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서울특별시장
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이명박 서울시장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200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이 말씀부터 드립니다. 어렵고 힘들어도 묵묵히 참고 일해 온 시민 여러분, 불편을 감수하면서 시정에 협조해주신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애써 대화하고 이해하려 하였고, 마음이 급해도 참고 기다려 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낸 성과를 놓고, 그것이 작든 크든, 기뻐하고 사랑해 주신 시민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시청 앞 광장에서 스케이트 타는 어린이들, 장애인이 광화문 네거리를 자유롭게 건너는 모습, 숭례문 앞길을 걷는 샐러리맨들의 경쾌한 몸놀림을 바라보기를 좋아합니다.


작은 즐거움에 행복해 하는 시민들의 표정에서 일하는 보람을 얻습니다. 그래서 늘 고마운 마음으로 일합니다.


저는 머리를 삭발하며 살길을 호소하던 청계천 상인들의 그 걱정스러운 모습을 잊을 수 없듯이, 복원된 청계천에 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환호하던 시민들의 밝은 모습을 또한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물이 고여 썩는 냄새가 진동하던 수류지, 말만 많은 채 버려졌던 땅위에 새로 조성된 뚝섬 '서울숲'에서 오늘도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를 듣습니다.


한없이 늘어서서 막히고 돌아가던 시내버스들의 행렬에 짜증내던 시민들이 빨라지고 갈아타기 쉬워진 대중교통에 편안해 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러나 시내버스 체계를 바꾼 직후 얼마동안 사람과 시스템이 서로 적응하지 못하고 뒤엉켰던 혼란은 지금 생각해도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로 하여금 청계천을 덮었던 콘크리트를 걷어내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무엇이 비싼 서울 땅 한복판에 센트럴파크와 같은 '서울숲'을 만들어 내고, 무엇이 수십 년 얽힌 버스회사의 이해관계를 풀고 노선과 운영체계를 일시에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게 했을까요?


그것은 도시와 삶의 방식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눈앞의 성과와 당장의 편의를 쫓는 생각이 청계천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게 했다면, 그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희망이 그것을 걷어내게 한 것입니다.


그 결과 청계천이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서울숲 조성'이나 '시내버스체제 개편'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생각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희망이 생기고 길이 열립니다.


후손에게 물려줄 삶의 방식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바뀌자, 도시에서 자연이 살아나고 도시가 사람 중심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도시문화의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불가능하다거나 어렵다던 일들이 계획한 대로 잘 이루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특히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 이해와 협조의 덕이 컸습니다. 그 바탕에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생각이 여는 길'과 '그 길이 열어줄 미래'에 대한 믿음이 그것입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고 믿어주신 덕분에, 저와 서울시는 자연과 조화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삶의 양식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실제로 구현해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그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기뻐해 주심으로써 그 생각이 옳고 또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 주셨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서울시가 세계일류도시, 남들이 부러워하는 선진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아직도 많습니다. 서울이 앞장서서 나라를 바꾸어 가야 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도시문화 창조를 통해 도시환경과 지역경제에 생기를 불어 넣는 일입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시민의 삶의 품격을 높이는 일입니다. 그 일이 서울 시민과 국민의 믿음 속에 시작됐으니 어찌 고맙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고맙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경제가 어렵습니다. 하루하루 살기가 참 힘이 듭니다. 세계경제가 괜찮고, 이웃나라들과 경쟁국들의 경제는 좋은데, 안타깝게도 우리 경제는 몇 년째 정체되고 있습니다.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그 어려움이 서민생활과 청년실업에 가중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잘못된 경제정책에 큰 책임이 있습니다. 우선 경제의 성장 잠재력 자체를 위축시키는 정책에 문제가 있습니다. 분배와 복지가 실질적 의미를 가지려면, 먼저 생산활동이 활발해지고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양극화의 문제는 지식정보사회로의 진입과 세계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양극화가 심화된 원인도 따지고 보면 바로 정책실패, 즉, 경기부진과 일자리 부족에 있습니다. 성장을 도외시하는 분배정책은 허구에 지나지 않으며, 경제주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정책 수행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재정운용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경제의 요체는 지출을 절약하고 꼭 할 일을 하되 우선순위를 가려 효율적으로 하는 데에 있습니다.


서울시는 예산을 절약해서 그 돈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하고도 부채를 5조에서 2조 1천억원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일 저 일을 방만하게 벌이면서 나라 빚을 늘리고 세금 많이 걷을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편가르기로 우리 사회의 통합을 저해해서는 안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사회구성원들이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지금 미래지향적 비전을 설정하고 집단간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이른바 개혁 입법을 둘러싼 논의들도 그 내용과 시기, 그리고 방법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노정하면서 오히려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다시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체제 경쟁, 이데올로기 논쟁은 진작 끝났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시장경제체제나 시대의 주된 흐름인 세계화는 모두 경쟁을 기본 원리로 합니다. 경쟁이 합리를 정착시키고 마침내 삶의 질을 개선하게 하려면, 공정한 경쟁과 창의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경쟁을 두려워해서 피하거나 하향적 평등을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여기에 매우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경쟁에 나서기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고, 불리한 이들을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의 실패 부문이 보완되어 경쟁이 공정해지고 진정한 의미에서 발전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더불어 잘 사는 따뜻한 사회'가 만들어집니다.


