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숲의 외침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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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 숲가꾸기가 한창이던 때, 머리위로 천둥과 같은 하늘을 나는 굉음 소리가 들렸다. 부지런히 산 정상에 올라 "무엇이 지나 갔을까"하고 생각하는 중에 또다시 지나가는 굉음소리에 이어 들리는 콰 광 - 쾅!!! 메아리! 산자락 허리에 떨어지는 포탄이었다.


어디에서 날아 오늘 걸까? 10km에 떨어져 있는 군부대 포탄 사격장에서 쏘아 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한두 대도 아닌 20여개의 포문이 서로 산허리 중앙에 맞추고자 경쟁하듯 순서에 입각해서 쏘아 올리고 있었다. 포탄을 맞고 있는 산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이 만신창이가 돼 속살을 내다보이고 있었다


어머니의 숲, 신령한 힘을 가지고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마도 숲일 것이다. 세상을 푸르게 하고 순하디 순하며 인간에게 모든 것을 다주는 것이 숲 일진데 무슨 죄를 졌다고 속살까지 다 나온 곳에 포탄을 맞으며 소리내어 울고 있는가?


울창한 숲에 들어서면 신성(神性)이 느껴진다. 나무들은 하늘을 떠받치고 잎들의 퍼덕임은 요정의 노래 같고 초록 지붕을 뚫고 쏟아지는 햇살무더기는 신의 계시와 같다. 보이지는 않지만 뿌리는 저 깊은 땅 속으로 뻗어가 물을 퍼 올리고 있을 것이다.


진화된 숲에는 인간이 범접하지 못할 위엄이 있고 나름대로 질서가 있다. 지하, 지상, 천상의 세 세계를 가로지르는 숲은 저 깊숙한 과거의 심연으로부터 현재를 거쳐 영원으로 뻗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했던 나무들, 거대한 유기체요, 에너지의 압축기인 숲. 온갖 잎과 열매로 생명붙이의 배를 채워 주었고 정녕 생명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숲은 야금야금 잘려나갔고, 인간의 톱질은 바로 인간의 심성을 잘라냈다.


숲을 가꾸는 산사람으로서 귓가에 들려오는 산의 신음소리를 뒤로하고 재촉해 산을 내려오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고 마음한구석이 개운치 않음을 어찌할 수 없다.


끝나지 않은 전쟁은 언제 끝이 날 것이며 포탄에 맞아 만신창이가 된 산허리를 언제쯤 내 손으로 수술해 건강한 숲으로 만들 수 있을까?


글/조익형 국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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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11-26 20: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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