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연의벗연구소, 멸종위기종 산양 보호 긴급모금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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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연의벗연구소, 멸종위기종 산양 보호 긴급모금 나서
  • 기사등록 2024-04-09 15:06:50
  • 기사수정 2024-04-09 15: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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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사)자연의벗연구소가 최근 벌어진 산양의 떼죽음과 관련해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산양 보호를 위한 긴급모금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자연의벗연구소는 지난 2014년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환경단체다. 따오기, 독수리, 큰고니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있는 지역에 거점 자연학교를 세우거나 지역 환경활동가와 연대하며 환경교육과 멸종위기종 보호활동의 일상화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사)자연의벗연구소 오창길 이사장이 산양 보호를 위한 긴급모금을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자연의벗연구소 오창길 이사장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연의벗연구소 툰베리홀에서 열린 ‘멸종위기종 산양 떼죽음 대책에 관한 긴급토론회’에서 “긴급모금을 시작했다. 토론회에서 나눈 내용을 토대로 산양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단체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과 개인 단체로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긴급토론회는 천연기념물 217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에 해당하는 ‘산양’ 537마리가 희생된 사태에 대한 문제점을 알아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산양 멸실 신고 목록’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23일까지 폐사한 산양의 수가 537마리로 기록됐다. 

 

오창길 이사장은 “산양이 떼죽음을 당했다. 앞으로 개선이 필요한 이번 사안을 시민들과 나누고, 문제점을 공유하기 위해 개최했다”고 말했다.

 

긴급토론회에 앞서 묵념하고 있는 참가자들.

참가자들은 긴급토론회에 앞서 산양의 죽음에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창길 이사장은 “수많은 생명을 잃은 산양을 기리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토론회는 ▲발제1. 멸종위기 산양 집단 떼죽음, 무엇이 문제인가?_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하 국시모) 사무국장 ▲발제2. 산양 떼죽음 사태에 대한 환경부 대응 문제점_김기범 경향신문 환경전문기자 ▲질의응답 및 지정토론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정인철 사무국장은 “정부 보고서나 언론 기록 등을 보면 1964년, 1965년에 약 3천마리가 넘는 산양이 연속적으로 죽었다는 내용이 있다. 폭설만이 원인은 아니었다”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전까지 박제되고 밀렵되는 일이 많았고, 언론에서 보호하자는 캠페인도 하고 또 학술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천연기념물 지정이 됐다. 그 이후로 이렇게 많은 폐사체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원병휘 박사 저술 ‘한국동식물도감-포유류편’에 따르면 1964년 강원도 대폭설 때 고립된 산양을 포획한 개체 수가 약 3천 마리에 달했고, 1965년 대폭설에도 약 3천 마리 규모의 산양이 포획된 것으로 추정됐다. 산양은 1968년 11월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됐다.

 

정인철 사무국장은 “대구대학교 연구팀이 조사한 산양 분포 지도에서 보면 화천, 양구, 설악, 울진 등에 산양이 몰려있다”며 “화천과 양구는 2019년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 울타리가 이중, 삼중으로 설치된 곳”이라고 말했다.


정인철 사무국장이 대구대학교 연구팀이 조사한 산양 분포 지도를 공유하고 있다.

정인철 사무국장이 올해 1~3월 산양 폐사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이어 정인철 사무국장은 국시모에서 2024년 1월~3월 문화재청의 산양 멸실신고 데이터로 제작한 분석 자료를 공유하면서 “겨울에 화천에서 211마리, 양구에서 225마리가 죽은 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차단 울타리는 야생멧돼지를 매개로 한 ASF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9년부터 설치됐다. 정인철 사무국장에 따르면 국내 ASF 울타리는 약 1100억원을 들여 약 3천km가 설치됐다.


정인철 사무국장이 산양 차단 울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인철 사무국장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지방도 453호선’, ‘국도 44호선’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무조건 울타리를 다 없애야 하는 것인가 등 상세한 이야기는 전문가들과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울타리와 산양.


폐사한 산양. 정인철 사무국장 발표자료. 폭설, ASF 차단 울타리 문제만 언급되지는 않았다. 그는 개체 수 파악, 서식지 파편화-고립,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동서평화고속도로를 따라 설치될 방책 등을 지적하며 “현장에서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건 케이블카로 인한 서식지 파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포착된 산양의 피해 사진도 공유됐다. 정인철 사무국장은 “발을 힘들게 끌고 간 흔적이 보이면, 몇 걸음 안 가서 넝쿨에 엉켜 죽어있는 산양이 발견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정인철 사무국장

그는 “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관점이 아니라 죽어가는 산양의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라는 게 모니터링을 진행한 저희의 핵심 고찰”이라며 “예전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환경부, 문화재청, 군, 전문가, NGO가 모여 민·관 긴급 대책회의를 했지만 지금은 정부가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는 ‘산양 집단 폐사와 환경부 대응의 문제점’를 주제로 이뤄졌다.

