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아래에는 따뜻한 토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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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호 책임연구원(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요즘 도로아래에 들어가 있는 전선류나 상하수도관이 GIS(지리정보시스템)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 베이스(data base)화 돼 아스팔트 훼손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도로훼손, 복구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로 복개는 반복 투자로 인한 예산낭비, 시민 통행불편피해, 교통장애 등의 사회적 손실을 야기 시킨다. 또, 생명을 가득 안은 따뜻한 토양을 접하지 못한 도시민의 정서적 불안감 등을 감안한다면 과연 도로 복개가 인간 편익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꼭 필요한 곳이 아니 라면 인도를 비롯한 공원과 산책길, 수변환경 등은 토양을 친근히 할 수 있는 친환경적 공법을 적용했으면 한다.


우린 주변 회색건물들과 차가운 아스팔트 아래 토양이 있다는 사실을 도로 공사로 인한 파헤쳐짐으로 가끔 확인할 뿐이니 이 생태계 단절이 어떤 피해로 인류에게 다가올 것인지는 단지 그 결과만으로 증명될 듯 싶다. 예측을 위한 관련 연구가 선행돼야 하지만 한결같은 개발위주 정책과 말뿐인 지속가능한 개발은 책 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된지 오래다. 그 책 속에 아스팔트 아래의 땅과 그 곳에 생육했던 많은 생명체들의 피와 수액이 가득 차고 있지만 정책기조는 늘 생명체를 등지고 있다.


무분별한 산업화의 부산물인 화석연료 사용은 대기구성물질을 변화시켜 지구온난화 심화와해수온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천 및 연안습지는 인공호안(人工護岸) 조성, 수질오염 지속 등으로 훼손됨에 따라 수분보유능력이 상실됐다. 인간의 활동 증가는 생활·공업용수를 비롯한 각종 소비수량 증대와 도로복개를 비롯한 각종 인공구조물들로 녹지공간은 감소돼 자연의 수분 보유 능은 떨어졌다. 이에 따라 호우시 유출량과 유출속도가 증가되고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도심의 온도는 농촌지역보다 약 0.5∼1.5℃정도 높게 상승한다. 이는 도심의 많은 구성물이 시멘트,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의 석조면으로 되어 있어 태양광이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열의 방사로 인공구조물들은 많은 열을 비축하지만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은 식물 내부에서 광합성 현상을 통해 열이 조절된다.


녹지 공간이 많은 농촌지역은 평균 강수량의 약 2/3가 증발되거나 식물에 의해 흡수되고 표면으로 약 1/3정도의 물이 배수된다. 그러나 도시지역에서는 지표면 습기를 제외한 나머지 수분은 대부분 모두 배수된다. 따라서 도시화에 따른 녹지감소는 대기와 열 교환 현상에 영향을 주게된다. 이러한 열수지 변화는 수분수지변화를 주도한다.


도시화에 따라 강수량이 늘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화나 공업화가 되기 전과 후의 강수량을 비교해 보면 도시화 후에 강수량이 증가했고 인간의 각종 활동이 많은 곳일수록 비교적 강수량의 증가율이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250 mm이상의 집중호우가 매년 한번 이상은 일어났으며 300mm 이상의 극심한 집중호우도 발생하고 있다. 집중호우는 일년에 평균 10번 정도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횟수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집중호우는 도시화에 따라 인위적으로 변화시킨 지형·지질을 비롯한 대기(大氣) 구성물질까지 본래(本來)의 모습으로 최대한 바꾸어 놓는다. 호우의 집중성이 크면 클수록 수분수지는 그만큼 불균형을 이루고 있었다는 강한 반증(反證)이다. 도시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는 이미 상당부문 환경수용능력을 벗어나게 했고 그 영향 또한 서서히 받고 있는 실정이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원인 없는 결과 없으며 대책 없는 현실은 계속 환경에 영향을 주게 되고 그 대가는 혹독하다. 이제 우리 환경에 적합한 친환경적 도시형성 조건에 대한 연구가 시행돼야 한다. 가벼운 정쟁거리로 민심을 혼란시키기 보단 미래환경을 위한 논쟁을 하고 각종 환경 관련 연구에 대한 지원이 늘어갔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하루아침에 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는 가슴 깊게 새겨주었으면 한다.


이에 몇 가지를 제언(提言)하고자 한다. 도심 아파트 단지에는 투수(透水)성 포장을 통해 우수침투(雨水浸透)를 유도하고 땅속에는 침투매스를 매설해 우수를 지표 또는 지중(地中)에 분산 침투시켜야한다. 도심의 공간과 공간마다는 바이오 탑(bio top)을 설치하고 여건이 된다면 주변환경을 고려한 실개천을 만들어야 한다. 주차장 상부는 녹화 인공지반을 만들며 우수는 저류조에 담아 조경수를 비롯한 각종 녹지로 돌려보내 주어야한다. 보행자 공간은 지피식물(地被植物)을 활용, 표토(表土)의 투수(透水)성을 향상시켜야하며, 각 가정에는 화초와 화목을 가꿔야 한다.


이밖에 도심의 벽면들은 녹화시키고 옥상에는 정원을 가꾸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화석연료의 과다사용을 막고 불법소각을 자제해야 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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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5-06-30 00: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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