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힘은 깨어있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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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힘은 깨어있는 마음에 공직자에게 권하는 한권의 책 ‘힘’
  • 기사등록 2005-04-14 09:18:36
  • 기사수정 2023-11-17 18: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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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수 농림부장관 


‘힘’이라는 제목만을 보고 이 책을 읽는다면 어쩌면 실망할 사람도 있을 것도 같다. 우리가 통상 힘이라고 하면 경제적인 지위, 정치적 권력, 사회적 위상 등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힘이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베트남 출신 승려인 틱낫한은 ‘진정한 힘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대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단어로 풀어내고 있다. ‘마인드풀니스’는 불교에서 말하는 ‘정념(正念)’, ‘깨어있는 마음’을 의미한다. 마음이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바르게 머물게 하는 것이 깨어있는 마음이요, 나를 변화시키고 가족, 동료, 기업, 사회를 치유하고 조화롭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틱낫한은 말한다.


현재의 순간에 집중한다는 것은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계획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지난 일을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것을 하지 말라는 의미이며, 자신과 가족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가족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며 주변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통찰력을 말한다.


하찮음 탓 말고 작은 일부터 실행하는 삶 중요

어쩌면 이 평범한(?) 처방이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고도화된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삶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쉽게 지치고 좌절하게 되는 것도 틱낫한이 말하는 것처럼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향기로운 꽃을 감상할 때도,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을 들을 때에도 얼마 가지 못해 이전의 생각이나 일에 몰두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꽃이나 음악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경우를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가족들을 오히려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가?


틱낫한은 삶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반대로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에 빠져 길을 잃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42쪽)


데카르트와 틱낫한의 두 명제는 동양과 서양의 가치랄까, 불교와 기독교 문화와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서양사상을 대표하는 데카르트가 말한 명제는 인간의 주체성과 역동성을 의미하고 있는데 반해 틱낫한(사진)의 명제는 동양사상의 전통인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 그 속에서 평화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데카르트의 명제에 담긴 사상이 서양사회가 주도한 산업사회를 가능케 했다고 한다면 틱낫한의 사상은 오늘날 산업사회의 병폐와 고통을 치유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틱낫한이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에 세운 수행공동체인 ‘플럼빌리지(Plumvillage)’에 세계 각국의 많은 이들이 찾아와 영적인 안식을 얻어 가는 것도 그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다.


우주 만물의 평화도 한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틱낫한이 강조하는 개인적인 안식과 수행이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이지 오늘날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도 가지게 한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불행을 사회적인 구조와 불평등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틱낫한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깊은 정성으로 다하면 우주를 감동시킬 수 있고,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연결되어 있어서 고통을 줄이는 일도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당신의 선한 행동은 세상의 고통을 없애고 기쁨을 더하는 아주 소중한 것이다. 자신감만 갖는다면 당신은 내일 두 개의 고통을, 얼마 후엔 네 개의 고통을 없앨 수도 있다.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이 작은 힘을 무시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면 머지않아 수백만 개의 작은 고통이 없어질 것이다.”(89쪽)


흔히 동양사상이나 불교에서의 가르침이 매우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다시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잘못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신의 작은 존재만을 탓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작게나마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간다.


이 책을 다 읽을 쯤에야 이 책의 제목을 힘이라고 붙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사회에서 힘이라고 통용되는 돈이나 권력이 진정한 힘이 될 수 없음과 진정한 힘은 한사람 한사람의 깨어있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 세상이 있고 우주 만물의 평화도 한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글/박홍수 농림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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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5-04-14 09: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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