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부치 사막과 생태계 복원
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중국 내몽골 다라터치의 산뜻하게 페인트칠한 농가 뒤편으로는 완만하게 이어진 낮은 구릉이 펼쳐지고, 들판에는 소와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그러나 농가의 서쪽 방향으로 100미터 정도만 걸어가면 이런 전원적인 현실과는 동떨어진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눈 닿는 곳까지 끝없이 펼쳐진 모래의 물결, 생명의 징후가 전무(全無)한 쿠부치 사막이다.


♠북경으로 진격하는 쿠부치 사막

기후변화가 초래한 흉악한 산물인 쿠부치 사막은 지금도 800킬로미터 떨어진 베이징을 향해 가차없이 동진(東進)하고 있다. 만약 사막의 동진을 이대로 둔다면 머지 않은 장래에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마저 점령당하게 될 것이다.


워싱턴에서는 아직 쿠부치 사막이 보이지 않지만, 사막의 모래는 강한 바람을 타고 베이징과 서울은 물론, 일부는 미국의 동부 해안까지 이동한다.


사막화는 인류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고 모든 대륙에서 사막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1970년대 초기에 서아프리카 사헬 지역이 그랬듯이 미국도 1920년대 대평원에 불어닥친 먼지폭풍(Dust Bowl)으로 엄청난 생명과 재산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미주 전역에서 수백 만, 궁극적으로는 수십 억 명의 환경난민을 초래하는 등 사막화를 새로운 차원의 위협으로 키워 가고 있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는 확장하는 사막으로 인해 전체 인구의 6분의 1이 이미 난민으로 전락했고,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소리 없이 확대되는 모래 사막으로 전 세계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연간 42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점점 커져 가는 사막은 메말라가는 바다와 녹아내리는 극지 빙하, 지구상의 동식물 감소와 함께 우리의 세계를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어쩌면 NASA의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척박한 사진 속 풍경은 우리의 비극적인 미래의 단편일지도 모른다.


♠과소평가된 사막의 위협

하지만 워싱턴 싱크탱크의 웹사이트만으로는 사막화가 세계 종말의 전조라는 사실을 눈치채기 어렵다.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미사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1380개의 결과를 찾아냈지만, '사막화' 검색 결과는 24개에 불과했다.


헤리티지 재단 웹사이트에서는 '미사일'에 대해 2966개를, '사막화'에 대해서는 단 3개의 검색 결과가 표시됐다. 사막화와 같은 위협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앞으로도 수십 년 안에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갈 것이지만, 일부의 목숨을 겨냥하는 테러리즘이나 미사일 공격 등 전통적인 안보 위협만큼 큰 관심이나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막화는 식량 부족과 신종 질병에서부터 생물권 중요 동식물의 멸종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절멸을 예고하는 수십여개의 환경 위협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정면으로 다가오는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기술, 대응 전략, 그리고 장기적 비전 마련의 첫걸음조차 아직 떼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위협 앞에 우리가 가진 항공모함과 유도탄, 사이버 전쟁은 마치 탱크와 헬리콥터에 맞서는 막대기와 돌멩이와 같이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이다.


인류가 이번 세기를 넘어서도 생존하고자 한다면 일단 안보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군에 있는 사람들은 군사력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 미국에서부터 시작해 전 세계의 군대는 사막 확대를 저지하고 바다를 되살리며 현대의 파괴적인 산업 시스템을 진정한 의미에서 새롭고 지속가능한 경제로 탈바꿈시키는 데 최소 50퍼센트 이상의 예산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계획의 출발점으로 가장 적합한 곳은 오바마 행정부가 거창하게 떠받드는 '태평양으로의 중심축 전환'의 핵심, 바로 동아시아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매우 다른 종류의 어떤 '전환'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사막의 모래와 상승하는 해수면이 곧 우리 모두를 집어삼키게 될 것이다.


♠아시아의 환경적 중요 사안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서 점점 더 그 역할이 커지는 동아시아는 지역 정치의 세계 표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연구, 문화 생산, 그리고 정부와 행정부의 규범 수립 영역에서 중국, 한국, 일본과 동부 러시아는 글로벌 리더십을 날로 더해가고 있으며, 동아시아에게는 지금이 엄청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시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태평양의 세기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두 가지 불안한 추세가 존재한다.


첫째, 이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반하는 급속한 경제 발전과 즉각성 위주의 생산활동은 사막의 확대, 담수 공급의 감소, 환경파괴를 대가로 하는 일회용품 사용과 맹목적인 소비 문화의 원인이 되었다.


둘째,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맹렬한 국방 지출 증가는 이 지역의 장래성을 깎아먹는 주범이 되고 있다. 2012년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11%가 증가해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중국의 두 자릿수 인상은 이웃국가들의 국방 예산 인상을 압박했다. 중국은 지난해 1392억300만달러 (약150조원)로 미국에 이어 국방비 지출에서 2위를 차지했다


2014년 한국은 전년 대비 국방비 4% 인상을 확정했고 이에 대한 지출을 계속 늘려 왔다.


♠급증하는 국방비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일본은 국방비 지출을 GDP의 1% 한도로 유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비 지출국 세계 6위에 올랐다. 이러한 지출은 가뜩이나 동남아와 남아시아, 중앙아시아로 확산되는 군비경쟁을 한층 더 자극하고 있다.


