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고성리산성·연포마을, 백운산과 칠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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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고성리산성·연포마을, 백운산과 칠족령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17)
  • 기사등록 2022-02-05 08:25:39
  • 기사수정 2023-12-24 19: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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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곤한 잠을 자고 오늘 첫 발길은 정선군 신동면 고성리에 있는 고성리산성으로 향하기 위해 덕천리 제장마을 입구에서 출발한다.


덕천리(德川里)는 본래 평창군 동면 지역으로 1895년(고종32)에 정선군에 편입됐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소골(所洞), 바새, 연포(硯浦), 제장(堤場)마을을 병합해 큰 산을 뜻하는 덕산과 내(川)의 이름을 따서 덕천리라고 했다. 제장(堤場)마을은 일설에는 큰 장이 서던 곳이라고 하지만, 물굽이에 의해 형성된 지형이 마당처럼 평탄하게 생겼다고 해서 ‘제장’이라고 한다.


                                   ▲고성리산성.


강원도 기념물(제68호)로 지정된 고성리산성은 정선의 남쪽에 있다. 동강의 상류가 사행(蛇行)하는 협곡지대의 남쪽 해발 425m의 고성산 정상과 북동(北東) 방향으로 기슭을 에워싼 테뫼식 산성으로 영월에서 정선, 정선에서 신동을 거쳐 태백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에 네 군데로 나눠 축성됐다. 구축 시기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고구려가 한강 유역을 차지하고 신라를 견제하기 위해 산성을 쌓았다고 하나, 축조형태나 석촉(石鏃)과 토기 등 청동기시대 유물이 출토돼 그 이전에 축조됐을 가능성도 있다. 고성리산성과 그 주변은 동강 12경 중 제5경이다.


가파른 산성을 숨 가쁘게 오르고 내려와 땀이 속옷을 적시고 한기가 피부를 자극할 때 동강 변에 당도해 연포마을로 가는 다리를 지난다.


연포(硯浦)마을은 신병산(神屛山)자락에 위치해 영월군과 경계를 이루고, ‘강물이 벼루에 먹물을 담아 놓은 듯이 베리매 앞 벼랑 아래 강물이 깊고 검어 잔잔하게 보인다’고 하여 벼루 연(硯)자를 써서 연포라 한다. ‘베리메’는 산굽이의 이곳 방언이다. 그 옛날 마을 앞 강가에서 들리던 떼꾼들의 목소리는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 여름이면 래프팅객들의 고함으로 그 자리를 메운다.

                               ▲동강 연포마을.


연포마을에는 옛날 농촌에서 볼 수 있었던 담배건조장이 어려웠던 삶의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유산으로 남아 있다. 건조한 잎담배를 정부가 수매하던 시절에 담배 농사는 건조장의 작업과정을 거쳐야만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단층의 농가 건물들 사이에 그보다 훨씬 높았던 담배건조장이 나지막한 농촌의 이정표였다. 이젠 담배 농사를 거두어 실제로 담배 말리는 연기를 볼 수는 없지만, 비바람에 갈라진 담배건조장은 마을의 상징처럼 연포를 지키고 있었다. 연포마을과 담배건조장은 동강의 제7경이다.


연포마을을 지나 백운산 하늘 벽 구름다리로 오른다. 동강 래프팅이 한창일 때 “래프팅을 하며 강을 에워싼 저 절벽 위를 언제 올라가 볼까”하고 막연히 기다리기도 했던 그 산을 오른다.


연포마을을 지나는데 사과나무는 물기를 머금은 꽃망울이 앙증맞고, 하늘 벽 구름다리 유리 바닥은 아름다운 현기증을 동반한다. 2009년 12월에 탄생한 ‘하늘벽 구름다리’는 연포마을과 제장마을로 이어지는 중간 해발 425m 지점의 뻥대사이에 들어섰다.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동강은 천혜의 절경이로다.


몇 구비 고개를 넘으며 가파른 곡예를 한다. 백운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문희마을 쪽으로 방향을 튼다. 햇빛에 물든 산들은 춘색(春色)이 만연하고, 흐르는 강물은 저마다 전설을 쌓아간다.


내려오는 길에 칠족령(漆足嶺)이 나온다. 칠족령은 정선군 제장마을에서 평창군 미탄마을로 가는 고개로 옛날 선비 집의 개가 발에 옻칠갑을 하고 도망갔는데, 그 자국을 따라 가보니 동강의 장관이 수려해 옻칠(漆)자와 발족(足)자를 써서 이름이 붙어졌다고 한다. 백운산과 칠족령은 동강 제4경이다.


                                ▲칠족령 안내판.


하늘벽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면 조물주가 산과 강을 손아귀에 넣고 쥐어짜서 찌그러트려 놓은 것 같다. 산들도 반듯한 게 없고, 강들도 직선이 없다. 대신 강줄기가 휘어드는 곳에는 아름다운 모래톱이 펼쳐졌다. 모래톱 좋은 곳이 바새마을이다. 바새란 모래가 많은 동네란 뜻이라고 한다. 바세마을은 제장마을 남쪽에 있는 마을이며, 마을 앞으로 모래사장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일제강점기 때 행정구역 통폐합을 하면서 소사(所沙)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바세마을과 앞 뼝대는 동강 제6경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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