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억측이 낳은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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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

♠언론이 키우는 초미세먼지 공포

한두 해 전부터 가끔씩 거론되던 초미세먼지 문제가 이번 겨울 들어서는 거의 매일 언론에 등장하는 추세다. 기사 내용도 처음에는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가 선진국들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정부가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권고 정도에 그쳤는데 이제는 어느새 '기준치 이하 미세먼지도 오래 마시면 조기 사망'이라는 식으로 자극적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서 '중국발 초미세먼지에 사로잡힌 한반도'라는 식의 쾌도난마식 기사도 줄을 잇는다.


이런 언론보도만으로 판단한다면 초미세먼지는 건강에 너무나 해롭기 때문에 적어도 경보가 내려진 날에는 짧은 외출조차 위험하다! 또 이번 겨울 들어서만 벌써 몇 차례나 그런 경보가 내려진 이유가 바로 중국에서 생성된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한국으로 이동되었기 때문이란다. 마치 중국 때문에 애꿎은 우리까지 심각한 건강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식이다. 과연 그럴까?


♠산성 비·황사 피해 과거보다 줄어

초미세먼지에 대한 언론의 보도 성향은 사실 예전에도 우리가 두 차례나 경험했던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는 중국에서 뿜어내는 대기오염물질이 산성비를 유발해서 우리나라의 산업과 자연생태계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는 고발이 몇 년 씩이나 지속됐다. 또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발 황사가 매년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과 국민건강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불길한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당시와 비교해 지금은 중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몇 배나 늘었음에도 우리나라 빗물의 산성도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 또 당시 언론보도 대로라면 지금쯤 황사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졌어야 하는데 지난 몇 년 동안 그 발생 빈도나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산성비와 황사 때문에 초래되는 피해 역시 과거보다 크게 줄고 있다.


산성비와 황사 문제 보도에 있어서 우리 언론은 예상되는 손해와 위험의 규모를 지나치게 키우고 또 그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짚는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언론이 초미세먼지 문제를 다루면서 예전에 저질렀던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대단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대기오염물질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는 가스 형태를 띠는 물질과 먼지 형태를 띠는 물질로 구분한다. 아황산가스나 오존 등이 전자에 해당하고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는 후자에 속한다.


먼지는 10여 년 전까지는 단순히 총먼지(TSP)라고 해서 공기 중에 포함된 먼지의 총량을 측정했다. 그러다가 먼지 중에서 특히 입자 크기가 작은 것을 따로 재어서 미세먼지(PM10)라고 구별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그보다 더 작은 먼지만을 따로 측정한다. 이것이 바로 초미세먼지(PM2.5)다.


다른 모든 대기오염물질과 마찬가지로 먼지도 우리 몸에 해롭다. 그런데 입자가 큰 먼지는 우리가 숨을 쉴 때 코와 기도에서 걸러지는 데에 반해서 크기가 작은 먼지는 그렇치 못하기 때문에 쉽게 폐에까지 도달한다. 똑같은 양의 먼지를 들여 마신다고 했을 때 먼지 크기가 작다면 폐에 도달하는 양도 더 많아지고 따라서 건강피해는 그만큼 더 커질 것이다. 이런 사실은 물론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던 초미세먼지가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


그것은 선진국들의 환경 여건과 관계가 있는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다수 선진국들에서는 대기오염 문제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다. 그럼에도 천식을 비롯한 호흡기질환 환자 수가 처음 기대했던 것만큼 줄지 않았고 이에 의심을 품은 과학자들이 그 이유를 조사했더니 그동안 공기 중의 다른 오염물질들은 크게 줄었던 반면 유독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등은 별로 감소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던 것이다.


대기오염을 억제하기 위해서 공장굴뚝에 집진기를 설치했는데 집진기에 걸리지 않는 아주 작은 먼지는 그대로 배출되었다. 또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서 정화기를 달았지만 그것이 초미세먼지마저 완전히 거르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것이 선진국 과학자들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규제를 들고 나선 이유다. 최근의 기술발전으로 입자가 아주 작은 먼지를 별도로 측정하기가 훨씬 용이해졌던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대기오염도는 아직 선진국들에 비교해서 상당히 열악한 형편이다. 아황산가스 정도는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오존,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 대부분 대기오염물질 농도에서 여전히 선진국들보다는 상당히 높은 오염도를 나타낸다. 총먼지와 미세먼지 역시 선진국보다 보통 두세 배나 높게 나타나는데 이 역시 아직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관리가 철저하기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대기오염으로 건강피해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선진국보다 크게 열악한 전반적인 대기오염 수준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유독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이런 현실의 상황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그 많은 대기오염물질 중에서 초미세먼지만을 떼어내서 특별히 문제 삼는 것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이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궂은 날씨에는 대기오염도가 높아진다. 굴뚝이나 자동차, 공사장 등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이 공중으로 멀리 퍼지지 못하고 지표면 가까이에 깔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바람마저 없으면 대기오염도는 더 높아진다. 이럴 경우에는 물론 외출이나 야외활동은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또 부득이 외출할 경우에도 마스크를 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주의가 그 정도에서 그쳐야지 초미세먼지 때문에 마치 국민건강에 곧 커다란 피해가 미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 아니다. 적어도 현재와 같은 수준의 초미세먼지 농도 정도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한국, 베이징의 배기가스를 마신다?

