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숲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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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사회적 효과는 ‘환경행동학’ 또는 ‘녹색심리학’이라는 영역으로 오늘날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숲은 공동체를 결속시키며 업무 및 학습 능률을 향상시키고 애사심이나 애교심을 발휘케 한다. 또 현대병인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살아 있는 병원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왔다.


이에 숲은 인간 유전자에 박혀 있는 자연생명 친화본능을 일깨우는 자극제라 할 수 있다. 500만년 동안 숲과 함께해온 인류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우리들이 숲을 통해 ‘느림과 비움’을 읽어내는 일은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숲을 찾는 데는 거창한 절차가 필요 없다. 꽉 찬 머리를 적당히 비울 수 있는 정신적 자세와 오관을 활짝 열 정서적 여유만 있다면 언제든지 훌쩍 나설 수 있는 곳이 숲이며 그 대상은 바로 우리 주변의 숲이다.


우린 주변이 번잡스럽거나 소란스러우면 가까운 숲을 찾는다. 숲에는 고요함이 있고 침묵을 지킬 수 있고 잠시 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소음과 번잡스러움은 산업문명의 틀 속에서 사는 도시인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이런 숙명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가끔씩은 침묵과 적막함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침묵하는 일은 내적인 고요를 연습하는 길이고 적막함을 경험하는 일은 고독을 맛보는 길이다. 그래서 사람은 가끔씩 조용한 장소를 본능적으로 찾는지도 모른다.


숲을 찾는 동안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만나야 할 사람도 없기에 숲에서는 어떤 이야기도 필요 없다. 숲에서 갖는 이런 침묵은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잊고 있던 거리낌 없는 마음의 자유를 되살려 낸다. 우리들은 제 자신과 대면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지만 숲에서는 잊고 지내던 제 자신을 이처럼 자연스럽게 만난다.


그러나 숲은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다가갈 수 없다. 자연의 충만함과 원기를 느끼고자 한다면 자연의 운행 질서에 순응하면서 두발로 걸어야 하며 때때로 가쁜 숨과 땀방울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런 속성 때문에 숲은 질주의 마법을 깨뜨릴 수 있는 아름다운 장애물로 여겨진다. 따라서 숲은 광속의 시대에 느림을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숲을 찾으면서 얻은 또 하나의 깨달음은 숲이 비움의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매번 다니던 숲길이 지루하다 생각되면 새로운 숲길로 내려오다 소나무들이 옹기종기 소나무들로 둘러싸인 장소에 몸을 던져 보라. 숲은 조용하고 숲을 지나는 바람소리나 새소리도 들리지만 소음은 아니고 아무런 행위 없이 우두커니 앉아 있는 기분은 새로운 경험 일 것이다.


읽어야 할 책도, 만나야 할 사람도, 해야 할 이야기도, 봐야 할 뉴스도, 들어야 할 음악도 없이 그저 자연 속에 자신을 멍하니 놓아두었을 때 느끼는 그 자유로움, 그 한적함, 그 편안함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숲은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꽉 찬 머리를 비워서 빈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영묘한 공간이다.


숲을 찾는 묘미는 바로 이런 ‘느림과 비움’의 여유를 갖는 데 있다. 느림과 비움의 여유 속에 침잠해 보는 즐거움은 숲을 찾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이다.


숲은 누구에게나 숲을 느낄 수 있는 자유를 공평하게 선물하지만, 우리네 일상은 그걸 옳게 받아내질 못한다. 효율과 속도와 진보에 대한 맹신만 접어두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도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숲에 던지고 숲의 평등함을 느껴보라!


글/조익형 국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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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11-21 16: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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