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숲, 빗물 손실량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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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산림은 국토 면적의 2/3를 차지한다. 그만큼 산림지역에 내리는 물의 양도 많은데, 그 양은 수자원 총량 1,267억 톤의 약 65%다. 이 가운데 나무의 잎이나 가지, 지표면을 통해서 사라지는 양은 수자원 총량의 45%, 하천으로 유출되는 양은 55%에 달한다.


숲이 물을 머금는 양은 산림의 면적이나 숲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우리나라 숲의 담수저장량은 수자원 총량의 약 14%에 해당하는 180억톤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숲이 물을 머금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토양 때문이다. 숲에 내리는 빗물은 나무의 잎과 가지, 줄기를 따라 흘러 토양 속에 흡수된다. 흔히들 나무의 뿌리가 물을 저장하고 있다가 가뭄이 들 때 뿜어내어 담수조절기능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옳은 이야기가 아니다. 나무 뿌리에 저장된 물은 나무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물일뿐이다.


숲에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세계가 있다. 나무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떨어져 나온 낙엽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유기물로 된다. 이런 유기물을 먹이로 하는 지렁이와 같은 토양 소동물들이 먹이를 찾으러 다니거나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토양 윗부분 곳곳에 구멍(공극)을 만들어 준다. 이런 공극은 마치 스펀지처럼 물을 잘 흡수 할 수 있게 한다. 산림토양이 빗물을 많이 머금는 것은 바로 공극이 잘 발달된 토양 윗부분(표층 토양) 때문인데, 낙엽의 분해가 잘 되고 유기물이 많을 수록, 즉 비옥한 토양일수록 토양 소동물의 종류와 숫자가 늘어나 물을 더욱 많이 머금을 수 있다.


그러나 숲이 지나치게 우거지면 오히려 숲의 빗물 손실량이 커지게 된다. 즉, 잎이나 가지에 맺혔다가 땅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공중으로 수분이 증발되는 손실량이 자그마치 수자원 총량의 25%, 뿌리를 통해 땅속의 물을 흡수. 이용하는 손실량이 20%에 달한다. 또한 빽빽한 숲 속으로는 햇볕이 들어오지 못해 작은키나무와 풀들이 살수가 없고 토양 미생물과 소동물의 수도 줄어들게 되어 토양은 활력을 잃고 단단해 지므로 빗물을 머금는 양이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1970년대에 심고 나서 가꾸지 않은 잣나무 숲에 가보면 어두컴컴한 숲 속에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잣나무 숲에 들어가면 숲 바닥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숲 바닥을 이루고 있는 작은 나무와 풀은 풍요의 상징이며, 곧 상층에서는 키 큰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층에 작은키 나무가 없다는 것은 숲 바닥에 햇볕이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며, 상층에 빽빽한 큰키나무들 간의 경쟁이 심해 이미 오래 전부터 큰키나무들도 제대로 자라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숲 바닥에 하층식생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은 건강한 숲의 상징이다. 따라서 숲을 시각적으로 깨끗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숲의 건강함과 풍요로움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글/임흥규 국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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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11-28 14: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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