그리하여 일자리 만들기와 사회안전망 확충은 복지의 양대 축입니다. 이 두 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역시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거꾸로는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10년 안에 3만 불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그래야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통일시대를 열 수 있습니다. 통일은 말이나 제스처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안으로 국민경제를 선진화하고 밖으로 국제연대를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당장은 북한 주민이 처참한 생활고에서 벗어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제들의 해법은 정책의 기조를 바꾸는 데에서 찾아야 합니다. 생각을 바꾸고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경기회복과 일자리 만들기가 그 핵심입니다. 기업이 떠나가는 흐름을 되돌려 놓고, 중소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기술개발에 나서고, 창업이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거듭 말씀드리거니와 올바른 정책으로 정책이 믿음을 얻고 사회에 신뢰의 기반이 구축되어 나가야 합니다. 투자와 소비는 경제주체가 경제의 흐름과 정책을 믿어야 활발해지고, 노사관계는 신뢰의 토대 위에서만 건전하게 작동합니다.


대외관계는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의 지정학적 조건을 활용하면서 세계화의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국제적 교류협력과 경쟁은 필수적이며, 그것은 상호 신뢰의 토대 위에서만 활발히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근자에 방법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지방간의 균형발전문제도 대립과 갈등의 관계로 파악하기보다는 협력과 상생의 관계로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간적, 부문적 네트워크를 긴밀히 구축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여야관계, 세대 갈등 문제도 모두 원칙을 중시하는 새로운 생각과 믿음을 토대로 할 때 더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이제 새해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을 말씀드리면서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리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시장의 임기가 이제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면서 마무리를 할 때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6개월이면 일 년의 절반이나 되는 시간이고 너무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저는 남은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마무리 지을 일은 마무리 짓고, 새로 시작할 일은 시작할 작정입니다. 제가 힘쓰고자 하는 것은 시장으로서 서울시에 도시경영의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시정의 신뢰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무어라 해도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일할 수 있고 일하고자 하는 이들이 일자리를 갖는다는 것은 경제뿐만 아니라 복지를 위해서도 가장 핵심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과제입니다. 일자리는 소득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개인은 일을 통해서 자아실현의 보람을 느끼며, 사회는 일을 통해 시민을 결속시킵니다. 그래서 일한다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입니다.


서울시는 작년에 SOC 확충과 행정 서포터즈 프로그램 등을 통해 1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금년에도 계속되고 더욱 강력히 추진될 것입니다.


강북 뉴타운사업을 비롯하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상암동 DMC, 마곡R&D시티, 공릉동 NIT 미래기술 산업단지 조성사업 등은 서울의 지식정보산업 및 R&D 기반 조성이라는 목적을 추구함과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게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강북과 강남의 격차를 완화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이를 서울과 지방간의 균형발전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시의 뉴타운사업을 지방도시와의 연대를 통해 지방도시에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이를 청계천복원사업을 모델로 하는 도심하천 개발사업과 결합시켜 현지 특성에 맞게 적용하면 지방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거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다목적개발사업의 효과를 낼 것입니다. 그 밖에도 저는 힘 자라는 데까지 지방과 서울의 상생적 발전을 위해 서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찾아 적극 지원하려고 합니다.


서울은 대구나 광주, 대전과 경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울의 경쟁자는 동아시아와 나아가 세계의 대도시들입니다. 서울과 지방은 상생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함께 국가 경쟁의 대열을 구축해야 합니다.


각 지방의 특성을 살려 발전 잠재력을 일깨워 내고 산업 활동의 입지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수도 이전이나 분할과 같은 '빼어서 나누어주기'가 아니라,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민간부분의 자생력을 길러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강남북간의 교육환경 격차를 해소하고,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하여, 강북에 자립형사립고 3개소를 설립하여 2008년 개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자립형사립고는 강북지역 학생을 50% 이상 선발하고, 학비부담 때문에 자립형사립고를 다니지 못하는 학생이 없도록, 기준보다 2배 수준인 30% 이상 학생에게 장학금이 지원 되도록 하겠습니다. 미래의 성장 원동력이 될 과학 인재의 육성을 위해 과학영재고 1개소와 과학고 1개소도 2008년까지 새로 설립하겠습니다.


끝으로, 서울의 품격을 국제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데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세계 유수 기업의 본사와 동아시아 지사들을 서울에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하고, 다른 한편으로 세계도시로서 손색없는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 힘쓰겠습니다.


서울이 도시의 규모나 물질적 인프라의 여러 측면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세계 도시들에 비해 크게 손색이 없지만, 국제적 네트워크와 문화인프라의 측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소득이 선진국 수준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국제적 네트워크와 문화적 기회의 다양성과 질에서 미치지 못하면, 아직 품격을 갖춘 세계도시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시에서는 도시공간의 구성에서부터 문화관점을 도입하고,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수준의 문화인프라와 콘텐츠를 확충하여 서울문화를 세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10개년 문화청사진’을 준비해 왔으며, 금년초에 시민여러분께 발표할 계획입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생각을 바꾸면 희망이 생깁니다. 그리고 희망이 길을 엽니다. 미래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그 길을 가야 합니다. 저와 시민 여러분은 지난 몇 년간 우리 서울에서 그것이 옳음과 가능함을 이미 확인했습니다.


뜻과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 새로운 도시문화의 길을 열어 나갑시다. 선진문화도시, 선진문화국가의 희망을 실현해 나갑시다. 시민 여러분이 함께 나서서 서로 믿고 화합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서울시 공직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05-12-30 09:46:06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