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함께 하는 ‘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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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함께 하는 '내 나무' 딸 낳으면 오동나무, 아들은 소나무
  • 기사등록 2006-11-11 09:13:58
  • 기사수정 2023-11-17 13: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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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공업이 발달하기 전에는 생활에 필요한 무엇을 만들려면 목재가 필수 재료였다.


그래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는 유난히 나무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 심고 아들을 낳으면 소나무를 심는다'는 옛말이 있다.


우선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다는 옛말은 왜 생겨났을까? 오동나무의 쓰임새를 알게 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동나무는 빨리 자라므로 심은 지 10년이 되면 목재를 이용할 수 있다. 목재는 재질이 부드럽고 습기와 불에 잘 견디며, 가벼우면서도 마찰에 강해 '함'이나 '장롱' 등 가구를 만드는 좋은 재료다. 재질이 연하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휘거나 트지 않으며, 곰팡이나 세균이 생기지 않고 습기에도 잘 견디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동나무는 장롱뿐만 아니라 국가의 중요문서를 기록한 보존서의 보존함으로 애용되고 있는데, 음색의 변함이 없어 가야금, 거문고 등 국악기의 재료로 쓰일 만큼 요긴하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딸을 낳은 후 오동나무를 심어 딸이 혼인할 즈음엔 그 오동나무가 쓸만한 재목으로 자라게 되니까 그 오동나무를 베어 혼수용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면 아들을 낳으면 선산에 소나무를 심는다는 말은 왜 나왔을까? 탄생과 더불어 심은 소나무는 죽을 때까지 함께 하다가 사자(死者)의 관으로 쓰여 더불어 묻히는 존재였다고 한다.


나무와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옛말 하나하나에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을 보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칼럼니스트 이규태씨의 '내 나무'라는 수필에도 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의 고향 산촌에서는 이렇게 탄생과 더불어 심은 나무들을 그 아이들의 '내 나무'라고 불렀다고 한다.


가까이에 내 나무 한 그루 있어 힘든 날 또는 좋은 날 그 나무 그늘 아래로 달려가 위로 받고, 함께 기뻐할 수 있다면 세상살이가 좀 더 수월해 질 것 같다.


글/곽은경 국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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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11-11 0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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