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유전자 소실위기 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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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유전자 소실위기 처해 지구 온난화 원인…멸종 가능성도 고유 특산종 보존대책 마련 시급
  • 기사등록 2005-05-25 10: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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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수종 구상나무(Abies koreana Wilson)가 다양한 유전자의 소실위기에 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상나무 전경(한라산)


국립산림과학원(원장 서승진) 산림유전자원부 진화유전연구팀의 동위효소 유전자좌를 표지로 분석한 결과, 유전자 소실 위험도를 나타내는 고정지수가 위험 수준인 0.269(선조종인 분비나무 0.095)로 특단의 보존대책이 없으면 소중한 유전자의 소실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구상나무(Abies koreana Wilson)는 학명이 말해 주듯이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수종으로 북방으로부터 전파된 선조종(先祖種)인 분비나무에서 분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원조집단 덕유산을 비롯해 지리산, 한라산 등 남부 고산지대에 자생하며 국내보다는 국제적으로 ‘한국 전나무(영명 Korean fir; 독명 Koreanische Tanne 등)’로 잘 알려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수종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진화유전연구팀은 구상나무의 안정적이고 체계적 보존을 위해 미래 유전자의 변화에 대한 예측을 목적으로 선조종(先祖種)인 분비나무를 비교수종으로 유전구조를 분석했다.




◀구상나무 군락(덕유산)


이번 분석에는 덕유산을 비롯한 지리산 및 한라산 구상나무 집단과 오대산, 치악산, 계방산 등지에 분포하는 분비나무를 대상으로 개체목별로 겨울눈(冬芽))을 시료로 10개 동위효소 유전자좌(遺傳子座)를 표지로 추정했다. 분석 지표는 유전 다양성을 나타내는 유효유전자수(Ae)와 유전자 소멸위험도를 나타내는 고정지수(F)를 적용했다.


분석결과, 유전다양성에서는 구상나무(Ae = 1.10)가 선조종인 분비나무(Ae = 1.30)에 비해 낮은 값을 보여 전형적인 파생종(派生種; 일반적으로 선조종은 파생종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유전변이를 보임)의 양상을 보였다. 문제는 유전자의 소실위험도를 나타내는 고정지수에서 구상나무는 소실위험 수준인 0.269(분비나무는 0.095로 안정적 수준), 특히 지리산 집단은 고정지수가 0.354로 금후 특별한 보존대책이 없다면 소중한 유전자의 소멸과 더불어 최악의 경우 멸종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후빙기의 지속적인 지구 온난화에 따라 호냉성(好冷性) 수종인 구상나무가 생육 가능지인 고산지대로 밀려 개체들이 감소함과 동시에 고립화 현상에 따른 근친교배 및 종자의 부적합한 발아환경이 원인이다.


또한, 문명의 발달과 산업화로 짧은 시간에 나타나는 생물환경권의 변화 및 인간의 간섭으로 과거 오랜 세월을 통해 나타나는 진화과정보다 유전자의 생성과 소멸에 더 강하게 작용하는 등 복합적 영향으로 추정된다.


국립산림과학원 유전자원과 홍용표 연구관은 “하나의 유전자 생성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 소요되나 생물환경권의 변화 또는 인간의 간섭 등에 의해서 야기될 수 있는 소실과정은 단시간에 이뤄진다”며 “어떠한 경로를 거치든 한 번 지구상에서 사라진 유전자를 다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유전자 소실위기에 처한 구상나무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한편, 국립산림과학원은 구상나무의 체계적인 유전자보존을 위해 국내외 관련분야 석학들과 공동으로 26·27일 양일간 구상나무 원조 집단이 있는 덕유산 현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구상나무 보존 종합 대책’이라는 주제로 현장세미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상나무의 특성 및 분석 결과의 진화학적 의미


구상나무(Abies koreana Wilson)는 우리나라 남부, 북위 35° 47′ 이남(덕유산)의 고산지대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우리나라 특산 수종으로 덕유산, 지리산, 무등산, 한라산의 표고 1,000~2,000m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형태적으로 유사하며 진화학적으로 선조종(先祖種)으로 추정되는 분비나무는 한국과 만주, 중국 등지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북위 36° 36′ (속리산) 이북의 표고 700m 이상 고산에서 자란다.


한반도의 경우는 연평균 기온이 전반적으로 6℃ 정도 떨어졌던 신생대 제 4기의 빙하기 동안 호냉성(好冷性) 수종인 구상나무는 한반도 남부지역의 저지대에까지 널리 분포했을 것이나 후빙기에 기후가 온난해짐에 따라 생육 가능지를 온대수종들에게 물려주고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일부 고산지대에만 잔존하게 됐다.


덕유산 구상나무 집단은 분포 북방한계지로 선조종인 호냉성 수종인 분비나무가 남하하면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서 분화된 원조집단으로 덕유산 이남 집단의 형성과정에 유전자를 제공한 소중한 집단이다. 즉, 덕유산 집단은 여타 집단에는 존재하지 않는 원조 집단만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만일 이들이 향후 지구온난화와 인간의 간섭이 증대돼 덕유산에서 소멸된다면 구상나무 유전자의 보고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번 분석은 집단유전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LAP (Leucine Amino Phosphatase) 등 10개 동위효소 유전자좌를 표지로 하고, 구상나무의 원조집단인 덕유산, 지리산 및 한라산과 선조종인 분비나무 계방산, 오대산, 지리산집단을 대상으로 각 50개체에 대한 겨울눈(冬芽)으로부터 효소를 추출, 전기영동분석 방법으로 이뤄졌다. 주요 분석 지표로는 유전자의 소멸위험도를 나타내는 고정지수(F, Fixation Index)와 유전자의 다양성 정도를 나타내는 다형적 유전자좌 비율과 유효유전자수를 적용했다.


고정지수(F=, Ho: 관측된 이형접합도, He: 기대되는 이형접합도)는 -1에서 1사이에 분포하며 0일 경우에는 유전자의 감소 없이 현 상태로 유지됨을, 0보다 커질 경우 유전자의 소멸 위험성이 증가한다. 최대치인 1일 경우는 유전자가 완전히 소멸함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정상적인 생물집단의 고정지수는 -0.1에서 0.1사이에 분포하며, 0에 가까울수록 유전적으로 안정된 집단을 의미한다. 이번 분석결과 구상나무 3개집단 평균 고정지수는 0.269는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유전자 소실위험이 매우 높은 값이다.


이러한 현상은 직접적으로 근친교배, 특정 개체의 편중개화 및 종자의 부적합한 번식환경 등과, 지구의 온난화, 공해, 인간의 지나친 간섭, 동물에 의한 종자 및 유묘 훼손 등과 같은 짧은 시간에 나타나는 생물환경권의 변화가 과거 오랜 세월을 통해 나타나는 진화과정보다 유전자의 생성과 소멸에 더 강하게 작용한 것 등 복합적 요인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이상과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구상나무가 지니고 있는 유전변이의 지속적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모든 구상나무 집단에서의 높은 유전자의 소멸 위험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한반도 기후 온난화 및 대기오염 등 생육환경의 악화에 대한 적응력의 감소로 이어진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 환경의 변화에 의해 국내 구상나무 군락의 소멸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현 상태 유지만으로는 한반도 남부 고산지대에만 생존해 있는 세계적으로 희소성이 있는 구상나무 유전자원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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