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한국환경자원공사 노동조합이 김모(45) 기획관리이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반발,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김 이사가 부하직원에게 불법을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공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이사는 공사 김모(3급) 직원에게 법인카드를 불법 할인(속칭 카드깡)한 뒤 사적 용도로 선물을 구매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모 직원이 ‘법인카드 할인은 불법’이라며 이행치 않았고, 결국은 법인카드로 선물을 구매한 뒤 김 이사가 지정한 30여명의 인사들에게 선물을 전달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이는 김 이사가 사적인 선물 구매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이사가 법인카드로 구매한 선물은 가격이 18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몽블랑펜 35개와 파카펜을 합해 모두 85개의 펜이다. 전체 구매 금액은 670만원에 달한다.
▲5일 환경자원공사 본사 엘리베이터 입구에 김 모이사 퇴진을 요구하는 문구가 게시돼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공사에 근무해 온 김 이사에 대한 공사 직원들의 평가도 썩 좋지 않은 편이다.
공사의 한 직원은 “386세대인 김 이사는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등 공사 임원으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환경부가 엄격한 진상파악을 실시,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환경자원공사 노조 안익현 위원장(사진)은 “공공기관에서의 공금횡령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사 직원 대다수는 박봉에 시달리더라도 조직의 명예와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임원이라는 사람이 공금을 유용하는 것은 ‘물을 흐려놓는 일’로 용서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김 이사와 관련해서 노조가 지금까지 제기한 문제 외에도 더 많은 의혹들이 있지만, 구체적인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상급기관인 환경부가 감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자원공사에서 김 이사로 인한 불협화음이 지속되자 환경부 감사관실에서는 5일 환경자원공사 직원들을 상대로 사실 확인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