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유입 가속화 우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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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 유입 가속화 우려돼 밸러스트 워터, 해양종 유입 통로
  • 기사등록 2005-05-11 14:00:31
  • 기사수정 2023-11-18 0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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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호 책임연구원(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우리나라는 지난 '70년대 이후 산업화·공업화가 가속화되면서 각종 개발을 위해 산 전체가 바다로 들어가거나, 도로공사로 산이 두 세개로 나뉘어 졌다. 골재채취로 인해 산은 흉물스러운 빨간 속살이 드러났으며 수많은 갯벌은 매립돼 갯벌생물들이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갔다.


지금 이 순간도 산은 없어지고 있으며 도시로 바다로 들판으로 갈기갈기 찢겨져나가고 갯벌은 사라져간다. 산과 들, 하천과 갯벌을 파헤친 자리에는 어김없이 인공구조물들이 들어앉았다.


따뜻한 자연생산물이 아닌 차가운 쇳덩이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인공구조물이 인간과 야생 동·식물의 쉴 곳을 하나씩 잠식하고 있다. 소위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인간들은 물론 야생동물들의 쉴 곳도 없애고 있는 아이러니(irony)에 우린 살고 있다.

우리들은 이렇듯 도심에 사막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자연 생육공간이 사라짐에 따라 인간과 공존했던 많은 생물들도 인간 곁에 존재하려 하지 않는다.


토착 생육종들의 파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멸종 속도는 너무 빨라 어떤 종들이 사라지고 있는지 확인도 불가능할 정도이다. 산업화 이후 우리의 자생 동·식물 생육공간이 훼손되면서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외래생물종의 침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심의 눈앞에 펼쳐진 조성된 가로수, 화단, 개량하천, 호소 등의 소위 ecotop에는 떠난 자생 동·식물 대신 외래종들을 가입시키며 복원(restoration)이라는 찬란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인공구조물은 도심의 하천, 호소 등의 수생태계를 비롯한 육상생태계, 해양생태계 전반에 교란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이를 눈 가리기 위한 어설픈 복원기술은 외래생물종을 이입시켜 생태계 교란에 더욱 불을 댕기고 있다.


인공구조물들은 자연스런 하천의 흐름을 막았으며 호소와 하천은 정비라는 이름으로 개발돼 도심의 흉물이 된지 오래다. 호소와 하천에 자생하던 수생식물은 성장률이 빠른 외래생물종으로 바뀌었으며 토종 붕어는 블루길(Lepomis macrochirus)과 큰입우럭(배스, Micropterus punctulatus)으로 바뀌고 시민들의 무분별한 생물 방생으로 붉은귀거북(Trachemys scripta elegans) 등이 수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블루길(사진)은 주로 4∼6월에 산란을 하며 수심 30∼60cm의 얕은 물에서 알을 낳는다. 산란기가 매우 길어 번식력이 뛰어난 어종으로 천적이 없는 곳에서는 다른 어종을 누르고 급속히 번식한다. 배스는 환경적응력이 우수하고 성질이 흉포해 매우 공격적이며 다른 어종을 주로 해치기 때문에 민물의 폭군 또는 민물의 상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붉은귀거북은 토종민물고기를 마구 잡아먹으며 천적이 없어 생태계의 무법자라 불린다.


이러한 외래종들은 생태계의 종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수생태계 전체의 교란을 주도하고 있다. 천적이 없는 외래종의 번식은 왕성할 수밖에 없다. 하천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외래어종은 알려진 것만 15종이 훨씬 넘는다.


우리나라 육상생태계에 서식하는 4,500여종의 식물 중 인위적 간섭을 받은 이후 각종 사초과 식물을 비롯한 미국자리공(Phytolacca americana), 돼지풀(Ambrosia artemisiifolia var. elatior), 서양민들레(Taraxacum officinale) 등의 번식력이 우수한 외래식물종들이 200여종 이상 이입돼 자생종과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약 84종이 식용 및 약용식물로 사용되고 있으나, 26종은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 외래식물종은 꽃가루 알레르기 유발, 토질 변화, 야생식물의 종다양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며 먹이순환이 단절됨에 따라 연쇄반응으로 고차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다.


