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 속 ‘도랑’ 우리가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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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추억 속 ‘도랑’ 우리가 살려야 한다”
  • 기사등록 2020-11-23 09:45:25
  • 기사수정 2023-11-15 11: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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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남 과장

경기도 수자원본부 수질정책과



‘도랑’(개울)하면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구석진 시골은 물론 서울과 같은 도시에도 마을마다 도랑은 흔히 볼 수 있었고 사시사철 물이 흘렀다.


여름철 아이들은 더위를 피해 알몸으로 도랑에 뛰어들어 시원함을 만끽하고 물놀이를 즐겼으며, 가재, 피라미를 잡기도 했다. 아낙들은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수다를 떨며 마을의 온갖 소식들을 주고받던 장소이기도 하다.


물은 산꼭대기나 계곡에서 시작돼 도랑을 따라 소하천으로 그리고 큰 하천으로 유입되고 바다로 흘러간다. 하지만 지금은 물이 흐르는 소하천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도심 곳곳이 아파트, 주차장, 도로 등 콘크리트로 뒤덮여 비가 올 경우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않고 소하천과 강을 거쳐 바다로 곧바로 빠져나간다. 따라서 토양이 지하수를 담아둘 수 있는 양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도 도랑에 물이 말라가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강우량의 편차가 심하다. 대만과 같이 연간 강우량이 거의 일정한 국가가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6월과 9월 사이에 약 70% 정도의 강우가 집중되고 있다. 2014년, 2015년 사상 최악의 가뭄이 있었는가하면, 올해는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다. 이런 이유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그동안 수질관리정책은 팔당상수원을 비롯한 한강수계 등 비교적 규모가 있는 하천의 수질관리에 집중돼 있었다. 환경기초시설의 확충 등 수질개선 노력을 기울인 결과 대규모의 하천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질로 개선됐다. 이제는 소규모 하천의 살리기에 집중할 때다.


환경부에서도 하천의 수생태계 연속성 회복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도랑은 오랜 세월 동안 법적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정책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었다.


지하수․하천 등으로 유입되는 최상류 물길인 도랑의 개선 없이는 수질․수생태계 건강성 회복에 한계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과 달리 ‘하천법’이나 ‘소하천정비법’의 적용 또는 준용을 받지 않는다. 2011년부터 환경부가 일부 시군에 대해 제한적으로 복원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나 효과가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소하천정비법’ 시행령 제2조에 마을을 관통하거나 100m 이내로 인접하게 존재하는 소하천 규모(평균 하천 폭이 2미터 이상이고 시점에서 종점까지의 전체길이가 500미터 이상)에 미달하는 세천을 도랑으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도랑을 명확히 구분해내기에는 애매한 기준이다. 이에 경기도는 도랑을‘지속적으로 유속이 있거나 유수가 있을 것이 예상되는 폭 5m 내외의 물길’로 조례에 정의하고 도랑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경기도는 2018년 3월 ‘경기도 도랑 복원 및 관리 조례’제정 및 ‘경기도 도랑 실태조사 및 복원 5개년 추진계획’ 수립으로 도랑 살리기를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도내 도랑 분포 현황에 대한 조사와 복원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경기도 내 총 1만9848개소, 1만1805km의 도랑분포현황을 파악했다. 이후 조사 대상범위 설정, 70개소 우선 복원대상 선정, 도랑별 관리 방안 수립 등을 추진했다. 2020년은 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도내 7개 시·군의 8개소의 도랑 살리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는 앞으로도 하천으로 유입되는 도랑에서부터 지류․지천까지 꾸준히 수질개선사업을 추진해 수생태계 연속성과 복원을 꾀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이같은 사업을 통해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지속적으로 증진해나감으로써 도민들이 맑고 깨끗한 수질환경의 이점을 챙기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는데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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