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바르게 사용하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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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우리나라 겨울 기후의 특성을 한 단어로 표시하면 '한랭건조(寒冷乾燥)'가 되는데, 이는 우리가 잘 아는 서구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중위도의 다른 국가들에 비교해서 특히 그러하다는 말이다.


사실상 대부분 선진국의 겨울날씨가 '흐리고 습한 날씨'로 대표되는 데에 비해서 우리 겨울날씨는 유독 '새파란 하늘, 차가운 공기'를 자랑한다. 그만큼 춥고 건조한 것이 물론이다.


♠'필요악' 가습기

이런 겨울 날씨는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환영받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도시의 일상인들에게는 별로 좋은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건조한 공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겨울철에 피부가 건조해지고 기침감기가 성하고 천식이 심해지는 것은 이런 건조한 공기가 그 일차적인 원인이라고 해도 좋다.


요즘에는 사무실이나 아파트는 물론 일반 주택들도 단열이 잘 되어서 겨울에 별로 춥지 않게 지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난방이 쾌적한 실내일수록 공기는 더 건조해진다. 가뜩이나 건조한 겨울날씨에 실내외의 온도 차이가 크게 벌어짐으로 해서 상대습도가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따뜻한 아파트나 빌딩 사무실의 경우 상대습도가 20% 가까이 떨어지기도 한다.


우리 인간이 생활하기에 가장 적합한 습도는 40∼50% 정도다. 따라서 겨울철 가정의 필수품 중의 하나가 기습기라고 할 수 있는데 가습기는 일반 전기제품과는 달라서 사용에 특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자칫 잘못 사용하다가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가장 대표적인 전기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습기가 자칫 건강을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수증기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이 초음파식이든 가열식이든 또는 기화식이든지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량의 물이 채워져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물은 가습기 자체의 전기 사용으로 항상 따뜻하게 유지된다. 다시 말해서, 가습기의 특성상 세균 번식에 안성맞춤의 환경이 항상 조성되는 것이다.


가습기 사용은 불가피하게 건강에 유해한 세균번식의 가능성을 동반한다. 가습기를 사용하면서 세균번식을 최소화할 수 있을 때 그것은 물론 건강을 지키는 문명의 이기가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공기 중에 세균을 퍼뜨려서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건강의 적'이 되기 십상인 것이다.


실내에서 외부 공기를 효율적으로 잘 차단한다는 것은 그만큼 환기가 잘 안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실내의 묵혀있는 공기는 자주 환기해 주는 것이 좋다.


♠쉬운 만큼 반드시 숙지해야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습기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일까?


일전에 방영된 한 TV 프로에서는 정수기 물이나 생수를 사용하는 대신 수돗물을 사용하라고 권장했다. 수돗물 속에 들어있는 잔류염소가 세균번식을 억제하는 데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돗물 사용만으로 안심하기는 너무 성급하다. 항상 따스하게 유지되는 가습기 물통은 수돗물이라고 해도 몇 시간만 지나면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 물통에서 세균번식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물을 자주 갈아주는 것이다. 적어도 하루에 두세 차례는 반드시 물을 갈아주고 그 때마다 물통 속에 남은 물은 모두 버리고 깨끗이 청소한 후에 반드시 새 물을 채워야 한다. 몇 시간 정도라도 가습기를 껐다가 다시 켤 때에도 새 물로 갈아주어야 한다. 모름지기 물통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습기 사용의 가장 중요한 안전수칙이다.


이런 가습기 물 교환 수칙 못지않게 중요한 것 하나가 더 있다. 바로 가습기를 사용하는 공간의 환기에 신경을 쓰는 일이다. 요즘의 아파트나 사무실은 밀폐가 잘 되어서 찬 공기 유입이 어려운 대신 실내공기의 환기는 그만큼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밀폐된 실내에서 가습기를 오랜 시간 사용하면 자연히 습도가 적정수준 이상으로 높아진다. 가뜩이나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 더러워진 공기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면 세균번식은 그만큼 더 용이해지기 마련이다.


가습기를 쓰는 가정에서는 습도계를 함께 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가습기를 사용해서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습도가 너무 높아지면 가습기를 끄고 환기를 하는 것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요즈음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온도와 습도가 함께 표시되는 디지털 온습도계를 1, 2만원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글 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장, 환경학 박사)


필자는 서울대 생물학과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물공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시간대학교(Univ. of Michigan, Ann Arbor)에서 환경학박사(Ph.D)를 받고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2001~2006년에는 국무총리실 새만금환경대책실무위원회 위원으로, 현재는 계간 과학사상 편집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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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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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3-02 22: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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