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단속공무원, 내 존재를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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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폐기물소각처리업체에서 쓰레기를 단순히 태워 없애는 환경담당으로서 내가 하는 일을 밥벌이로 알고 매일 매일을 쓰레기더미속에서 생활했다. 아직까지 어떤 뚜렷한 소명의식없이 그냥 월급을 받고 다니는 회사원으로 매일 냄새나는 쓰레기들을 어떻게 하면 돈 안들이고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영업을 잘 할까 하는 생각만 갖고 생활하고 있었다.


심지어 "환경단속이 없으면 내가 10년은 더 살 수 있을 텐데"하는 꿈같은 생각을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그렇게 쓰레기들과 시름하던 어느날 한강유역환경청 경인환경출장소에서 실시하는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동안 내팽겨졌던 '내 자신의 소중함'과 '발전적인 삶'을 조금이나마 조명해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 계기가 난생 처음 들어본 '민간인 일일단속공무원제도'였다


6월 12일 아침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경인환경출장소로 향했다. 생각보다 작은 사무실에는 지도단속으로 몇 번 보았던 공무원들이 보이면서 괜시리 마음이 떨려왔다. 우리 같은 업체 사람들에게는 그 단어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경직된 얼굴로 실수를 찾으려는 그들의 얼굴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고 있노라면 수능을 치르는 고3 수험생처럼 기진맥진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지도점검받은 날이면 초죽음이 되고 그날은 반드시 술 한잔해야지 다음날 또 일할 수 있었는데......


경찰을 보면 죄지은 거 없이 일단 도망가고 싶은 것처럼 그 사람들 얼굴을 보니 서먹하고 피하고 싶은 생각부터 들었다. 속으로 "내가 괜히 참여한다고 했나?"라는 후회도 들었는데 서약서같은 간단한 문서를 작성하고 오늘 일정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후 담소를 나누었는데 기분이 참 이상했다.


나도 단속 공무원과 같은 입장이 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긴장했던 마음이 한결 사라지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어보니 비록 하는 일은 좀 다르지만 우리가 '환경'이라는 공통된 터전에서 일하는 것에서는 일종의 동지의식마저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험치는 학생의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받았던 그 단속을 내가 한다는 사실이 나를 들뜨게 했다.


환경청 공무원 두사람과 또 다른 민간인 일일공무원 한명과 모두 4명이 한조가 되어 오늘 점검 대상인 에코서비스코리아로 향했다. 이 사업장의 환경안전팀 담당자는 사업장의 연혁 및 시설,허가내역 등의 간단한 브리핑을 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사업장 변천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는데 이때부터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나라면 이렇게 조그만 자료까지 기록으로 남겨 놓을 수 있을까? 또 최대한의 자본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이 회사를 보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쫒기면서 소각시설을 운영하는 우리업체와 진정 환경을 기본가치로 삼고 운영을 하는 업체와의 차이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점식을 먹고 차를 마시며 동행한 직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처음엔 일상적인 대화로 서로의 서먹함을 줄여나가다 자연스레 환경시책 문제점과 운영상의 어려움들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게 되었다.


공무원들은 '환경법률'을 현장에서 직접 적용시킬 때 생기는 괴리감 때문에 나름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이들도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지도점검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듯 보였다. 또 에코서비스코리아도 '환경'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위해 까다로운 법을 모두 다 지키면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는 중 서로의 상황에 대해 이해가 되었다


오후에는 사무실에서 나와 우린 현장 답사를 하는데 폐기물소각처리업인 동종업계라고 해서 '뭐 우리하고 똑같겠지' 했던 생각이 일거에 무너졌다. 역시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던가. 사업장의 주변정리부터 시설운영까지 깔끔하고, 철저하게 운영되는 업체를 보면서 내가 일하는 곳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역시 "백번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낫다"고 하더니 경험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던 하루였다.


시설 및 공법들이 우리 회사에서 볼 수 없는 게 몇 가지가 있었기 때문에 계속 물어보는 와중에 어느듯 일일공무원으로서의 하루가 다 지나가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운영노하우에 대해 물었는데 동종업계라 꺼릴만도 하건만 이런저런 질문에도 끝까지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난 학생처럼 새롭게 안 내용을 노트에 꼼꼼히 적으며 시설을 둘러보는데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지만 이런 기회가 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기만 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내 사무실로 돌아와 오늘 하루를 곰곰이 정리해보면서 시험감독자와 같았던 환경청 공무원들도 나름의 애로와 괴로움이 있으며 환경투자에 노력하며 업무체계도 잘 짜여진 다른 업체를 보면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던 우리 회사의 개선점을 보다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일상의 생활'에 매몰돼서 잊고 지냈던 미래를 향한 준비와 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며 일일공무원 체험을 마치며 나의 '존재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점에 고마움을 느끼며 다시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글/(주)그린스코 신승용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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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7-06-26 09: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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