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전센터 유치, 주민투표로 투명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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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0월 30일 캐나다에서는 퀘벡주 분리독립에 대한 주민투표가 실시되었다. 유권자 500만 명 중 약 470만 명이 참가하여 94%라는 높은 참여율을 나타내었는데, 투표 결과 230만 8028명이 찬성하고, 236만 1526명이 반대하여 5만 3000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었다. 캐나다 주민의 1/4, 영토의 1/6을 차지하는 퀘벡주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주민투표에 대한 참여인원이나 참여율 수준이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다.


퀘벡주처럼 영토를 분리하자는 이슈와는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하 방폐장) 후보부지가 금년 11월 실시되는 주민투표로 결정되게 된다. 이전에는 방폐장이 들어오면 고향이 분리되는 정도가 아닌 황폐화되는 것으로 오해하여 심각한 갈등상황이 발생한 지역도 있었으나 금년에는 무언가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띈다.


지난 15일 산업자원부 장관과 경주, 군산, 영덕, 포항 등 4개 지자체장들이 모여 방폐장 부지선정을 위한 주민투표를 공정하게 실시하고, 그 결과에 대해 수용하기로 약속하는 공동합의문을 발표하였다.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지자체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방폐장 유치에 대해 ‘공정한 경쟁’을 다짐하는 모습들이 지역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지는 방폐장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어떠한 변화가 있었길래 PIMFY(Please In My Front yard)까지는 아닐지라도 방폐장에 대한 갖가지 오해가 줄어들 수 있었을까?


특별법 만들어 안전성 보장·경제적 지원 약속

정부는 정책에 대한 신뢰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인식하에 지역주민들에 대한 다양한 약속을 특별법에 담았다. 첫째,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만을 처분하여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특별지원금(3000억원), 반입수수료(연평균 85억원),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이전 등 경제적으로 지원과 범부처 성격의 유치지역지원위원회를 구성하여 체계적인 지역 발전방안을 마련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국책사업에 동참한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한층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함께 고민해나가겠다는 의미이다.


무엇보다도 주민투표를 통해 그 지역 다수의 주민이 원하는 경우에만 시설이 유치될 수 있도록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마련하였다. 지자체장의 유치신청에 지방의회의 동의를 반드시 얻도록 하는 대의 민주주의 원칙하에 주민투표라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보완하여 주민 의사를 이중, 삼중으로 거듭 확인하는 새로운 갈등 해결 모델인 셈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과 참여가 이루어졌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보다 성숙해진 국민들의 의식 수준 역시 방폐장에 관한 합리적인 논의 구도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중우정치와는 달리 지역 주민들은 극단적인 의견 표출과 일방적 주장 아래 숨어 있는 함정을 넘어서 직접 듣고, 참여하여,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원숙해져가는 학습비용으로 간주하기에는 너무나 큰 비용을 치루고서도 해결이 되지 못한 과제들이 많다. 예정대로라면 11월 2일 4개 지역에서 방폐장 부지선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동시에 실시되게 된다. 방폐장 정책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금년에는 부지가 선정되어 대표적인 국책사업의 해결과 더불어 의사 결정 과정의 모범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글/조석 원전사업기획단장(산업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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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5-09-16 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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