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보전‘,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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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덕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장)


【에코저널=서울】생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생물의 멸종 속도는 인류 출현 이후부터 21세기 이전까지에 비해 100배 내지 1천배나 빨라졌다. 생물 멸종 속도가 이토록 빨라진 원인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 부르는 생물종, 즉 '우리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과 같은 활동 때문이라고 한다.


한 종의 생물종이 전 지구적인 대멸종을 가져오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로 이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멸종이란 사건은 단지 그 종이 사라지는 것에 국한되지 않으며, 종간의 상호작용을 단절시키고 물리적 환경을 변형시켜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킨다.


생태학적 측면에서의 부메랑 효과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이는 인간의 활동이 자연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그 영향이 다시 인간의 생활과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로 되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생물다양성 감소는 신종 바이러스 등의 질병 확산, 식량ㆍ약제 등 자연자원의 고갈, 수질 악화, 토양 황폐화, 토착민의 문화 파괴 등의 부메랑이 되어 우리 인간 사회, 경제, 문화 전 분야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제연합(UN)은 인류 모두가 생물다양성 손실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함께 노력 하고자 2010년을 '생물다양성의 해'로 지정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캐나다 등 국가에서 생물다양성 관련 학술강연회, 문화ㆍ예술 공연과 같은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10월 일본에서는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정부부처, 학회, 단체 등을 대표로 위원회를 구성해 생물다양성의 해를 기념하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입법예고됐으며, 9월에는 생물다양성과 보호지역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되는 등 다양한 노력들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노력과 정부 노력이 큰 의미를 갖고 있으나 실제적인 변화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중요하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에 참여한다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자연을 '인간이 활용할 자원'으로만 간주하던 인식을 '지구라는 한 지붕 아래서 조화롭게 공존해야할 가족'으로 인식하고, 모든 생명체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싶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노력은 정부나 범국가적 조직만이 아닌 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들에 대해 국립공원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멸종위기종의 60%가 서식하고 있는 생물종의 보고로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해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핵심 보전지역이나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관광자원 혹은 유원지로 간주하여 편의와 유흥만을 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샛길 이용으로 인한 식생훼손, 고성방가, 쓰레기 무단투기, 열매와 나물 채취, 취사 및 흡연 등의 행위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에 의해 20분에 1종, 1년에 약 2만6000종의 생물종의 생명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 사실에 책임감을 느낀다면 다음과 같이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정 탐방로를 이용한 산행으로 식생훼손 방지, 동물 번식기에 소곤소곤 대화하기, 쓰레기 수거 및 재활용품 분리, 식물 무단채취 계도, 흡연의 유혹을 참고 피톤치드가 가득한 숲내음 맡기 등등... 이렇게 작지만 진심어린 노력들이 모이게 된다면, 전 인류의 과제인 멸종위기종 보호,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큰 뜻 또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카프라'라는 과학 철학자의 말에 따르면 인간과 모든 생명체는 촘촘히 짜인 그물망처럼 연결돼 서로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관계로, 생명시스템이라는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각 생명체는 에너지와 자원을 교환하고 다른 생명체와의 협동을 통해서만이 생태계를 유지하며 변화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자연이 훼손되면 그곳에서 서식하던 생물체가 사라지게 되고, 생물체가 사라지면 우리 자신 또한 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우리는 자연과 하나이지 결코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노력은 결국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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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9-27 10: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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