과거에 황사나 산성우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처럼 이번에도 언론은 초미세먼지의 진원지로 중국을 꼬집는데 서슴치 않는다. TV에서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들의 짙은 스모그 장면을 보여주고 이어서 그 속에 포함된 초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공습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다.


여기에 더해서 중국발 초미세먼지에는 중금속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더 위험하다는 관련 전문가의 말까지 인용하면 일반 국민들은 지레 겁을 먹기 마련이다. 과연 그럴까?


중국에서는 석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겨울이 시작되면 갑자기 대기오염도가 높아진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 들어서 자동차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대도시들에서의 대기오염은 훨씬 더 심각해진다. 그런데 석탄사용이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도 아니고 또 올해 들어서 갑자기 그 양이 크게 증가한 것도 아니다.


자동차 증가 역시 오랫동안 점진적으로 진행된 일이지 올해 유독 증가율이 치솟은 것도 아니다. 따라서 중국의 대기오염은 예전에도 있어왔고 또 앞으로도 한참 동안 중국인들이 겪어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사정이 그렇다면 설령 중국에서 초미세먼지가 날아온다고 해도 그것이 올해부터 갑자기 시작된 일은 아닐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왜 올해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야만 할까?


이번 겨울 초미세먼지 농도가 조금 더 높아졌다고 해서 그것이 상당 부분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라고 믿기도 별로 쉽지 않다. 한번 동아시아 지도를 펴놓고 생각해보자.


만약 중국에서 오염물질이 바람에 실려 우리나라로 운반된다면 그런 중국의 영향은 서풍이 세게 부는 날 가장 크게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바람이 강한 날의 날씨는 어떠할까? 정답은 하늘이 파란 맑은 날이다. 하지만 이런 날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이에 반해서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도시들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의 기상은 우중충한 날씨에 바람이 거의 없는 날이 대부분이며 이는 중국의 경우에도 별로 다르지 않다.


♠바람 없는 날 미세먼지 한국서 생성

바람이 거의 없는 우중층한 날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유독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그 대부분이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에서 생성된 것임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그런 날은 초미세먼지 농도뿐만 아니라 대부분 대기오염물질의 농도가 다 높아지는 것이 보통인데 이런 점도 그 발원지가 중국이 아닌, 바로 우리나라 이 땅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하겠다.


초겨울에 들어서면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아침 안개가 심하게 끼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럴 경우 바람 역시 거의 없는 것이 보통인데 초미세먼지는 물론 대부분 대기오염물질의 농도가 갑자기 높아진다. 지표면 가까이에서 생성된 오염물질이 바로 확산되지 못하고 공기 중의 수중기에 붙잡혀 대기 중에 머물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스모그'라고 부른다.


따라서 스모그에 포함된 초미세먼지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에서 생성된 것이다. 이에 반해서 날씨가 좋은 날 우리가 들여 마시는 공기 중의 대기오염물질 일부분은 중국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날은 전반적인 대기오염도 자체가 크게 낮은 것이 보통이니 건강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


♠언론의 섣부른 고발, 더 큰 '禍' 불러

언론이 초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너무 지나치게 보도할 때 그 부작용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언론보도를 쉽게 믿는 일반 대중이 초미세먼지 공포에 빠져서 정상적인 생활을 위협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산성우가 무서워서 비오는 날 외출조차 못했는데 이번에는 초미세먼지 때문에 마찬가지 일이 벌어질 판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현재 수준의 산성비나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더라도 크게 걱정할 일이 없을 것임에도 말이다. (노약자나 천식환자가 초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진 날 외출하는 것은 물론 위험하다. 하지만 이런 날은 전반적인 대기오염도 역시 심하기 때문에 외출을 삼가야 할 것이다.)


초미세먼지 때문에 수십만 원이나 하는 값비싼 공기정화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난데없이 삼겹살 가격이 뛰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소비진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각 가정에는 쓸데없는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언론이 초미세먼지 공포를 유포하면서 정부와 국회는 초미세먼지 측정망을 새로 설치하고 그 저감대책을 연구하는 등의 사업에 예산배정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부 연구자들은 반길지 몰라도 결국은 국민 세금에서 돈이 나가게 된다.


과거에 산성우와 황사 문제를 해결한다고 많은 돈을 들여서 똑같은 사업을 벌였지만 그 성과는 신통치 못했다. 그런데 언론은 이번에도 그런 뻔한 일에 예산낭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은 이번에도 초미세먼지의 진원지로 서슴없이 중국을 지적하고 나서는바 이는 크게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흐린 날 우리가 들여마시는 초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왔다고 믿을만한 증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발 초미세먼지 공포를 키울 때 이는 자칫 가뜩이나 복잡한 한중 관계에 새로운 불씨를 제공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제 언론은 초미세먼지와 관련한 기사를 다룰 때 보다 신중해야만 하겠다. 지나치게 과장된 보도가 일반대중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유발해서 일상생활에 불편을 불러오고 나가서 국가예산의 낭비와 한중관계의 불편함까지 초래해서는 않되기 때문이다.




<기사제휴-인사이트>

(http://www.insight.co.kr)



(글 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장, 환경학 박사)


필자는 서울대 생물학과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물공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시간대학교(Univ. of Michigan, Ann Arbor)에서 환경학박사(Ph.D)를 받고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2001~2006년에는 국무총리실 새만금환경대책실무위원회 위원으로, 현재는 계간 과학사상 편집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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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2-25 11: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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