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갯벌 환경 조성, 생물상 변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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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갯벌 환경 조성, 생물상 변화 ‘가속’
  • 기사등록 2019-03-28 14:45:25
  • 기사수정 2023-11-15 13: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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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과거 인천 강화군 길상면의 ‘동검도’와 강화군의 ‘강화도’를 연결하는 제방도로는 1985년 폐쇄됐다. 이후 50억원을 들인 개방식 해수유통 도로가 2015년 10월 착공해 2018년 1월 준공했다. ‘갯벌복원’이라는 명목으로 해수유통 공사가 진행된 곳이다.


‘강화도 갯벌 복원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인공을 가미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당시 갯벌은 나쁘지 않았다.


‘해수유통 도로 공사’ 이전에도 동검도 제방도로 좌·우측으로는 해수가 유입됐다. 제방도로와 조석간만의 차이에 의해 잔잔하게 해수가 드나드는 곳이었다.


강화도에서 동검도를 바라보는 방향 우측에는 보기 드물게 칠면초 군락이 광범위하게 발달했다. 갈대와 천일사초 군락이 넓게 분포하는 매우 아름다운 염습지가 유지됐다.


칠게를 비롯한 다양한 저서무척추동물과 이를 먹이원으로 하는 저어새와 두루미가 자주 관찰됐다.


해수가 본격적으로 유통된 지금은 염생식물 군락이 사라지고 게구멍도 다양하게 관찰되지 않고 있다.


▲칠면초군락과 게구멍이 분포한 2003년 해수유통전 갯벌(위)과 2019년 해수유통 이후 갯벌.


과거 이 시기에는 염생식물 고사체가 가득했고, 분해되는 유기물과 조류를 먹으려 다양한 게가 많이 관찰됐다. 게 서식처인 게구멍을 과거와 비교하면 50×50cm 방형구에 과거 70여개의 게구멍이 관찰됐지만, 현재 5개 정도로 크게 줄어 과거에 비해 10%도 관찰되지 않는다. 이는 게의 개체수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공사를 하기 전에 자연생태계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했어야 한다. 물론 예측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생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했어야 했다. 그래야 정확한 예측에 도움이 되고, 갯벌복원 필요성을 되물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해수유통 이전(위)과 이후의 게구멍 밀도.


자연 상태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제방도로를 허물면서 현재의 상황이 됐다. 갯벌복원 시작이 3년, 완전 준공이 1년 후라는 시점을 감안한다면 갯벌이 순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고, 부디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다. 환경변화로 인한 영향이 어느 정도이고 그게 무엇인지는 장기적 모니터링이 절실하다. 갯벌 복원이 필요했다면 먼저 부분적 다리 개방을 통해 변화를 보면서, 차근차근 모니터링 했어야 했다. 이러한 단계를 차분하게 거쳤다면 과연 염생식물 군락과 저서무척추동물 분포가 지금처럼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공교롭게도 해수유통을 시작한 2015년, 그 시점에 동막해수욕장 우측에 갯끈풀이 번무하게 됐다. 광범위하게 분포하던 염생식물 seed bank가 사라진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동막해수욕장(위)과 해수유통된 다리의 현재 모습.


인위적 환경변화는 자연이 순응할 정도로 이뤄져야한다. 급격한 환경변화는 또 다른 교란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지금도 전국연안과 하구에서 생태복원이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계획들이 추진되고 있다. 분석과, 예상, 모니터링 등의 생략과정 없이 다소 느리게 진행되길 바란다.



글/이승호 박사(한국종합환경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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