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예방, 우리 모두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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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코끝을 에일 듯 벌써 날씨가 쌀쌀해졌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 춘천국유림관리소 직원들도 함께 긴장을 한다. 드디어 산불대비기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며칠전 단비가 내려 직원들의 맘을 잠시 놓이게 했지만 항상 직원들 맘에는 산불이 나서 여태껏 지켜온 숲이 송두리째 없어지지나 않을까 다들 노심초사다. 산불대비기간에는 다들 "비가와야 할텐데"라며 한숨 섞인 말들을 자주 하곤 한다.



올해 초 4월쯤에 춘천국유림관리소 관내인 철원지역에서 산불이 나서 산불진화를 한 경험이 있다. 그땐 입사한지 갓 1년도 안됐던 터라 처음 산불진화를 하러 나가는 것이 여간 무섭고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한참 깊은 잠에 빠져있을 새벽 2시, '철원지역 산불 발생 전직원 관리소로 집결'이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세수도 못하고 얼른 챙겨서 관리소로 가니 이미 대부분의 직원분들은 철원으로 진화작업을 하러 떠났다. 그 뒤를 이어 나도 철원지역으로 출동했다. 새벽녘 깜깜한 가운데 산불이 나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며 현장으로 가는 길, 정말 무섭기도 하고 수십년동안 가꾸어 온 숲이 잿더미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안타까운 심정도 감출 수가 없었다.


현장에 도착해 진화장비와 초코파이 두개를 가방에 담고 산으로 향했다. 불이 나고 있는 곳에 도착해 주변으로 더 이상 불이 번지지 않도록 일렬로 서서 일제히 방화선을 구축했다. 그리고 잠시 뒤 해가 떠올라 산림청 헬기가 출동하여 방화수를 여러 번 뿌려주고 나서야 진화가 됐지만 힘이 들어도 아무 불평하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며 직접 산불진화를 하는 우리 직원들이 너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산불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한다. 대부분이 산을 즐겨 다니는 사람이 아닌 가끔 성묘 등과 같이 어쩔 수 없이 온 경우에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하나가 우리산림을 황폐화시키는 원인이라고 하니 산림공무원인 나로서는 이 어찌 씁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산불,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건 정말 누구나 다 아는 말일 것이다. 산불이 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산불진화를 하는데 그 사람들이 당신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아들이고 딸이라고 생각해보자. 아무도 산에 가서 무심코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취사행위 등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가꾸어 온 숲이 작은 부주의로 인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린다면 그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작고 사소한 관심 하나하나가 모여서 산불을 예방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송주희 국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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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10-26 15: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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