해양생태계는 각종 개발공사, 해수온 변화, 기상이변, 해양 오염부하량 증가 등의 해양생물 생육지의 변화가 생김에 따라 종분포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외래해양동·식물의 이입이 급속도로 증가되고 있으나 그 실태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특히 밸러스트 워터(ballast water, 배에 실은 짐이 적을 때 배의 안전을 위해 바닥에 싣는 물)는 외래 해양종 이입의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벨러스트 워터는 선박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바닷물을 채우는 것으로 대양을 오가며 그대로 해양에 버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어란, 자치어, 동·식물플랑크톤, 게,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다양한 생물이 이입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구체적 종분포 조사는 진행되지 않고 조사가 되더라고 국소적인 것이 현실이다. 매년 100억톤 이상의 밸러스트 워터가 이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해양생태계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이렇듯 외국에서 유입된 동·식물 가운데 국내 생태계를 파괴하고 고유종에 피해를 주는 악성 외래생물이 75종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종들이 식물 26종, 해충 및 곤충 30여종, 야생동물 34종, 어류 15종 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외래생물종이 생태계 교란을 야기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실정이 이런데도 불구, 자연환경보전법 제2조 18호 및 동법시행령 제6조에 의거 생태계위해외래동식물로 지정ㆍ관리하고 있는 종은 10여종에 불과하며 해양생물은 지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엄청난 재원을 들여 경제는 발전시켜 놓았지만, 이로 인해 훼손된 환경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산업발전으로 벌어들인 재화를 전부 쏟아 부어도 회복되기 어려운 것이 자연이다. 인류는 아직까지 이러한 자연의 기능들을 대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생산품을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이는 복잡 미묘한 생태계의 전반적인 이해 없이 그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어설피 만들려 한다면 오히려 그 부작용만을 가중시킨다는 신의 섭리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그 신의 섭리에 도전했고 그 결과는 자연의 인류를 향한 처절한 보복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보복은 자연의 절박한 절규이며 최후통첩임을 이젠 알아야한다. 그동안 우린 자연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바꾸어 왔다. 단순하진 않지만 자연스럽게 변화해 가고 있는 생태계에 우리 인류는 인위적 간섭을 끊임없이 가해왔다.


우리의 현재 능력으로는 환경을 아는 것도 지키는 것도 매우 힘이 든다. 그래서 보전·복원이란 더욱 어렵다. 우리나라 생태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심미적 가치, 동·식물들의 생태학적 역할들은 인간이 만든 경제의 가치로 산정 할 수 없는 커다란 보물인 것이다. 생태계 구성요소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대해야 할 것이 없다. 지금의 인류에게는 그럴만한 자격도 전혀 없다.


인류가 살아가면서 환경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수는 없는 문제다. 그렇다고 무작정 개발 또는 환경보호만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사고다. 어떤 일이고 보상적 관점 없이 이기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큰 고통을 당하고 만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니 자연을 상대로 인간위주 공간 조성을 한다면 당연히 자연과의 협상 여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인위적 간섭을 진행할 때 개발(development)과 보전(preservation)의 효율적 균형점을 찾아 최소한의 대비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후손의 행복과 지구상에 현재 생존하는 140여 만 종의 생물들에 대한 작은 예의는 갖추었으면 하는 절실한 바램이다.


무엇이고 짧은 시일 내에 되는 것은 없다. 특히 46억 년 전에 생성된 지구의 구성요소를 보전·복원시키는 데는 더욱 그렇다. 우리 후손들은 이 산야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자연의 가르침을 받아야 할 텐데 과연 그렇게 할 자연이 남아 있을 런지. 우리들 어깨 위에 놓여 있는 훼손된 자연의 무게가 너무 버겁다.


더 이상 외래생물종의 이입을 수수방관하지 말자. 필자는 외래생물종의 이입을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를 제언코자 한다.


첫째, 외부에서 유입되는 생물종의 철저한 방역 및 검역이 이뤄져야한다. 둘째, 해안가로 들어온 밸러스트워터를 그대로 유지시키거나 꼭 방류가 필요할 시에는 생물분석 후 위해성 평가를 하고 이상이 없으면 방류를 허가하거나 상호 입출항 선박끼리 교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밸러스트워터를 교환시키려면 교환 장치 개발도 선행해야 하며 효과점검도 모니터링(monitoring) 해야 한다.


셋째, 밸러스트워터 방류를 위한 평가기준을 보다 현실성 있게 세분화 시켜야 하고 IMO(국제해사기구,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밸러스트워터 관리 국제협약을 준수해야 한다. 넷째, 각종 개발을 시행하기 전에 기획단계에서부터 환경개념을 접목해야 한다. 친환경적 개발은 건설아래의 환경위치가 아니라 환경기반위에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철저한 사전환경성검토를 통해 무분별한 난개발을 방지(하천호소, 육상, 해양 등)해야 한다.


다섯째, 외래생물종 유입에 관련된 관계법령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 여섯째, 외래생물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조사를 위한 각 분야별 연계성을 고려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국가프로젝트를 진행시켜야한다.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것보다 더 좋은 환경기획과 환경보전전략은 없다.


일곱째, 각 지자체와 현지인들의 환경윤리가 정립되도록 홍보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환경윤리는 자연의 큰 테두리 안에 있는 인간의 역할을 주시하고 그 사이에 성립하는 도덕적 관계에 관심을 갖으며 이러한 관계를 규율하는 윤리적 원리들은 전 지구적인 자연환경과 그 속에 거주하는 모든 동·식물들에 대한 인간의 의무와 책임을 규정해 준다. 환경윤리란 내 스스로에 갖는 자연에 대한 작은 예의다.


여덟째,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거나 줄 수 있는 종들을 DB구축하고 외국사례와 비교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홉 번째, 자생종을 주축으로 한 훼손생태계의 복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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