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주택난 ‘날다람쥐 둥지쟁탈전‘
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윤순태

(자연다큐멘터리 감독)



【에코저널=서울】♠숲 속 생물의 둥지 쟁탈전

겨울의 매서운 찬바람도 어느덧 물러가고 대지는 봄기운으로 꽃향기가 퍼지고 숲속의 나무도 새싹을 틔우며 물이 오를 무렵 숲 속 생물들은 바빠진다.


생물들의 생존이유는 바로 종 보존. 새끼를 낳고 알을 낳을 둥지를 차지하기 위한 자리싸움이 시작된다.


강원도의 어느 숲 속. 나무구멍을 두고 청딱따구리와 다람쥐가 교대로 나무 구멍을 들여 다 본다. 나무 구멍은 딱따구리가 파놓은 구멍이다. 딱따구리가 번식을 위해 작년에 파놓은 나무 구멍이다.


그 나무구멍은 추위와 비를 피하고 천적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는 훌륭한 은신처다. 그리고 번식기를 맞아 새끼를 키울 수 있는 안전한 서식처다. 그러다 보니 바깥으로 노출된 둥지보다 안전해, 딱따구리 구멍을 차지하기 위한 생물들 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다람쥐, 딱따구리, 동고비, 하늘다람쥐 등은 나무구멍을 놓고 쟁탈전을 한다. 딱따구리가 파놓은 구멍이지만 매년 주인이 바뀌어 숲 속 생물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 역할을 하며 숲속의 재 생산성을 높인다.


낮엔 다람쥐, 청딱따구리가 나무구멍을 엿보고 있다.


그러나 나무구멍에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나무구멍에는 이미 날다람쥐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날다람쥐는 야행성으로 낮에는 둥지에서 쉬고 밤에 활동을 한다.


낮에 찾아온 다람쥐와 청딱따구리는 날다람쥐가 나무구멍에 자리 잡고 있어 아쉽지만 포기하고 돌아선 것이다.


♠위기의 숲

그런데 번식을 위한 야생생물의 이러한 쟁탈전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나무의 간벌로 인해 서식할 나무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산림의 공익적 기능 강화와 다양한 가치를 창출한다는 명분 아래 숲 가꾸기 간벌은 나무구멍을 둥지로 삼는 생물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번식기인 4월∼6월에 집중적으로 간벌이 이루어져 번식장소로 이용할 나무구멍이 많이 사라져 다람쥐, 하늘다람쥐 등 숲 속 생물들의 서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인간의 간섭이 없는 자연 상태에서는 생물의 종 간 경쟁으로 숲 속의 건강성이 유지되지만 인간의 간섭으로 인한 인위적인 간벌은 숲 속 동물에게는 치명적인 재앙이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봄. 부디 숲 속의 건강성이 유지되어 인간세계와 같은 주택난이 숲 속 생물에게 까지 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사제휴-인사이트>

(http://www.insight.co.kr)


필자는 군산대 수산과학과 박사 과정 수료.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주머니속 민물고기도감'을 출간했고, '금강에 살어리랏다'로 제6회 대한민국영상대전 지역영상부문을 수상했다. 지인들이 '들판'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일 자연을 찾아다니고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4-04-11 10:02:59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