 

경향신문 김기범 기자가 주제 발표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기범 기자는 “지난 3월 5일 발행된 중앙일보 기사를 보고 산양 277마리가 폐사했다는 사실을 접했었다”며 “야생동물, 멸종위기종에 대해 진정성을 가진 정부 부처라면 이 시점에는 빠른 대처가 있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의 문제가 큰 것 같다”고 짚었다.

 

양돈농가 ASF 발생 현황에 대해 김기범 기자는 “최근까지 파악되고 있는 전체 양돈 농가 ASF 발생지점은 40번”이라며 “지금 (산양 폐사로) 문제가 되고 있는 화천, 양구, 인제, 양양에서는 몇 년째 발생을 안 하고 있다. 만약 울타리를 만들어서 효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유효기간이 지났는데 빠르게 처리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는 “취재를 위해 현장을 조사할 때 발견된 ASF 차단 울타리의 문이 산쪽에서는 다 잠겨있고, 민가 주변은 열려있었다”며 “멧돼지로 인한 피해는 민가에서 발생할 텐데, 민가 쪽 문은 열려있고, 산양이 자주 다닐 숲에서는 문이 닫혀있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가 환경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 기자는 “(환경부에서) 산양들이 실제로 울타리로 인해 죽어갔는지를 알아보는 간담회가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며 “하지만 277마리가 폐사했다는 소식이 파악됐던 시점에 준비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늦은 대응을 지적했다.

 

ASF 확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한상훈 소장.

발제에 이어 지정토론과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토론에 참가한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은 “ASF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동했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2018년 중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아시아 전역에 퍼지는 데 1년밖에 안 걸렸다”며 “사람으로 인해 확산됐다고 볼 수 있다. 멧돼지가 ASF를 옮긴다면 아무리 이동한다고 해도 10년, 20년이 걸릴 거리에 빠르게 확산됐었다”고 말했다.

 

한상훈 소장이 표시한 울타리. 

한상훈 소장은 “인제에서 2021년 6월 울타리가 설치된 곳을 따라가며 지도에 표시를 해봤다. 백두대간 생태축이 향로봉, 미시령, 한계령, 조침령에서 (울타리로 인해) 끊긴다”며 “환경부가 지금까지 야생동물을 지키겠다고 20년 이상 노력을 해온 모든 성과를 이 ASF 울타리 하나로 수포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언하고 있는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녹색연합 박그림 공동대표는 “벚꽃이 활짝 핀 날 산양 형제를 위한 추모제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뒀는가 하는 것이 너무 슬펐다”며 “가장 두려운 것 중에 하나가 설악산에 산양 대량학살을 위한 케이블카가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 두 군데가 또 생긴다고 한다. 그러면 네 군데에 케이블카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지부 김상미 사무국장.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지부 김상미 사무국장은 “울진은 (산양 서식지가) 큰 도로 주변이 아니어서 울타리보다는 대형산불, 폭설로 인한 피해가 크다”며 “올해 20마리가 넘는 폐사체가 파악됐고 계속 발견되고 있다. 오늘도 폐사체를 수거하고 왔다. 지금까지 울타리에 걸려서 사고가 난 경우는 없었고, 길 쪽에서 1마리가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폐사한 게 발견됐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ASF 부분 개방이 효과가 있을 것인가”라는 한 시민의 질문이 있었다. 정인철 사무국장은 “부분 개방을 하면 특정 구간으로 동물들이 몰려서 그 구간에서 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저희가 제안하는 것은 진부령, 한계령, 미시령 구간을 100% 여는 것이다. 그게 전체로 보면 부분개방인 것 뿐”이라며 “개방을 했을 때 국립공원과 달리 화천처럼 도로가 많은 곳에서 로드킬 방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산양이 울타리를 따라 발을 끌면서 이동한 흔적.

ASF 울타리가 다른 야생동물의 고립에도 피해를 끼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박그림 공동대표의 답변이 있었다. 박 대표는 “노루, 고라니,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의 피해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사)자연의벗연구소는 2023년부터 산양을 포함해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 콜리브리 프로젝트(Colibrí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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