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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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제주】제주도를 몇 차례 다녀갔어도 마라도(馬羅島,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라도를 다녀 온 일부 지인들이 "볼 것도 없다", "시시하다"는 등 부정적인 소감을 전할 때마다 '가고 싶다'는 의지를 맥없이 꺽었다. 하지만 마라도가 우리나라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만큼, 꼭 한번은 가봐야 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지난 10∼11일 양일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8 상수도 운영관리 워크샵' 취재 마직막날인 11일 오전, 마라도행 정기여객선이 출발하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을 찾았다.


마라도로 향하는 배는 모슬포항에서 하루 6회(오전 10시∼오후 4시, 하절기 7회) 운항된다. 왕복운임은 성인 기준 1만4000원이다. 마라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공원입장료 1500원을 함께 징수하기 때문에 실제로 지불해야 하는 돈은 1만5500원이다.


귀경하는 일정이 넉넉치 않아 오전 10시에 출항하는 마라도행 첫 배에 올랐다. 모슬포항에서 남쪽 방향에 위치한 마라도까지 거리는 11km. 여객선으로 25분 가량 걸리는 거리다. 여객선 1층은 실내공간이고, 2층은 지붕만 있어 사방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배에 오른 직후부터 마라도에 도착할 때까지 여객선에서는 선장 또는 기관장으로 추측되는 사람(사진)의 사회로 이벤트가 펼쳐진다. 사회자는 걸죽한 입담으로 시종 관광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마라도로 향하는 뱃길에 위치한 '가파도(加波島)'를 지날 때는 관광객들에게 섬의 위치와 이름을 알려주기도 한다. 여객선에는 노래방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운항시간이 짧지만, 서너명의 관광객들에게 신청곡을 받아 반주를 들려준 뒤 선상 리사이틀 기회를 준다.


사회자가 전하는 마라도에 관한 얘기는 대충 이렇다. 지난 1883년 농어민 4∼5세대가 관청으로부터 개간 허가를 얻어 화전을 시작했는데, 이주민 가운데 한 명이 한밤에 퉁소를 불다 뱀들이 몰려들자 불을 질러 숲을 모두 태워버렸다고 한다. 당시 뱀들이 꼬리를 물고 바다를 헤엄쳐 제주도로 건너갔으며, 현재 마라도에는 뱀과 개구리가 없다고.


마라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는 여객선이 파도에 흔들리면서 멀미 기운을 느끼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전날 과음한 관광객들의 경우, 정도가 더 심했다. 기자도 여객선 운항시간이 조금만 길었더라면 맑은 바다에 음식물폐기물을 무단투기하는 일을 자행(?)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모슬포항을 떠난 지 정학하게 25분 뒤 여객선은 마라도 서쪽 해안에 위치한 살래덕 선착장에 접안했다. 파도가 일렁이면서, 관광객들의 하선 절차는 여객선을 관리하는 해운회사 직원들의 도움으로 더디게 진행됐다.


선착장 좌측으로 보이는 마라도 해안 절벽에는 커다란 해식동굴 두 개가 뚫려있는데, 하얀 파도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동굴안을 넘나든다. 두 개의 커다란 콧구멍처럼 생겼다고 해서 '코배기쌍굴'이라 부른다.


선착장에서 마라도로 올라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카트다. 골프장에서 운영하는 모양의 일반적인 크기의 작은 카트부터 10명 이상이 탈 수 있는 대형 카트까지 다양하다. 관광객들에게 1시간 대여하는 요금은 2만원. 마라도에는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일반 자동차는 한 대도 없다.



마라도는 산책로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잔디밭이다. 나무가 한 그루도 보이지 않아, 과거 마라도에 산림이 울창했었다는 얘기가 믿기지 않는다. 마라도의 가장 높은 곳도 해발 39m 정도에 불과해 약간 비스듬한 평지의 형태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는 지난 1915년 설치된 마라도 등대가 있다.


