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서 느낀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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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서 느낀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교훈
  • 기사등록 2017-08-01 20:43:05
  • 기사수정 2023-11-19 00: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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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인도 아그라】이번 인도여행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벤트가 많다.


우리 일행은 어제 바라나시에서 630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카주라호(Khajuraho)로 새벽 6시경 출발했다.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 주 차타르푸르 행정구에 있는 카주라호는 버스로 이동하기엔 거리가 멀어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포장공사가 진행중인 구간이 많아 승차감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와이프는 “놀이동산의 기구를 타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힘든 구간을 운전기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달렸다. 위험한 순간이 꽤 많았지만, 용케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인도의 화물차들은 화려한 치장을 많이 한다.

1시간 정도 버스가 달렸을 즈음, 현지가이드가 어두운 낯빛으로 일행에게 말했다. 우리팀 여권 전부를 호텔에 두고 왔다는 것. 가이드는 달려온 길을 버스를 돌려 다시 호텔로 가서 여권을 찾아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비포장도로나 다름없는 도로를, 수많은 위험을 헤치고 온 길을 다시 되돌아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우리나라처럼 택배시스템이 잘 운영되는 나라가 아니라 걱정이 컸다. 그렇다고 중요한 여권을 아무에게나 부탁하는 것도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한국 배낭여행자들이 수소문해서 찾는 현지 식당. 한국어로 쓰인 '전라도밥집'. 

결국 2명(인도에서는 운행 거리가 멀어 버스기사가 2명이 번갈아가면서 운전함)의 운전기사 중 한 명이 호텔로 가서 여권을 갖고 오기로 하고, 우리 일행은 버스를 세운 자리에서 기다렸다. 갈 길은 먼데 1시간 넘게 여권을 찾아오길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우린 뜻밖의 현지문화체험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인근을 둘러보는데, 현지인들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우리 일행을 신기한 듯 살폈다. 특히 어린이들은 웃음을 머금고, 큰 눈을 반짝이면서 일행을 졸졸 쫓아다녔다.

▲인도 바라나시의 한 마을의 어린이들이 한국인 여행객들을 반기며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가내공업이 발달한 인도였기에, 일행 중 몇몇은 한 주민이 수공업으로 만든 비단 원단도 샀다. 현지 주민들과 지근거리에서 교감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권을 찾으러 간 운전기사가 뒤늦게 도착한 뒤 다시 험한 길을 달려 저녁 늦게 호텔에 도착했다. 야간운행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소들이었다. 도로 한 복판에 편하게 앉아있거나 서 있는 상태의 소를 피하는 것은 마치 곡예운전과 다름없었다. 한 두 마리가 있는 경우와 더 많은 무리의 소들이 도로를 점령하는 구간이 꽤 많았다. 버스는 그 와중에도 속도를 크게 늦추지는 않았다.


새벽 6시에 출발해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2시 30분경. 저녁을 먹은 시간을 포함해 17시간 가까이 버스로 이동한 셈이다. 다음날인 오늘 아침 5시 모닝콜, 6시 집합해 출발하는 일정을 시작했다. 잠을 잔 시간은 3∼4시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이드가 여권을 챙기지 못한 일로 인해 우리 일행은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경험을 하나 더 얻는 소득이 있었다.


오늘 아침 일찍 숙소인 라마다 호텔 인근에 위치한 사원들을 찾았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주라호 사원들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축소판과 같았다. 남녀의 성관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부조들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사원의 부조.


사원 관람 후 호텔로 다시 돌아가 조식을 먹은 뒤 카주라호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기차역에서 버스와 헤어졌다. 나는 낡은 버스와 최악의 운행조건에서도 우리 일행을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시켜 준 버스기사들에게 중간 중간 한국 과자와 소시지 등을 건네 감사의 마음 전했다. 특히 스릴 넘치는 곡예운전을 선보이며 우릴 긴장시킨 한 버스기사에게는 담배도 선물했다.


카주라호에서 아그라(Agra)까지 9시간 정도는 기차로 이동했다. 16세기초 세웠진 도시인 아그라는 무굴 제국의 수도이기도 했다고 하는데, 인도여행의 주요 목적지로 삼는 ‘타지마할’이 위치한다.

▲기차 안에서 만난 포르투칼 포르토(Porto) 국립대 출신 리타(좌측 두 번째)와 같은 학교를 졸업한 약사 레전드라(Lisandra 24)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기차 안에서의 점심은 호텔에서 챙겨준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우리 가족은 마주앉은 좌석의 포르투칼 포르토(Porto) 국립대학을 갓 졸업한 리타(Rita, 22)와 같은 학교 선배로 약사인 레전드라(Lisandra 24)에게 도시락의 일부를 나눠줬다. 레전드라는 7월 2일부터 1개월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먼저 한 뒤 여행에 나섰다고 한다. 7월 26일 도착한 리타는 선배 레전드라와 합류해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


그녀들은 “포르투칼에서 리스본 다음으로 큰 도시인 포르토는 올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선정됐다”면서 “기회가 있으면 꼭 방문해 주기 바란다”고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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