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일깨워준 교훈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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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남 (경기도 환경정책과 자연생태팀장)


【에코저널=수원】긴 가뭄과 함께 무덥고 지루했던 여름, 초가을 막대한 피해를 주고 떠난 계속된 태풍에 이르기까지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의 보복은 무서울 정도로 가혹했다. 무차별적인 개발과 자연훼손이 인간에게 어떤 대가로 돌아오는지를 강력히 경고한 것이다.


요즘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능청스럽게 드높고 청명한 가을 하늘에 맑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들판에는 풍요로움을 알리는 가을곡식들이 무르익어 가고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와 싱그럽던 푸른 잎이 어느 틈에 열매를 맺고 곧 노란 옷으로 갈아입을 은행나무가 우리 마음을 현혹되게 된다.


우리 주위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늘 가까이 있다. 누가 볼 새라 담장 밑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길가에 흔하게 이리 저리 널려 있기도 한다. 숲 속에 수줍게 피어 있기도 하고, 앞마당에서 방긋이 웃으며 우리를 반기기도 한다. 그래서 들꽃을 볼 때면 마치 고향의 옛 모습이 어머니와 겹쳐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뭉클한 감정을 가져다준다.


길가에 쭉 서있는 단풍나무 가로수는 자연의 섭리를 잘 알려준다. 여름내 이름 모를 수많은 행인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물하고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시켜준다. 가을에는 고운 빛깔을 뽐내는 단풍의 아름다움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고는 겨울이 다가올라치면 걸치고 있던 옷을 훌훌 벗어 던진다. 잎은 자기를 키워준 나무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나무가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도록 돕고 흙에 섞여 한줌의 거름으로 기꺼이 희생한다. 우리도 후손에게 자연을 물려줄 때 가을 단풍잎처럼 밑거름이 되는 방법은 없는 걸까!


경기도, 서해4도(풍도, 육도, 국화도, 입파도)는 봄이 되면 온통 들꽃 세상이 된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탓인지 다양한 종의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피어나는 모습이 노루귀와 닮았다하여 이름이 붙여진 '노루귀'. 사랑스러움이란 꽃말을 간직한 '양지꽃'. 겸손한 듯 고개를 숙인 '할미꽃'. 쌓인 눈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 등이 각자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껏 뽐낸다.


자연적으로 오랫동안 고립됐던 섬의 특성상 풍도바람꽃, 풍도대극, 풍도달팽이 등 세계에서 유일한 그들만의 고유한 종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서해4도는 신비로운 자연 모습을 간직한 보물섬인 것이다.


최근 외부에 알려지면서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점차 사람들의 손때가 타기 시작했다. 특히, 들꽃이 활짝 피는 2월과 4월 사이에는 섬 곳곳에 자신만의 들꽃을 눈과 사진에 담으려는 동호회원로 가득하다. 낚시하기 위한 방문객들도 연중 지속적으로 줄을 잇고 있다. 그 이후로 해변 군데군데에 쓰레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해변에 나뒹구는 소주병도 보인다. 모두 자연의 큰 혜택을 여태껏 누려온 인간이 자연에게 되갚아준 파렴치한 행위인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8월 8일 풍도에서 자연체험과 정화활동을 하는 '경기도, 서해 4도 봉사보물섬 캠프' 개최를 시작으로 10월 10일과 11일에 수원역에서 '섬, 자연 그리고 환경'이라는 주제로 '들꽃 공모전 입상작품'과 함께 '서해 4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쓰레기 등으로 오염되고 있는 모습'을 비교한 전시회를 개최했다.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도청을 시작으로 북부청, 의정부 역사, 도의회 등을 순회 전시한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자연의 신비로움을 감상하고 가꾸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가슴속에 심어줄 계획이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께서는 '인간은 모름지기 자연의 이자로만 삶을 꾸려야 한다'고 말하고, 몸소 실천하셨다고 한다. 또 환경생태학자들은 '생물 다양성이 자연에 저축된 자본이고, 인간은 이것을 대출해서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두 자연의 소중함을 중요시한 말이다.


흔히 '자연스럽다'는 말과 같이 좋은 의미로 즐겨 쓰는 말이 없다. 그만큼 자연의 소중함이 우리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낱 작은 나뭇잎에 불과하지만 후손들의 번창을 위해 기꺼이 밑 걸음으로 돌아가듯이 우리도 아름다운 자연을 온전히 보전해 후손에게 길이 물려주려는 희생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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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10-18 15: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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