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선정 기리는 ‘영세불망비’와 ‘아우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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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선정 기리는 ‘영세불망비’와 ‘아우라지’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12)
  • 기사등록 2022-01-16 08:07:28
  • 기사수정 2023-12-23 16: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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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여량면 여량리에 들어선다. 여량(餘糧)이라는 지명은 산수가 수려하고 토질이 비옥해 농사가 잘 돼 식량이 남아돈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 마을은 9가지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라고 해서 일명 ‘가구미’로도 불린다. 9가지의 아름다움이란 옥갑사 종소리, 마산봉 산책길, 고양산에 떠도는 구름, 곰바리 문산, 유문재 일출, 달뜬골 달맞이, 송천의 고기잡이, 갈금의 백사장, 삼투벼리의 험한 길을 일컫는다.


                                    ▲여량리 비석군.


제1여량교 입구 쉼터에는 여량리 비석군(碑石群)이 있다. 이 비석은 정선군에 선정을 베푼 관찰사(觀察使)와 찰방(察訪) 및 군수(郡守)들의 애민선정(愛民善政)을 기리기 위해 세운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다. 여러 곳에 산재돼 있어 태풍의 피해로 침수되는 등 관리가 부실했던 것을 2004년 5월에 현 위치로 이전했으며, 2008년 12월에 여량면사무소에서 재정비했다.


물살도 빨라지지만 내 발걸음도 덩달아 바빠진다. 아우라지가 바로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아우라지는 평창의 발왕산에서 발원한 송천(松川)과 골지천이 어우러져 만나는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만나지 못하는 사랑하는 남녀의 애틋함을 담은 정선아리랑의 가사 유래지로 잘 알려져 있는데, 녹은 눈은 애틋하게 기다리는 연인의 눈물이 되어 솔잎 끝으로 뚝뚝 떨어진다. 송천(양)과 골지천(음)의 만남은 자연의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는 음양의 조화로움이로다.


                                   ▲아우라지 표지석.



다리 건너에는 여송정이라는 2층 정자가 있고 그 아래에는 ‘아우라지 처녀상’이 서있다. 여송정(餘松亭)은 아우라지 강변에 얽힌 송천의 처녀와 여량의 총각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송천과 여량, 두 마을의 이름을 따 여송정이라 붙였다. 처녀상은 ‘강을 사이에 두고 사랑에 빠진 처녀 총각은 만나기로 약속한 전날 큰비가 오는 바람에 만날 수 없었다. 이 일로 총각은 뗏목을 타고 한양으로 가 버리고, 처녀는 너무 슬픈 나머지 아우라지 물속에 몸을 던졌다’는 전설을 표현한 것 같다.


                                     ▲송천 징검다리.


나룻배 대신 송천의 징검다리를 건넌다. 아우라지 뱃사공은 정선아리랑 가사 중 “아우라지 지장구아저씨 배를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이 가사의 지(池)장구는 장구를 잘 쳤던 사람의 성이 지씨였으며, 본명은 지유성으로 1960년대까지 살아있던 실존인물이다. 지장구는 20세부터 63세까지 40여 년 간 아우라지에서 뱃사공으로 있으면서 장구를 잘 치고 정선아리랑도 잘 부르는 명창이었다고 한다.


송천과 합환(合歡)이 된 골지천 물살은 징검다리 디딤돌 사이를 환희의 노래를 부르며 흐른다. 임 그리워 하다가 어린 나이에 물귀신이 된 아우라지 처녀에 대한 애환이 기쁨의 노랫소리가 되어 춤을 추듯 너울거린다.


처음 뗏목을 띄웠던 아우라지 물살이 지금도 이렇게 한을 담고 흐르는 것을 총각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월과 함께 강물은 예나 지금이나 말없이 흐른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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