이 모든 지출은 전 세계 군비화의 선두 주자인 미국의 막대한 국방비와 관련되어 있다. 세계 국방비 지출 규모가 5년만에 다시 증가하면서 1조5470억달러(약1670조억원)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국방비 지출이 가장 많은 나라는 전체의 37.9%를 차지한 미국으로 5824억2400만달러(약629조원)였으며, 미국은 국방 영역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 장본인이다.


미 국방부는 동맹국들이 미국의 무기를 구입하고 상호 운용 체제를 유지하도록 동맹국들의 국방 지출 증가를 부추기며, 부채 감소 정책의 일환으로 자신들의 예산 삭감을 고려할 때조차 동맹국들에게는 더 많은 부담을 떠안을 것을 요구한다.


결국 미국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동맹국들이 국방에 더 많은 자원을 쏟아 붓도록 압박하고 있으며, 이는 해당 지역의 군비 경쟁 강화를 초래할 뿐이다.


유럽의 정치인들은 100년 전 평화롭고 통합된 유럽 대륙을 꿈꿨다. 그러나 토지, 자원, 역사를 둘러싼 해결되지 않은 분쟁과 늘어난 국방 지출이 결합하여 끔찍한 세계 대전을 두 번이나 초래했다.


만약 아시아의 지도자들이 지금과 같은 군비 경쟁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아무리 평화적 공존에 대해 미사여구를 쏟아낸다한들 종국에는 유럽과 유사한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녹색 전환

환경의 위협과 치솟는 국방 지출이라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 속에서, 동아시아와 전 세계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두 난관은 다른 쪽으로 전환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통합된 동아시아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안보'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하여 환경적 위협에 우선적으로 주목한다면, 환경 도전에 대한 각 군대 간의 협력을 촉매제로 삼아 공존을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863계획(과학기술 발전에 관한 중요 프로젝트), 오바마 행정부의 녹색산업 부양책, 한국 정부의 녹색투자 등 모든 나라들은 환경 문제에 관련한 지출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는 반드시 전통적인 국방 영역에서의 중대한 감축이 수반되어야 한다. 앞으로 10년 간 중국, 일본, 한국, 미국 및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은 환경 안보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국방 지출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 대한 각 군대의 임무는 근본적으로 재정의 되어야 하고, 한때 지상전과 마사일 공격을 계획했던 장군들은 서로 간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위협에 맞서기 위해 재훈련을 받아야 한다.


♠투명한 국방비 지출이 관건

1930년대 미국의 환경 캠페인의 일환으로 군사 교육을 활용했던 미국 민간자원보존단은 동아시아 지역 새로운 협력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 NGO인 한국의 미래숲은 이미 쿠부치 지역의 사막화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녹색장성(Great Green Wall)'을 위한 식수(植樹)팀을 꾸렸다. 권병현 전 주중 대사가 이끄는 미래숲의 식수조림과 토양 보존 활동에는 현지주민들도 함께했다.


또, 이들 국가가 실천해야 할 첫 번째 단계는 바로 녹색 전환 포럼(Green Pivot Forum)의 개최라고 할 수 있다. 관련국들은 이 포럼에서 주된 환경 위협과 이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 모든 나라가 확실히 동의할 수 있는 기준치를 지닌 투명한 국방 지출에 대한 윤곽을 그려나가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좀 더 난이도가 높다. 바로 현 국방 체제의 각 부분을 재조정하기 위한 체계적인 공식(公式)의 도입이다. 즉 해군은 해양 보호와 복구 문제를 주로 다루고 공군은 대기와 배기가스를 책임지며, 육군은 토지와 숲을 관리하는 것이다. 또 해병대는 복합적인 환경 문제를 다루고, 정보부대는 전 세계 환경 상태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국방예산 50% 생계태 복원에 사용해야

앞으로 10년 안에 중국, 일본,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의 국방 예산 중 50% 이상은 오로지 환경 보호와 생태계 복원에 쓰이게 될 것이다.


일단 군사 계획과 연구의 초점이 달라지면 예전에는 한낱 꿈에 불과했던 규모의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만약 우리의 적(敵)을 기후변화라고 한다면 미·중·한·일 네 나라 간의 긴밀한 협력이 가능해지며, 뿐만 아니라 이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개별 국가로서, 그리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이대로 군사력을 통한 안보를 추구하며 자멸(自滅)의 길로 향할지, 아니면 글로벌 경제 위기와 기후변화, 핵확산 등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해 대처해 나갈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그리고 적은 지금 우리들 문 앞에 와 있다. 그 적의 기척에 주목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그저 외면해 버리고 말 것인가?(번역: 이성길)



<기사제휴-인사이트>

(http://www.insight.co.kr)



필자 Emanuel Pastreich의 한국 이름은 이만열. 1964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출생했고, 예일대에서 중문학 학사 학위(1987), 동경대에서 비교문화학 석사 학위(1992),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언어문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1997). 일리노이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 조지 워싱턴대 역사학과 겸임교수,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또한 외교통상부가 운영하는 정책 싱크 탱크인 주미한국대사관 홍보원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국제대학 교수 겸 아시아 인스티튜트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 국민일보, 문화일보 등의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4-02-21 17:28:53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