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천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과연 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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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수석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필자는 지난 4일 경안천이 흐르고 있는 용인지역을 다녀왔다. 경안천은 용인시와 광주시를 흐르는 하천이다. 길이는 26.8km이고 유역면적은 208.37㎢이다. 경안천의 발원지는 용인시 이동면 어비리 저수지이며, 능원천(陵院川)·곤지천(昆地川)과 합류해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이 물은 수도권 2400만명의 식수원인 팔당호로 유입된다.


필자가 다녀온 곳은 처인구 포곡읍 유운리 일대다. 이곳은 경안천으로 흘러드는 지류가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축산농가가 67가구 정도 있다.


그래서인지 경안천 지류를 타고 올라가자 알 수 없는 악취가 진동했다. 악취의 원인이 궁금해 냄새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자 축사들이 보였다. 축사 한편에는 가축배설물 수거통이 넘쳐서 지류 방향으로 널브러져 있었고, 가축물의 먹이로 공급되는 음식물 잔반에서는 악취가 심했다.


악취도 문제지만 축산폐수가 그대로 경안천으로 흘러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팔당호는 상수원보호구역이다. 경안천의 축산폐수 유입은 경안천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오염부하량 가중은 물론 그로 인한 하천생태계 파괴는 뻔한 일이다. 비점오염원도 아니고 점오염원을 이렇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상류지역이 더러워지면 식수원인 팔당호는 당연히 더러워지고 수처리비용도 가중될 것이 뻔하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혈세로 충당될 것이다.


순간 축산농가가 원망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에서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축산농가 주민들을 만나고 축산농가에 대한 원망은 지자체와 관계당국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었다. 오래 전에 이 지역에 축산시설들이 들어섰으며 축산폐수는 전량 차집관을 통해서 축산폐수처리장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그런데 시에서 수년전 관로관리상의 문제를 이유로 차집관을 끊고 축산폐수 수거통을 각 축산농가에 설치해주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축산폐수 수거차량이 축산농가를 돌며 축산폐수를 회수하여 축산폐수처리장으로 일일이 운반하고 있다고 했다. 축산폐수를 전량 차집해서 바로 처리장으로 보냈을 때에는 지금처럼 축산폐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는 전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문제는 축산폐수 수거통을 만들면서 시작됐다는 결론이다.


지금 축산폐수 수거통이 넘치는 것은 축사로 공급되는 물의 노즐이 고장나면서 폐수 수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폐수수거통의 용량산정이 처음부터 잘못됐음을 의미한다. 축사 물 공급 노즐은 얼마든지 고장 날 수 있으므로 이 또한 폐수수거통 용량에 충분히 반영됐어야 했다. 관계 당국의 성의 없는 대처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지금의 상황을 타계하려면 축산폐수 수거통의 용량을 충분히 키우거나 축산폐수 수거통에 센서를 부착해 양돈농가에서 폐수가 넘치기 전에 쉽게 확인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거업체도 현황판을 설치해 바로 수거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축산폐수가 경안천으로 유입될 일도 없으며 악취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양돈 농가에서는 사료 값 폭등으로 타산이 맞지 않아 음식물 잔반을 사료와 함께 공급하는 실정이어서 음식물에 의한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 음식물은 모아 놓으면 썩을 수밖에 없다. 악취는 물론 해충도 발생된다. 음식물에서 나는 악취는 음식물 발효를 통해서 줄일 수 있다. 축산농가에 설치된 음식물 교반기에 발효제를 혼합해 썩지 않고 발효되도록 도와야 한다.


수거통의 용량을 키우거나 용량센서를 설치하는 일, 음식물을 발효시키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지자체에서는 축산농가에서 축산폐수를 방류하였다고 행정처분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는 일일까? 축산농가와 민원을 제기하는 지역주민들 모두를 위한 현명한 방안은 과연 어디서 나와야 할까 ?



이런저런 생각으로 경안천을 바라보며 거슬러 올라가다 필자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또 목격했다. 경안천 천변에 자전거 도로와 나무다리 등을 만들고 천변에 수생식물 및 수변식물들을 모두 제거하고 잔디를 깔아 놓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광경이었다.


경안천으로 축산폐수가 유입되고 있고 악취로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지금 경안천 천변 친수공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축산분뇨가 떠다니는 경안천을 보며 자전거를 타고 싶은 시민이 과연 누가 있을까 ?


수생식물로 자연정화를 유도해 오염부하량을 감소시켜도 시원찮을 것 같은데 그곳에 잔디라니? 진정으로 경안천을 위하고 시민들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는 것일까 ? 한숨이 절로 나왔다.


경안천 천변에 수생식물 뽑고 시멘트 도로와 나무다리를 만들 예산을 축산농가 시설 개선에 일부라도 활용한다면 어떨지? 오늘 하루는 머릿속이 뒤숭숭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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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10-05 1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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