퇴계가 타계하자 강선대에 올라 거문고로 초혼가를 탄 후 자결했다. 그로부터 단양 기생들은 강선대에 오르면 반드시 두향의 무덤에 술 한 잔을 올리고 놀았다고 전한다. 퇴계와 헤어질 때 두향은 말없이 시 한 수를 썼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 제</strong>

어느덧 술 다 하고 님 마저 가는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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