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수 농림부장관

존경하는 전국의 농업인 여러분!

농림관련 단체 임직원과 농림공직자 여러분, 그리고 우리 농업과 농촌을 아껴주시는 국민 여러분!

2006년 병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하시는 모든 일마다 뜻하는 바대로 큰 수확을 거두시기 바라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과 웃음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먼저 지금 이 시간에도 얼마 전 대설로 인해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을 농업인과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모든 역량을 결집해 피해가 조기에 복구완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을유년은 우리 농업·농촌에 있어서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많은 일들을 하였던 한 해였습니다.

가장 큰 이슈는 무엇보다 쌀 협상 비준이었습니다.

쌀협상 비준에 대해 농업인 여러분의 입장에서는 100% 만족하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졌듯이 일부에서 주장하는 이면합의는 없었고, 농업인 여러분들이 원했던 대로 쌀 관세화 유예를 10년간 추가로 연장한 만큼, 정부로서는 비준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비준안을 처리하고 당당하게 개방에 맞서서 우리 쌀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자리를 빌어 국회의 비준동의와 관련한 시위과정에서 불상사로 인해 운명을 달리하신 농업인 故전용철·홍덕표 님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50년 만에 양정제도를 개편했습니다. 제도 개편으로 인한 파장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히 대처하지 못한 점도 다소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쌀값 지지를 위한 수매여력이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서, 직불제를 통해 농가 소득을 지지하면서 일정물량을 공공비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적절했었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작년은 우리 농업인 여러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첫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15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위원회를 만들어 농산어촌을 국민의 20% 이상이 거주하는 삶과 휴양, 산업이 조화된 복합생활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09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융자하기로 기본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낙후된 농촌지역을 도시와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도시와 농촌간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대책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농촌마을과 기업체 간의 1사1촌 자매결연은 이미 8천건을 넘어섰고, 농촌을 농촌다움을 지닌 쾌적한 삶의 공간으로 개발하기 위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도 1차로 36개 권역에서 착수된 바 있습니다.

연체로 인해 금융위기에 처한 농업인의 경영회생을 돕기위한 농지은행 제도도 마련했습니다. 연체농가가 돈을 갚지 못해 농지 등 담보부동산이 법원 경매로 처리되면 정상가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으로 팔리게 되지만, 농지은행을 통해 정상가로 팔아서 빚을 갚고 농지은행으로부터 그 농지를 다시 임대받아 영농을 계속하면서 회생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제도가 마련됐습니다.

오랫동안 갈등과 논쟁이 계속되어 온 새만금 사업이 친환경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지난 12월 21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따라 새만금 사업의 합법성과 당위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새만금 사업을 통해 환경과 국가균형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좋은 사례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중국 등 인근국가에서부터 유럽에 이르기까지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한 세계적인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한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철저한 국경검역과 국내방역 조치로 지난해 단 한건의 발생사례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금년에도 방심해서는 안되겠지만 우리 방역체계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반증이라 생각합니다.

농업인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금년에도 정부는 여러분들과 함께 우리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은 금년 4월까지 세부원칙을 마련하고 7월말까지 각국의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지난 홍콩각료회의에서 향후 일정이 합의됐습니다.

합의된 일정대로 쉽게 진행되지는 않겠습니다만, 정부는 미리미리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DDA 협상과정은 물론 이후 우리 농업이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 사전대책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쌀 협상 국회비준과정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정부는 금년 2월에 쌀·과수대책을 중심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금년 한해 DDA 이후에 대비한 농업·농촌 종합대책의 재점검 작업을 해 나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농업인단체와의 끊임없는 대화도 진행될 것입니다.

FTA 협상은 현재 진행중인 아세안·캐나다 외에도 멕시코·인도 등과의 FTA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협상과정에서 농업부문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하고, 예상되는 피해품목에 대해서는 국내 보완대책을 수립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 쌀협상 결과에 따라 금년부터 일정 분량의 수입쌀이 소비자에게 직접 시판될 예정입니다. 시판 물량이 비록 많지는 않지만 우리 민족이 쌀을 주식으로 삼은 이후 처음으로 외국쌀과의 시장경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정부는 수입쌀의 부정 유통으로 농업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영무역을 통해 수입하고, 투명하고 체계적인 유통질서를 만들 것입니다. 이미 관련법을 개정해 부정유통에 대한 벌칙을 강화했고, 명예감시원 제도도 대폭 확대 운영할 것입니다.

그리고 작년 쌀값 하락 문제를 되돌아보고 양정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공공비축제와 쌀소득보전직불제에 대한 기본틀은 유지하되, 농업인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해서 제도를 보완할 계획입니다.

미곡종합 처리장을 중심으로 품종통일과 브랜드화를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우리 쌀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계약을 통해 품종과 재배방법을 통일하고, 일관된 수확 후 품질관리를 통해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브랜드들이 우리 쌀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굳이 신토불이를 말하지 않아도 우리 쌀은 수입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경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수입재개 조건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결정되겠습니다만, 정부는 이번 기회를 한우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작년까지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을 금년에는 보다 확대하고 '08년 전면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음식점 식육 원산지 표시제도 '07년 시행에 차질 없도록 금년중 관계부처와 협의해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살기좋은 농촌, 활력이 넘치는 농촌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도농교류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도시민들이 은퇴 후에 편안하게 정주할 수 있도록 농촌을 복합생활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농촌마을종합개발 사업, 전원마을 조성 등 도시민과 농촌주민이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삶의질 향상 대책은 보다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작년 추진상황에 대한 점검·평가를 실시하고, 금년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부처간의 협조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어떤 정책보다, 어떤 자원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 농업의 인적자원에 대한 정책입니다. 농업인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현장위주 전문기술·경영기법 등을 배울수 있도록 전문교육 방식으로 전환하고, 우수 성공사례를 발굴해서 다른 농업인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농업인 여러분!

이제 자신감을 가집시다. 용기를 냅시다. 변화된 현실에 대한 이해 속에서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열어갑시다.

우리 앞에 농업·농촌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10년이라는 기간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10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우리 농업이 어떤 길을 갈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대한민국 농업인도 세계 최고 농사꾼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농업도 세계 최강의 농업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감과 용기입니다. 그리고 신뢰입니다.

시장 개방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농업인들도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먼저 우리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아 나갑시다. 우리 소비자들에게 우리 농산물이 세계 최고 품질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심어 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농업의 희망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장에는 이 길이 힘든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힘들지만 우리는 이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 길만이 우리 농업·농촌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곁에는 정부가, 그리고 든든한 우리 국민들의 성원이 함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우리 농업·농촌을 만들어 가는 길. 세계 최고의 농업·농촌으로 가는 그 첫걸음을 올해부터 한발 한발 내딛어 갑시다. 농업인, 정부, 국민 모두를 신뢰라는 하나의 끈으로 묶고 서로 의지하면서 나아갑시다.

다시 한 번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