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 ‘석창포나라‘ 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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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식물 '석창포'(石菖蒲)에 흠뻑 매료돼 경기도 양평에 농장을 만들고 '주말농부'가 된 국토해양부 사무관이 있다.


국토해양부 하천운영과에 근무하는 이재형 사무관(52 사진)이 그 주인공. 과거 건설교통부에 재직할 때부터 현재까지 공직생활 대부분을 물과 관련된 업무를 맡아 온 이 사무관은 지난 2004년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하청공사과장에 재직하던 시기에 지금은 널리 알려진 '세미원'(洗美苑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과 '석창원'(石菖苑)을 알게 된다. 또 세미원을 운영하던 (사)우리문화가꾸기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던 임영재 선생을 통해 석창포를 소개받았다.


임영재 선생은 아호를 '석창'(石菖)으로 지을 만큼 석창포를 남달리 사랑했던 사람이다. 동양난의 자태와 정적인 분위기에 매력을 느끼던 이 사무관에게 임영재 선생이 소개한 석창포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사무관은 수반에 담겨 진 석창포의 단아한 모습을 처음 본 순간 '온몸에 전율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고 전한다.


이 사무관이 석창포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 등 커다란 관심을 보이자 임영재 선생은 자신이 20년 넘도록 소장하고 있던 석창포와 분경작품, 소품 등을 모두 건네주면서 세미원 인근에 농장을 지어 석창포를 직접 가꿀 것을 제안했다.



이에 이 사무관은 지난 2007년 6월경부터 2640㎡(800평) 면적의 농장(양평군 양서면 대심리 185)을 구입한 뒤 660㎡(2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짓고 석창포를 본격적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손재주가 남달랐던 이 사무관은 석창포를 돌에 부착시켜 작품을 만드는 '석부작 특허'는 물론 시멘트, 보습제, 안료, 목분 등을 적절한 비율로 조합해 수반을 만드는 '분경특허'도 취득했다.


이재형 사무관은 "옛 선비들이 그토록 아꼈다는 석창포의 단아한 모습은 '빠르게'를 외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줄 것"이라며 "가정에서 쉽게 석창포를 키우면서 조상들의 슬기를 배울 수 있도록 널리 보급하는 노력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이 사무관은 자신이 가꿔 온 석창포를 지인들에게 공개하고, 농장에 '석창포나라'라는 이름의 현판을 걸었다. 현재 이 사무관의 농장에는 8만본이 넘는 석창포가 제주석과 어우러진 석부작 또는 다양한 종류의 수반에 담겨 있다.


◆Tip-석창포

천남성과의 상록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줄기는 옆으로 뻗고 마디가 많으며, 잎은 뭉쳐나고 선 모양이다. 6∼7월에 잎처럼 생긴 꽃줄기 끝에 누런 녹색 꽃이 수상(穗狀) 꽃차례로 핀다. 뿌리와 줄기는 청량 건위제나 구충제로 쓰고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흐르는 물가에 자라는데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중국 최초 약물학에 관한 전문서적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은 석창포를 오래 먹으면 귀와 눈이 밝아지고, 목소리가 고와지며 몸이 따뜻하게 돼 오래 살게 된다고 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석창포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다. 심규를 열어 주고 오장을 보하며 9규(두 눈, 두 콧구멍, 입, 두 귀, 항문, 비뇨기)를 잘 통하게 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하며 목청을 좋게 하고 풍습으로 감각이 둔해진 것을 치료하며 뱃속의 벌레를 죽인다'고 썼다.


옛 선비들은 작은 석창포 화분을 책상 위에 뒀는데, 밤새 책을 읽어도 눈이 피로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른 아침 석창포에 맺힌 이슬로 눈을 닦으면 눈이 좋아졌다고 전해진다.


선비들에게는 석창포가 문방사우(붓, 벼루, 먹, 종이)에 합해져 문방오우로 일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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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2-22 12: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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