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재계의 부정확한 자료 생산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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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재계의 부정확한 자료 생산 문제 있다 언론도 사전 확인 과정 반드시 거쳐야
  • 기사등록 2005-05-26 12:54:30
  • 기사수정 2023-11-16 18: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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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신뢰도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민간이든 정부기관이든 고객에게 믿을만한 자료를 제공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 졌다. 언론 또한 타 기관의 부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썼다고 해서 면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인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얼마전 한 석간 경제지에 ‘공정위, 대·중소 상생행보에 제동’이란 제목의 기사가 5단 크기로 났다. 이 기사의 시작 부분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중소기업 협력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력파견제’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자칫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대기업의 중견 인력을 중소기업에 일정 기간 파견하는 대·중소기업 간 인적교류사업에 최근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소지가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돼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자사 협력사에 파견된 인력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행위는 부당지원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최근 일부 대기업에 통보했고 이에 따라 대기업이 사업 참여를 머뭇거리고 있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는 대목도 있다.


이 기사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 3일 전경련회관에서 가진 ‘2005 제1차 대·중소기업협력위원회’ 회의자료를 토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제2안건인 ‘중소기업의 대기업 중견인력 활용사업’ 자료는 대기업의 10년이상 근속한 중견 전문인력을 중소기업이 2~3년간 파견 받아 기술개발과 경영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인건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6대4의 비율로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끝부분에는 정책건의사항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3조1항(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의 적용 대상에 동 사업이 적용되지 않도록 관련 부처의 조치 요망”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참고 사례를 덧붙였다. “현장의 숙련된 기능인력을 유사한 업무를 하는 계열·협력사로 파견을 보내되, 임금차액을 A사가 보전하는 방안과 관련한 A사의 질의에 대해 공정위는 ‘파견하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파견하는 회사에서 부담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당지원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많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음.”


문제는 이 사례가 왜곡됐다는 데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접수한 질의중 위 표현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사례는 ‘유휴인력을 교육 형식으로 계열사에 파견할 경우, 부당지원행위 여부’를 묻는 개인명의 질의(05년 4월 12일)가 한건 있었다. “모기업에 수백명의 기술직 종사자가 있으나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유휴인력이 상당해 기술업무를 주업으로 하는 몇 개 계열사에 직무교육 형식을 빌어 파견,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려 한다. 파견기간 중 인건비는 모기업 부담이다.” 이와 관련 △부당지원행위에 해당되는지 △파견기간 한도가 있는지 △파견기간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파견인력의 용역비를 계열사로부터 받을 경우 문제가 안되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직무교육의 형식을 빌려 귀사의 직원들을 계열사에 파견, 계열사의 영업을 행하게 하고 파견기간 중의 인건비를 귀사가 부담할 경우에는 부당한 인력지원에 해당할 소지가 많다. 파견기간 중 파견인력의 적정 용역료를 계열사로부터 받는다면 인력지원에 해당될 소지가 훨씬 적다고 여겨진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는 모든 내부거래를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거래에 있어 지원성과 부당성이 성립해야 하며 이를 판단하기 위해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을 운용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고 답했다.


이 질의응답을 재계가 요약하는 과정에서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유휴인력’이 ‘현장의 숙련된 기능인력’으로 △‘계열사’가 ‘계열·협력사’로 △‘인건비를 본사가 부담’이 ‘임금차액을 본사가 보전’으로 둔갑했다. △부당지원행위는 지원성과 부당성이 성립해야 하며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을 참고하라는 등의 내용은 빠졌다. 기술 개발과 경영 노하우 전수를 목적으로 중소기업이 전경련 DB를 보고 필요인력을 신청하게 될 ‘중소기업의 대기업 중견인력 활용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특정 대기업의 계열사에 대한 유휴인력 파견 관련 질의를 견강부회한 것이다.


신문은 한술 더 떠서 △‘계열사’를 ‘협력사’로 바꿨을 뿐 아니라, 공정위가 제동을 걸고 나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앞질러 갔다.


대통령 주재로 5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에서 산업자원부는 “대기업이 10년 이상 중견 전문인력을 중소기업에 파견할 경우 해당 중소기업에 대해 고용보험기금의 ‘중소기업 전문인력 채용장려금’을 월 120만원 범위에서 지급하도록 노동부와 협의키로 했다.”고 보고했다. “기존의 인력교류는 대기업 임원들이 중기로 유입, 대기업 인력구조조정의 한 방편으로 이용된 측면이 있으나, 이번에 제시된 인력교류는 임원급보다는 10년 이상 된 중견간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을 전경련이 DB화해 중기에서 필요한 인력을 신청하는 식으로 추진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제동을 걸었다면 이같은 보고는 나올 수가 없다. 인력파견제는 무산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잘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를 위해서 일정기간 대기업이 인건비를 일부 부담하는 방안은 부당지원의 의도가 없다는 점에서 부당하게 다른 기업을 지원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부당지원행위 심사지침’에도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 및 기업간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개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기준에 따르는 경우나 분사한 중소기업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자생력 배양을 위해 지원하는 경우 등은 부당지원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위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재계의 부정확한 자료 생산, 언론의 제대로 된 확인과정 생략이 어우러져 엉뚱한 오보를 낳은 것이다. 국가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이같은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글/김주혁(공정거래위원회 정책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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