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일일공무원 체험수기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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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일일공무원 체험수기 Ⅱ 민·관이 하나되는 변화의 시점
  • 기사등록 2006-07-21 10:28:16
  • 기사수정 2023-11-17 17: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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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 경 현장에서 시설점검을 막 끝내고 사무실로 들어와 내 책상에 놓인 한강유역환경청의 '일일단속공무원 참여자 선정 공문'을 보면서 단속을 받는 입장에서 단속을 하는 일일 단속공무원으로 선임되었다는 소식에 묘한 기분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소각분야에 15년차인 나로서도 업계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업계 담당자에게 불쾌감은 주지나 않을까?" "일일 공무원 체험이 정말 실효성이 있을까?"라는 생각과 동종업계에 나에 대한 비판의 소문이 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생각도 들어 밤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일일공무원 근무 당일 환경청 청사에 들어서는 순간 친근감 있게 대해주는 환경청 직원들에 의해 긴장되는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고, 오늘만큼은 환경청 공무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약간의 연무가 깔려 있는 시화공단에서 해당 사업장으로 가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다소 놀란 점은 이 지역의 공기가 옛날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몇년 전 이 지역에 업무로 출장 왔다가 매캐한 냄새로 하루 종일 고생했던 기억이 언뜻 나면서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옛날과는 다르게 역겹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환경부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지역에 금년부터 3년 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1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완충녹지사업을 전개한다고 하니 아마도 10년 후에는 수목이 자라 울창한 녹지에서 주민들이 신선한 피톤치드(Phytoncide)를 마시면서 운동을 하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란다. 사뭇 과거와는 다르게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일단속공무원체험으로 방문한 사업장은 1980년이래 폐기물처리업을 영위하는 사업장으로 시화공단 내에 위치하고 있다. 공장에 들어서는 순간 외관상 폐기물처리공장이라는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깨끗한 이미지의 제조업체라고 착각할 정도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특히 처리시설 가동 상태나 대기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TMS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회사 정면에 전광판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속으로 "제법 그럴싸하게 포장을 잘해 놓은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하고 냉소적으로 생각했지만 주위 시선도 있고 해서 말을 아끼며 계속 사업장을 둘러보면서 나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폐기물로 인한 악취 및 침출수 등 2차적인 오염을 인식해서인지 모든 작업이 옥내에서 이루어졌고, 보관창고의 악취는 포집하여 처리시설의 보조공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소각시 발생하는 폐열을 포집해 난방공사 등에 판매해 주민과 회사가 하나 되는 공동체를 이뤄가고 있었다.


매번 회사에서 점검을 받는 피점검자의 입장이었기에 점검자의 애로사항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입장이 정 반대였다. 동종업계에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야 한다는 것과 일일단속공무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 졌지만 개인적인 감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방문한 업체는 소각처리업과 수집·운반업을 하고 있었다. 환경청 공무원들과 나는 점검을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허가증, 소각로 온도기록지, 관리대장 등의 점검서류를 확인하고, 사업장 현장의 보관시설 및 처리시설 등을 차례대로 확인했다.


공무원들도 감사를 받고, 지적을 받듯이 어느 업체나 완벽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완벽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더 옳은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종업계에서 근무하는 내가 봐도 완벽해 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유지·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환경관리인으로 나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 외에 동종업계를 방문해 지도·점검한다는 것은 내게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고 또 이런 경험은 관공서의 도움이 아니고서는 힘들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솔직하고 진지한 자세로 지도·점검에 임할 수 있었다.


점검을 마치고 환경관리인의 애로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 업체의 애로사항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공무원들을 보면서 어떻게 정책에 반영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는 공무원의 애로사항도 느낄 수가 있었다. 실로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면서 최대한 업체의 사정을 듣고자 노력하는 유역환경청 직원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사회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빠르게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문호개방이 힘들었던 공직에도 참여정부 들어서면서 서서히 변화의 물결이 움직이고 있다. 시민들의 높아진 환경의식, 공직의 외부 영입 등 내가 참여해 느낀 민·관 교환업무 등 꿈틀거리는 변화와 혁신은 민간보다는 공직이 훨씬 역동적이라고 새삼 체험했다.


이번 '일일단속공무원 근무'는 과거의 낡은 제도와 관습을 버리고 민·관이 하나 되는 변화의 시점으로 사기업과 관공서의 경쟁력을 상승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 가정과 사회 및 국가를 이루듯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민·관이 하나가 된다면 그것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개인과 사회의 발전, 나아가서는 국가발전이 이뤄질 것은 명확하다고 본다.


글/(주)인선ENT 강위석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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