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일일공무원 체험수기Ⅰ
기사 메일전송
민간인 일일공무원 체험수기Ⅰ 갑과 을이 아닌 우리를 느끼게 된 계기
  • 기사등록 2006-07-21 10:18:15
  • 기사수정 2023-11-17 17:23:18
기사수정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가끔 회자되는 내용 중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는 이야기로 그네들의 인생을 한탄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여기서 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서로간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생각하는 관점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어쩌면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인간사회의 한 단면일 것이다.


이런 경우가 나에게도 해당돼 나의 근무 영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에서 실시하는 '민간인 일일단속공무원 제도'에 참여한 소감과 짧으나 강한 '사고의 충격'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


2006년 6월 어느날 한강유역환경청 경인환경출장소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일일단속공무원체험'이라는 낯선 단어를 듣는 순간 혼란스러웠다. 전화를 끊고 나서 머리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득실(得失)을 계산해 나가며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정리해 나갔다.


2006년 6월 29일 9시 30분 경인환경출장소에 도착한 후 동행하게 될 담당 공무원의 주의를 경청하며, 담배 한 개비로 긴장을 달래었다. 차에서 내린 곳은 현재 내가 근무하는 곳과 유사한 폐기물 처리업(재활용전문)을 영위하는 IS업체였다.


입구부터 거의 흡사하고, 간혹 풍기는 공장안의 냄새도 낯설지 않았다. 담당자를 만나 인사하고 현장으로 가기 전에 관리 상태를 보기 위해 서류 및 기타 환경관련 인허가 서류를 훑어보는데 쓰는 글씨체만 다르지 피차 동일한 업무임은 확실해 보였고 서류 관리 상태는 내가 더 우월해 보여 속으로는 우쭐해져 있었다.


현장을 보기 위해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작업장에 들어서는 순간 약간의 보충 설명만으로도 공정이 눈에 그려졌으며, 작업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렇지"하며 안일한 생각으로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약간의 변화 진보된 공정을 발견하게 되었고, 다음 공정에서 체계적인 폐기물 재활용 방법을 보고는 적잖이 놀라게 되었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나 할까 재활용의 방법도 다양하고 시설도 각양각색으로 이뤄진걸 보니 지도·점검의 의미가 아니라 견학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더욱 놀란 것은 작업의 편의성과는 별개로 정리되어진 현장의 상태였기에 "내가 도리어 교육을 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현장을 본 후 사무실로 돌아와 업체 담당자, 인솔 공무원, 그리고 나는 허물어져 가는 벽을 느껴서 그런지 허심탄회하게 고충과 불만을 늘어놓았다. 환경부에 질의하지 못했던 내용에 대해서 상의하고, 모순적인 현행 환경법규에 대해서 3자가 견해도 제시하면서 마음을 열다보니 가슴이 후련해진 것을 느꼈다. "나만큼 관리하는 업체는 없겠지!",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아직 멀었어" 등 이제까지 가졌던 속 좁은 망상들이 허물어지면서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한 것 같은 기분이랄까 하여튼 말로 표현하기 힘든 행복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점검을 받는 입장에서 바뀌어 공무원 입장으로 업체를 점검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마지막 점검표 점검자란에 서명을 하면서는 이 체험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뿌듯해져왔다. 업체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 업종에서는 내가 제일인줄 알았는데, 나보다 현장관리도 더 잘 하고 서류적으로도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는 IS업체 담당자와 다시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일을 하면서 서로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정보를 교환해 주는 우리가 되었다는 생각에 무엇보다 보람된 시간이 되었다.


이번 체험으로 그동안 적대시하며 '갑'에만 비교했던 공무원들의 고충도 알게 됐으며, 공무원들의 말 한마디가 우리 회사에 유익한 정보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 나의 나쁜 선입견도 바뀌게 된 계기가 되어 무척이나 기쁘다.


'일일공무원체험'이라는 아이디어를 발굴해 나의 좁은 마음을 일깨워준 공무원들에 대해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을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미안함이 있으나 이해해 주리라 믿으며 마지막으로 한마디하고 싶다.


갑과 을이 아닌 우리를 느끼게 해준 '대한민국 환경공무원 파이팅!'



글/(주)창우 생산부 차장 김용기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06-07-21 10:18:15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