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인간이 던진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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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17일 필리핀에서 발생한 대형 산사태는 인간이 던진 부메랑이 돌아와 남긴 참사다.


필리핀 중부 레이테 섬의 세인트버나드시 기온사우곤 마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는 1800여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사고가 난 지역에서는 당시 14일 동안 폭우가 쏟아져 이미 20명 이상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레이테 섬에서는 지난 '91년에도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6천여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했고 2003년에도 홍수와 산사태로 133명이 숨진 바 있다.


대형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필리핀은 아열대 수림이 우거진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인간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무분별하게 나무를 베기 시작해 서기 800년부터 삼림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산사태의 원인도 무분별한 벌목에 따른 삼림 황폐화가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집중강우로 인한 지반약화와 지진으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지만 이는 일부 영향에 그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즉 벌목이 이번 재앙 발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결론이다.


사고가 발생한 레이테섬은 70만㏊에 달했던 산림이 지난 30년 동안 무분별한 불법 벌채로 절반이상 사라졌다. 사라진 산림은 단지 나무가 없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에 큰 변화를 초래한다.


美국립과학아카데미는 필리핀의 열대우림 1000ha 면적에 꽃을 피우는 초본만 1500종이 서식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750종의 나무, 포유동물 125종, 조류 400종, 나비 150종, 파충류 100종, 양서류 60종이 서식한다고 보고한다. 따라서 필리핀의 산림 벌채는 750종의 나무만 베는 게 아니라 그 생태계 내의 모든 생명체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으로 생물종의 절멸을 초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약 641만㏊에 이르는 우리나라 산림의 연간 공익기능가치를 계산한 결과 2003년 기준으로 58조8천813억원으로 평가했다. 물론 숲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는 없으나 국내총생산(GDP)의 8.2%에 달할 만큼 소중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탄소흡수원으로 숲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산림 경영과 관리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산림자원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면서 선진국에서도 재해와 공익적 측면에서 숲 가꾸기를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자원인 '물(水)'도 숲과 긴밀한 관계다. 우리나라 산림이 함유한 물의 양만 188억톤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번 필리핀 산사태는 나무를 가꾸고 숲을 보호하는 일은 인간의 책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자연은 물 부족과 산사태 등 재앙이란 부메랑이 돼 인간에게 돌아올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글/이정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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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03-19 16: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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