섬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우측으로 보이는 첫 번째 자장면집에 들렀다. 자장면을 시켰는데, 한그릇에 5천원이다. 마라도 자장면은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오징어, 소라, 새우 등 해산물로 요리한다. 기름기가 흐르지 않고, 담백한 느낌이다. 양은 많지 않아 대식가인 취재기자가 한끼 식사로 때우려면 적어도 두 그릇은 시켜야 할 듯 싶었다. 마라도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1곳까지 포함해 모두 4곳의 자장면집이 있다.


일정상 모슬포항에서 오전 11시 출항해 마라도에 도착하는 오전 11시 25분 마라도발 여객선을 타려고 하니 시간이 빡빡했다. 자장면집에서 음식을 먹은 손님들에게 무료로 태워주는 전기카트를 타고 섬 한바퀴를 둘러봤다. 중간 중간 사진촬영을 요구하면, 카트를 잠시 세워준다.


대전에서 오셧다는 한 할머니는 "새벽같이 일어나 버스를 탄 뒤 목포항에서 4시간 걸려 제주도를 왔다"며 "제주도에서는 일행이 버스 2대에 나눠타고 관광에 나섰는데 힘든 줄도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마라도는 남·북으로 긴 고구마형의 섬이다. 걸어서 섬 전체를 천천히 둘러봐도 1시간 30분 정도, 조금 서두르면 1시간이면 충분한 작은 섬이다. 마라도 면적은 0.3㎢(9만평 가량) 폭 500m, 길이가 1200m, 해안선의 길이는 약 4.2km다.


자장면집에서 나와 산책로를 이동하면, 우리나라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 위치한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를 만난다. 바다를 옆으로 한 학교는 한폭의 그림같다. 마라분교는 교사와 학생 수가 각각 3명인 미니학교다. 이날 오후 2시, 마라분교에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NAVER) 후원으로 '책 읽는 제주만들기 범도민 운동' 선포식이 열렸는데 일정 때문에 행사를 참관하지 못했다. 학교 부근 해안에는 100년에 한번 꽃이 핀다는 백년초가 자생하고 있다.



작은 섬 마라도에는 자장면집과 초등학교, 횟집, 민박집, 등대 등의 시설물이 있다. 여기에 불교사찰인 '기원정사'를 비롯해 기독교 교회, 카톨릭 성당(사진)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성당에는 잠시 신부님도 계셨다는데, 현재는 신자가 적어 육지로 떠나셨다는 전언이다.


마라도 주민 가운데 바다에서 전복과 해삼, 소라 등을 채취하는 해녀도 있다. 현존하는 해녀는 몇 안되고, 그나마 연세가 많아 활동이 뜸하다. 마라도 북서쪽 바위 위에는 돌담으로 둘러싼 2평 면적의 사당이 있다. 옛날 모슬포 해녀들이 배를 타고 이곳으로 물질하러 왔다가 희생된 한 처녀의 혼백을 위로하기 위해 지어 놓은 '할망당'이다.


대다수 마라도 주민들은 톳·미역 등을 채취해 팔거나, 민박 등으로 소득을 올린다. 섬에는 '해수담수화시설'이 있어 주민들은 바닷물을 정수해 사용한다. 제주도 생수인 '삼다수'도 조달돼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다른 제주도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비가 오면 빗물을 모아 여과시킨 뒤 사용했다고 한다.


마라도에서 사용되는 전력은 청정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을 이용한다. 마라도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설비는 마라도 전체 전력의 40%를 충당한다. 나머지 60%의 전력은 인근 가파도에 설치된 15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력을 사용한다.


등대와 태양광발전소를 지난 언덕을 내려가면 마라도에서도 남쪽 끝에 있는 '대한민국 최남단비'가 세워져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마라도를 다녀왔다는 증거가 남는 사진촬영 코스다.


마라도가 개척되기 이전에는 어부들이 접근을 꺼려했다고 한다. 원래 무인도인 마라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18년 전인 1883년경이라고 알려진다. 광복 이후 행정구역상 대정읍 가파리의 부속마을로 소속됐다가, 1981년 4월, 마라리로 분리됐다.


이번 마라도 방문은 제주발 김포행 비행기 시간에 쫒겨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으나, 우리나라 국토 최남단을 찾았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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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04-13 08: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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