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출신, 세계기상기구 정규직원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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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소현(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 10학번)


【에코저널=서울】2018년 5월,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 건물 로비에 “미래의 국제 기상전문인력에 도전하세요!”라고 적힌 브로슈어(brochure)가 있었다.


브로슈어에 적힌 지원가능 기구 중에 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가 눈길을 끌었고, 이내 지원을 결정했다. 프로그램에 선발돼 수석으로 연수를 마치고 WMO의 컨퍼런스 팀인 Conference Services Division에 지원했고, 2018년 9월 WMO의 인턴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기상청이 준 기회로 국제기구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기상청에서 지원하는 인턴과정은 6개월, 그 이후는 모든 인턴이 그렇듯 본국으로 귀국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WMO로부터 직접 고용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2019년 3월부터 1년간 공식 WMO 인턴으로 회의 서비스와 비자업무 등의 업무를 맡았다. 다시 1년이 지나자 단기계약직을 제안했고, 2020년 6월 드디어 우리 팀에서 P2(Professional Officer Level 2)를 뽑는 직원공고가 났다. 석사, 박사도 정규직원이 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고맙게도 소속 부서에서 학사출신인 나를 적극 추천했다. 내부 사정으로 채용심사와 면접이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2021년 2월에 드디어 최종면접자 3인 중 최종합격자가 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국제기구의 본부 사무국의 정규직원이 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나의 능력을 인정해준 우리 팀 상사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역량이 뒷받침 되지 않는 행운은 없다.


현장이 아닌 본부 사무국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우선적으로 완벽한 영어실력을 갖출 것을 당부하고 싶다. 유엔에는 완벽한 영어구사자만 존재하므로, 한국에서 ‘점수 올리기’ 만을 위한 영어공부 보다는 고급어휘 구사능력과 논리적인 글쓰기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영어 외에 스페인어나 불어, 혹은 다른 외국어 한두 개는 완벽하게 마스터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언어의 설득력’이다.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는 언어는 국제적 실무에서는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비논리적인 언어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외국어실력이 기본 자격조건이라면, 협응능력(協應能力)은 업무 수행의 필수조건이다. 팀웍문화가 발달한 유엔에서 팀원 간 협응이 되지 않으면 인턴활동도 어렵다. 국제기구는 쓸데없는 과열경쟁도 시기심도 필요없다. 서로 가족처럼 도우며 일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팀원을 대하고 존중하며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 한국의 직장문화와 다름을 알아야 조직에 빨리 흡수된다.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과 책임감 역시 국제기구에서도 매우 유효하다. 국제기구에서는 정규직원에게도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은 주지 않는다. 전 세계 회원국가들에게 봉사하는 국제공무원이기 때문이다. 퇴근시간, 일의 중요도와 상관없이 맡은 업무를 빈틈없이, 낮은 자세로 완수해야 한다.


이제 내 꿈은 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업무와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국제기구와 관련된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다. 스페인어 외에, 프랑스어도 올해 안에 원어민 수준의 구사능력을 갖추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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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2-25 17: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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