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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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수석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요즘 신문, TV, 모임 등 어디를 가나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녹색성장, 저탄소, 온실가스, 친환경개발, 웰빙 등 환경에 관한 단어다. 환경은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제가 발달하고 의, 식, 주가 해결됨에 따라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것이 어쩌면 모든 사람의 본능이다.


인류는 최근 이상기후, 기상이변 등 자연재해가 증가되면서 바쁘게 달리던 성장궤도에서 잠시한번 뒤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 인류는 생존자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환경부메랑으로 인해 인류는 존폐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 세계의 기조에 발맞춰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 국가비젼으로 천명한바 있다.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 나라의 비젼도 있다는 내용이므로 환경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 발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표와는 달리 한 달이 못되어 정부는 2020년까지 그린벨트를 최대 308㎢ 해제한다는 내용의 '개발제한구역 조정 및 관리계획'을 확정하여 발표했다. 도시화되면서 그린벨트는 야생동식물이 살수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린벨트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이곳에 아파트를 짓는 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는 얼마 전 서울 도심을 지나가다 커다라 가로수가 몽당연필(?)이 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일부 가지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얼핏 보아도 큰 나무를 통째로 잘라내고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 가로수는 도심의 온도를 조절하고 대기오염을 감소시키며 곤충, 새 등에게 휴식장소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 심미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다. 가로수 또한 그린벨트와 같이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이런 중요한 공간을 무참히 자르고 있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런 일들을 보면서 도대체 '저탄소 녹색성장'의 비젼을 어디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


지난 9월 22일 '2008 차없는 날 행사'가 서울에서 진행됐다. 이 행사의 목적은 첫째 대기오염저감, 둘째 -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자가용 이용 줄이기, 셋째 차없는 거리 체험을 통한 자동차 중심의 시민의신 전환계기 마련, 넷째 대기오염 개선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교통수요관리 정책 가시화라고 한다.


행사의 취지와 목적은 아주 좋다. 그런데 도심의 가로수 한 그루도 지키지 못하고 그린벨트도 지키지 못하면서 이런 행사를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런 행사를 보면서 과연 시민들이 "우와 차없는 거리가 좋구나", "기후변화에 대비해 자발적 실천을 해야지"라고 생각했을까 ?


금번 '차없는날 행사'가 보여주기, 이벤트식의 행사로 보여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가로수가 잘려나가는 모습.


이뿐만 아니다. 청계천복원사업이후 전국의 수많은 하천은 친환경하천이란 미영아래 오히려 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을 빼앗고 자전거도로, 운동기구들로 채워놓고 있다. '친환경적 공간'이란 말은 사람과 생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이지 생물을 몰아내고 자전거 도로를 내고 운동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또한 지난 9월 30일 발표한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내년부터 R&D(연구개발)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어나게 하는 것이 정부의 의도다. 에너지확보가 국가의 존속과도 관계가 있음으로 지금 현실에 대체에너지 개발은 절체절명의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친환경 에너지 연구개발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것은 국가 기술경쟁력에서 확보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필자가 아쉬운 부분은 연구개발투자도 좋지만, 지금 헛되이 쓰고 있는 에너지를 찾아내어 줄이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도적 장치 뿐만 아니라 국민의식개혁이 필요한 부분은 정부에서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낮에도 환하게 켜져 있는 가로등.


필자는 전국으로 자연환경조사를 다니며 수많은 가로등과 간판을 보아왔다. 낮에도 켜져 있는 가로등, 낮에도 켜져 있는 간판, 밤에 불필요하게 켜놓은 간판, 한 상점에서 엄청나게 켜놓은 간판등, 건물을 비추는 불빛, 쓸데없이 켜져 있는 각종 불빛들.


아무리 연구개발을 잘하면 뭐하겠는가 ?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깨진 바가지에 물 붓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어디 에너지 낭비가 가로등과 간판뿐이겠는가 ?


환경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전시행정도 필요 없고, 선급한 제도도 필요 없다. 정부의 잘못된 환경대처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작은 실천이 환경을 바꾼다. 너무 커다란 것만 신경 쓰면 그 속에 무언가가 썩고 있을 지도 모른다. 시민들이 몸소 느낄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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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10-01 1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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