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물로 크는 맹그로브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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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리 (칼럼니스트)



【에코저널=서울】맹그로브 나무(홍수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가족들과 함께 한 플로리다 키웨스트 여행에서였다.


플로리다 남쪽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맹그로브 나무는 소금물에서 자라는, 바다에서 육지를 만들어내는 신기한 나무다. 여름철이 되면 맹그로브 나무에 꽃이 만개하고, 꽃들이 성숙하면 연필모양의 씨(pencil seed)가 열매처럼 나무에 열린다.


♠키웨스트 해안선을 만드는 식물

이 씨는 나무에서 떨어져서 바닷물을 떠다니게 되는데, 몇 달을 파도와 해류에 쓸려 수직운동을 하며 다니다가 수심이 얕은 곳을 만나면 뿌리를 내리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뿌리를 내리고 나무가 자란다. 바닷물의 염분은 광합성을 통해 이동해 나무의 잎 중 하나에 집중되어 그 염분이 집중된 잎은 이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나무는 소금물에 닿으면 말라죽기 마련이지만 맹그로브 트리는 바닷물을 먹고 자란다. 플로리다 키웨스트에 가면 맹그로브 트리가 만들어 놓은 작은 섬들이 장관을 이룬다.


이렇게 자라는 나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맹그로브 아일랜드를 키웨스트 남단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맹그로브섬은 많은 생물들의 서식지가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맹그로브 나무는 해안선을 넓히고 또 그 뿌리로 인해 해안선을 공고하게 만드는 무척 중요한 나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섬들은 참 아름답기도 하고 또 주변의 수심이 매우 얕기 때문에, 바다 한가운데서 카약을 타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작은배 타는 걸 무서워하는 나는 요트에서 기다리고, 다른 가족들은 한 두시간 정도 카약을 즐겼는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나는 정말 그 아름다움에 반하고 말았다.


섬 주변을 날아가는 아름다운 새들이며, 꼭 뭐라 말할 수 없는, 바다 한가운데 맹그로브 섬들이 만들어내는 평화롭고 독특한 아름다움. 그 멀리 섬들 사이에 떠 있는 카약들.


대학에서 해양 생물학을 전공한 가이드 덕분에 맹그로브 나무이야기는 물론이고, 섬에 사는 각종 생물들, 날아다니는 새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얕은 바다 속에 손을 넣어 불가사리를 만져보기도 했다. 자연을 공부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환경 오염으로 인해 지구에는 다양한 기상 이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빙하가 녹고 지구 기온은 높아져 지구촌 곳곳에 재앙이 벌이지는 것.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는 매년 반복된다.



♠위기에 처한 지구…대자연의 위대함

그중 특히 감동을 받은 것은, 육지가 줄어들고 있는 줄만 알았던 지구 다른 한쪽에서, 이렇게 바다 한 복판에서 꽃이 씨가 되고, 씨가 바다에 뿌리를 내려 나무가 자라고, 그 나무들이 섬을 이루어 생물들의 새로운 서식지를 만들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때 나는 올랜도에 살고 있었는데, 무시무시한 강도의 허리케인을 연이어 겪으면서 자연의 엄청난 파괴력을 처음으로 직접 경험하였고, 자연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가라앉는 지구, 녹아내리는 빙하는 물론 점점 파괴력이 커지는 허리케인까지. 지구가 사람들에게도 생물들에게도 자꾸만 살기 어려운 곳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무섭고, 다음세대에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려면 무슨 일을 하여야 하는지 늘 걱정하고 공부하던 때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이렇게 '나쁜 변화'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변화'도 늘 함께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여행에서 알고는 너무 기뻤다. 그리고 그 새로운 사실을 알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요트에서 본 키웨스트 항구 해안의 풍경은 왠지 배를 타고 나오던 그 날 아침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연의 창의적이고 신비스러운 생존을 위한 방법이 그저 감탄스럽고 경외로왔고. 지구가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에 석양을 보며 가슴이 벅찼던 것 같다.


♠맹그로브 트리에서 얻은 깨달음

키웨스트 여행에서 나는 소중한 두 가지를 얻었다. 첫번째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다. 맹그로브 나무가 조용히 지구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지구가 참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준 것이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희망은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할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따라서 성장하고 발전하게 한다. 사람들을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게 하는 데는 두려움보다 희망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대학생들과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희망이 성취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희망스케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의지, 방법, 전략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희망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게 하여 다양한 전략을 생각해내게 해서 실제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이같이 현재 희망을 가지는 것은 지금 기분을 좋게 하는 정서적인 안정 역할뿐 아니라, 실제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데 효과적인 장비로 사람들을 무장시킨다. 뿐만 아니라 희망은 주위사람들에게 나누어지고 전염된다고 한다.


두 번째로,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다. 나의 이런 믿음은 키웨스트 여행을 통해서 더욱 강화되었다. 맹그로브 나무의 씨가 얕은 바다를 만나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 그 나무들이 모여 섬이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짧은 시간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 정도를 짐작할 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맹그로브 씨가 나무가 되고 나무가 모여서 섬이 되는 것처럼, 작은 변화가 모이면 시간이 지나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을 실제로 보는 것은 참 기쁜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자신이 변화의 주체라고 믿고 행동할 때 일어난다. 나 한사람 바뀌어서 무엇하냐는 무기력한 태도보다는, 나 한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 연설에서 "다른 누군가 언젠가 변화하기를 기다려서는 변화는 오지 않는다"며. "우리가 기다리던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고. 우리가 찾는 변화 또한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새해를 맞아 글을 읽고 쓰면서 맹그로브 나무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글이 가지는 힘에 대해서 생각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 희망을 주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 글을 쓰는 기고자들과 독자들이 모두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고, 자신이 좋은 변화의 주체라고 믿고 작은 변화를 실천한다면, 맹그로브나무가 모여 섬이 되어 새 생명이 자랄 터전이 되듯이, 우리 사회의 '좋은 변화'를 함께 만드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치 맹그로브 섬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본 키웨스트 항구가 더 아름다워 보인 것처럼, 글을 읽고 나서 세상은 참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그래서 작은 변화를 실천하게 할 수 있게 만드는 글을 쓸 수 있다면, 그런 글들이 모이는 공간이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기사제휴-인사이트>

(http://www.insight.co.kr)


필자는 컬럼비아대학교 및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했다. 미국의 흥미로운 심리학 연구 결과들을 국내 일반 대중들의 삶과 연결시키는 글을 쓰는 게 목표다. 현재 미국 시카고 교외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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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2-21 22: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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