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물길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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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물길을 잡아라 [한중일 물관리 보고서 1부 ]
  • 기사등록 2005-10-31 10:50:13
  • 기사수정 2023-11-23 17: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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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강가에서 시작됐고 강은 문명을 발생시키며 인간의 생사에 없어서는 안 될 생명의 조건으로서 늘 함께 해왔다. 역사 속에서 물을 다스리는 자는 천하를 얻었고 필연적으로 물길을 다스리기 위한 투쟁은 끊임없이 진행돼 왔다.


처음 물길을 막는 것으로 시작돼 현대까지 축적된 기술은 홍수와 가뭄을 조절할 뿐 아니라 물을 에너지로 바꾸어 내는 댐으로까지 발전했다. 더불어 갈수록 거대해 지는 댐과 제방의 규모는 그와 비례하는 재앙을 불러 들였고, 이제는 물과 인간과 자연을 생각한 새로운 방법이 모색돼야 할 때다.


댐의 두 가지 얼굴

인구의 1/4, 13억 중국인의 신성한 젖줄이 되어 온 장강, 그들이 ‘하늘과 통하는 강’이라며 신성시하던 물길을 거대한 댐 속에 가두었다. 장강의 범람으로 인한 남부의 홍수 뿐 아니라 황하와 함께 북부의 가뭄문제가 심각했던 중국은 이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할 방안을 찾았고, 그래서 총590억달러를 투입, 소양강댐 열네 배에 달하는 480억톤의 물을 남에서 북으로 돌리기 위해 무려 1,300km의 수로를 건설하게 된 것이다.


지난 '92년 첫삽을 뜨기 시작해 '09년 완공 예정인 삼협댐은 이미 물막이 공사를 완료하고 '03년 6월 첫가동을 시작했다. 삼협댐이 가동되기 시작한지 2년째, 장강중 하류의 수해방지와 200만kw급의 수력발전, 물류비용 감소를 통한 경제적효과 등 긍정적인 기대에 부흥하고 있다. 하지만 높아진장강의 수위는그동안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장강의 비경들을 물속으로 가라앉히고 거대한댐이 몰고올 환경 재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안고 있다. 또 아직도 갈 곳을 정하지 못한 120만 예비 이주민들의 사정은 고향을 떠나는 것 이상의 생존문제가 걸려있다.


이렇듯 댐은 항상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그리고 두 가지 논란을 두고 어느 쪽이 맞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자연과 인간을 위해 행해지는 사업이라고 본다면 이제는 생태계를 고려하고 인간을 생각하는 다차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댐 건설의 필수조건 사회적 합의

미야가세는 댐 건설에 있어 사회적 합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일본 수도권 최대의 댐인 미야가세댐. 소규모의 댐이 많은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대형댐이다.


규모가 큰만큼 수몰민들의 희생이 컸던 것도 사실, 2억톤의 이 거대한 댐을 위해 274명이 고향을 떠나야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들과의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총 공사기간 30년 중 무려 10년을 할애했고, 그동안 주민들과 관계당국은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 27년째 주민들은 매년 명절마다 댐을 찾아와 고향을 기리는 축제를 열고, 현재 미야가세댐은 정부당국과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댐 주변환경을 관리해 나가고 있다.


댐의 가치 재발견

한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해 늘 홍수의 위협에 노출돼 있던 서울. '73년 소양강댐이 건설되면서 비로소 서울은 그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용수 공급과 홍수 방지를 목적으로 하나둘 생겨난 전국의 댐들이 최근에는 중앙 물관리센터의 최첨단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 운영되기에 이르렀다. '65년 섬진강 다목적댐 준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6개의댐을 건설한 우리나라는 최첨단과 더불어 서서히 자연과 인간을 고려한 친환경 정책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친환경 도입을 통한 지역과 함께 하는 댐을 위해 세계의 우수사례 및 지역 요구 사항을 적극 반영한 시범사례 장흥댐. 다목적댐중 가장 규모가 작은 댐으로서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는 장흥댐은 댐 건설로 손상된 녹지를 복구하기 위해 수몰지역의 흙과 식물들로 댐배면을 덮어 주변 식생과 잘 어울리도록 3년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댐 호수 상류에 습지를 조성해 관람객들의 생태학습장으로서 뿐 아니라 수질정화의 기능을 갖게하고 어도와 수중폭기 등의 설치를 통해 그동안 제기된 댐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25년된 노후시설을 정비하고 댐주변 녹지형성과 공원조성, 야간조명설치 등 주변 환경 정리를 통해 주말 평균 2,000명이 찾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각되고 있는 대청댐은 이 지역의 새로운 부가가치 사업으로서 댐의 가치를 재발견한 모범사례가 되고있다.


물과의 화해를 꿈꾸는 ‘슈퍼제방’ 

일본 요코하마의 타마강변. 이곳에서 물과의 화해를 시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강물의 수면보다 높은 지반 위에 형성된 도시. 슈퍼제방으로 불리는 이 도시는 물길을 막아 더 큰 피해를 초래하는 기존 제방의 단점을 극복한 사례다. 1974년, 대홍수로 타마강 방파제가 무너져 주택 열아홉 채가 휩쓸려 간 사건이 있었다.


당시의 충격으로 주민들은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강력한 제방을 원했고 결국 슈퍼제방이 건설된 것이었다. 기존의 제방이 물과의 단절, 물의 분노를 초래하는데 비해 슈퍼제방은 물과의 공존과 화해를 도모하는 열린 제방이라 할 수 있다.


물과의 영원한 공존은 누구나 품고 있는 소망이다. 때문에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면 물의 소중함을 아는 일이야 말로 가장 중요하다. 그것은 성난 물길을 만났을 때에도 거부하지 않고 부드럽게 안아주는 용기를 기꺼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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