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인한 2차 환경오염 예방에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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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율 회장 (사)환경실천연합회



【에코저널=서울】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두 달이 다 되는 지금까지도 그 고삐가 잡히지 않으며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전국의 소와 돼지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4일,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경남 김해에서까지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해 현재 8개 시ㆍ도, 63개 시ㆍ군으로 구제역이 확산되며 총 260만 마리 이상의 우제류(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가 매몰 처분되었다. 호남과 제주 지역을 제외하곤 전국이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실로 국가적 대재앙이라 할만하다. 이번 구제역 파동은 초기의 판단오인으로 인한 미흡한 대응과 구멍 난 방역체계에 의한 '인재'이며, 또한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인한 한파 역시 구제역이 퍼지는데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구제역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데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저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오랫동안 생존하기 때문에 혹한에서 더 잘 퍼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구제역에 걸린 소ㆍ돼지 및 구제역 발생농가 반경 500m∼3km 내에 위치한 모든 우제류에 대해서까지 모두 살처분ㆍ매몰했었다. 이 방식은 구제역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을뿐더러 2차적인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구제역 발생 시 살처분ㆍ매몰 매뉴얼에 따르면 4∼5m 깊이의 구덩이 밑바닥에 매몰지보다 큰 이중비닐을 깔고 그 위에 생석회 3cm, 톱밥 30cm를 깐 후 살처분한 가축의 배를 가른 다음 묻도록 되어있다. 매몰시에는 흙을 2m 이상 덮고 가스배출에 대비해 가스배출관을 설치하며, 매몰지보다 낮은 곳에 침출수를 받기위한 저류지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구제역 전염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매몰 대상 가축의 수가 200만을 넘어서면서 방역인력 및 물자,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살처분 매뉴얼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배수로 및 가스배출관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고 있는데다가 시간에 쫓겨 가축들을 생매장까지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생매장되는 가축들이 발버둥을 쳐 비닐이 찢어지게 되고, 침출수가 지하수 수맥으로 흘러들게 되면 전국의 지하수가 오염되고 상수도의 안전까지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구제역의 확산을 막는 것도 문제지만, 봄이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체들이 부패하며 찬 가스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매몰지가 터지거나, 굳은 땅이 풀리면서 침출수 유출에 의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 악취 등의 2차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강원, 경기 등에서 매몰가축의 핏물이 흐르는 등 매몰지에 대한 사후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차적인 환경 대재앙이 올 것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하수와 식수가 오염되고 가축의 사체들에서 세균이 번식해 인간을 위협하는 각종 전염병이 창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관계당국은 지금이라도 매몰 규정을 준수하고 철저한 사후관리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매몰지 및 사후처리에 이용하기 적합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하나의 예로 요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EM(Effective Micro-organisms)을 이용한 친환경 방역작업이다.


EM은 사람에게 유용한 미생물 수십 종을 배양한 유용미생물군으로써, pH 3.5 이하의 강산성으로 pH 6∼7에서 활성화되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활성을 억제하고, 현재 매몰시 이용되고 있는 생석회와 달리 사체가 부패할 때 체액이나 가스도 발생하지 않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차적인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간과한다면 결국 더 큰 재앙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 자명한 만큼 방역인력도 중요하지만 사후관리 인력 역시 최대한 확보해 매립지를 정기적으로 조사ㆍ관찰하고 침출수 유출 등의 사고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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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1-27 1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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