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자연환경을 축제로 ‘역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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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지역 자연환경을 축제로 '역이용' 결실 일군 '양평 산수유마을·개군한우 축제'
  • 기사등록 2008-03-23 16:53:31
  • 기사수정 2023-12-13 1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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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의 친환경농업특구인 경기도 양평군의 작은 마을에서 민·관이 힘을 모아 구슬 땀을 흘리며, 마련한 축제가 주목받고 있다.


양평군 개군면은 양평 12개 읍·면 가운데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지역. 남한강과 연접한 지역으로 수도권 2400만명의 식수원인 팔당광역상수원 보호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지역발전이 크게 뒤쳐진 곳이기도 하다.


개군면의 '자랑거리'로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전되고 있다는 것을 꼽게 된다. 개군면 동네 곳곳에는 산수유 나무가 유난히 많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핀 노오란 산수유 꽃이 절정을 이루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특히 개군면 내리와 주읍리에는 수령 20년∼200년 이상의 산수유나무 8천 그루 정도가 군락을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개군면 공무원과 주민들은 각종 중첩된 규제로 인해 지역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만 탓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본격적인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봄이면 화사한 경관을 연출하는 마을의 정경을 상품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또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의 고품질화를 통한 차별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는 커녕 기초자치단체도 아닌, 일개 면 단위 주관으로 축제를 열고,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깨는'격의 무모한 시도였다. 더욱이 현대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었다.


고품질 농·축산물 생산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글로벌시대 WTO(세계무역기구)·FTA(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외국에서 값싼 농·축산물이 국내로 대량 수입되면서 힘든 난관을 돌파해야 했기 때문이다.


농·축산물의 경우,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친환경 고품질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개군면이 팔당상수원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에 포함돼 있는 만큼 지난 1991년부터 '청정지역'을 부각시킨 '개군한우' 브랜드 개발에 적극 나섰다. '개발 不可'로 공장 등 산업시설 입지를 금지한 것이 오히려 각종 공해물질 배출이 없는 '청정 양평'을 부각시킨 것.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자란 한우가 주민들의 정성까지 더해지면서 고품질 축산물로 거듭났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무항생제 품질인증과 경기도 G마크 인증을 받은 '개군한우'는 순수한우 혈통을 가진 어린소를 선택, 구입한 뒤 무항생제·품질균일화 시스템으로 사육된다. 거세한우로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Beef Traceability)을 적용, 소비자 신뢰도를 높였다. 지난 2003년 고급육 경진대회에서 육질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부터 4년 연속 소비자시민모임으로부터 우수축산물브랜드 인증을 받았다. 현재 개군면 166 축산농가에서는 명품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개군한우' 4600두 정도를 사육하고 있다.


개군면 민·관의 공조는 대단했다. 산수유꽃 외에는 크게 볼 것도 없다는 우려를 깨고 지난 2003년부터 전격적으로 '양평 개군 산수유마을 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산수유꽃은 물론 구불구불하게 펼쳐진 논두렁·밭두렁,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박한 농촌의 현실 그대로를 축제상품으로 선보였다. 여기에 주민들의 순박하고, 친절한 인심을 보탰다.


'양평 개군 산수유마을 축제'는 시골의 작은 '잔치' 수준임에도 불구,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더욱이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촌이 한창 바쁜 시기에 행사가 열렸지만, 매년 6만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축제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민·관이 함께 땀으로 일궈 키워왔기 때문이다.


개군면 출신인 양평군의회 이순자 의원은 "지리적으로 개군면은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하지만, 아직도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감이 넘치는 곳"이라며 "우직한 소를 닮은 면장을 비롯해 마을이장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축제를 준비하는 분위기를 지켜보노라면 한없이 믿음직스럽다"고 말했다.


'양평 개군 산수유마을 축제'는 올해부터 축제의 이름을 '제6회 양평 산수유마을·개군한우 축제'로 바꿔 산수유와 한우를 동시에 알린다. 축제 참가자들의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하자는 취지도 있다. 또 주민들의 호응도 높이고,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농번기인 6월에 열려 온 '면민의날 기념 체육대회'도 행사 첫날에 치른다.


이와 함께 개군면에서는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즐기던 '민속채소' 가운데 하나인 '참비름' 나물을 전략 농산물로 재배해 현재 180여 농가에서 연간 37억원 이상을 매출을 올리고 있다. 허약한 콩팥의 생리기능 강화와 정력증강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진 산수유를 활용한 기능성 식품들도 연이어 개발돼 대도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산수유엿을 비롯해 산수유환, 산수유차, 산수유청, 산수유술 등이 이미 출시됐다. 특히 산수유엿은 달지 않고, 입에 달라붙지 않아 큰 인기다.


'양평 산수유마을·개군한우 축제추진위원회' 박광희(50) 위원장은 "지역 발전을 위해 주민들과 공무원이 하나돼 축제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에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특별히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축제 준비에 낮과 밤 가리지 않고 열심히 도와주는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안형식 개군면장을 비롯한 면사무소 직원들과 주민들은 연일 작업복 차림으로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주말인 22∼23일에도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축제 홍보물 1만장을 나눠줬다.


'제6회 양평 산수유마을·개군한우 축제' 행사 문의 및 안내 전화는 031-770-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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